李 “세계서 한국 국민 전과 제일 많아”… ‘형벌 남발’ 브레이크

이희경 2026. 4. 14.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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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적 시스템 개편 예고
李 “수사권력 커져 검찰국가화
규정 모호·확장해석·조작까지
미운사람만 딱 찍어 처벌 악용
형벌, 최후의 수단으로 절제를”
재경부 경제형벌합리화 나서
금전 제재 강화·과태료 등 전환
李, 일률적 적용에 “악용 우려”
정부안 확정 전 추가 논의할 듯

정부가 각종 경제형벌의 금전적 제재를 강화하는 한편 민생·기업 부담 완화를 위해 행정조치를 먼저 내리거나 형벌을 과태료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이 일률적으로 벌금 상한을 낮추거나 벌금을 폐지한 뒤 동일한 수준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 “악용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한 만큼 정부안이 확정되기까지 추가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재정경제부는 14일 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3차 경제형벌 합리화 추진 방안’을 보고했다. 재경부는 우선 위법행위로 얻는 실질적 이익을 차단하기 위해 과징금 등 금전적 제재를 강화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전기통신사업자가 부당하게 이용자를 차별하거나 계약 해지를 제한할 경우(전기통신사업법) 과징금 한도가 10억원에서 5배인 50억원으로 늘고, 매출에 대한 과징금 요율도 3%에서 10%로 오른다. 대신 벌금 한도는 현행 3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줄어든다. 은행이 대주주에게 한도를 초과해 대출 등 신용공여를 하는 경우(은행법) 현재는 징역 10년·벌금 5억원에 공여자를 대상으로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는데, 이를 개정해 징역 10년·벌금 2억원과 공여자는 물론 특혜를 받은 대주주에 대해서도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16회 국무회의 겸 제5차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민생과 기업 부담을 줄일 수 있게 현장체감도 높은 230여개 과제도 발굴·정비한다. 시정명령과 같은 행정조치를 먼저 부과하거나 형벌을 과태료로 전환하는 방안을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현행 물류시설법에 따르면 등록 없이 일정 규모 이상의 물류창고업을 경영하다 적발되면 징역 1년·벌금 1000만원이 부과된다. 그런데 등록이 의무사항인지 몰라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가령 한 시민은 공터에 쇼핑몰 재고 상품을 유상으로 보관해 줬는데 물류창고업으로 등록해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했다. 하지만 뒤늦게 등록하려 해도 미등록 영업을 했던 것에 대한 처벌이 두려워 등록을 못 하고 있었다. 재경부는 이에 일단 시정명령을 부과한 뒤 이행하지 않으면 처벌하는 방식으로 제재를 완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공공임대주택관리자가 관리비 징수·사용 등 서류 및 증빙자료를 작성하지 않거나 보관하지 않을 경우 징역 1년·벌금 1000만원인데 이를 과태료 1000만원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정부는 배임죄 개선과 관련해서는 상반기 중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기로 했다. 정부는 최근 5년(2020∼2024년)간 배임죄 판례 3300여건의 분석을 마치고 현재 전문가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다만, 이 대통령이 재경부가 예시로 든 사례 중 일부 방안에 대해 다시 검토할 것을 주문하면서 정부안은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벌금을 줄이는 방안에 대해 “벌금형을 선택한다면 판사의 재량에 맡겨서 더 높게 하는 게 맞는 거지, (은행법 개정안 벌금을) 최대 2억밖에 못하게 하면 반드시 징역을 하게 하는 상황이 발생해 더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과태료를 억 단위로 올려야지 과태료 1000만원으로 하면 제제 효과가 있겠냐”고 재검토를 지시했다. 이형일 재경부 1차관은 이에 “부처 간 협의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비상경제점검회의 주재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제16회 국무회의 겸 제5차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형벌 합리화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형사 처벌이라는 게 너무 남발돼서 도덕기준과 형벌기준이 구별이 안 되는 상황이 돼 버렸다”며 “지금 드러난 현상들로는 ‘죄형법정주의’가 사실상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은 이와 함께 “형사처벌이라는 게 너무 남발돼서 도덕기준과 형벌기준이 구별이 안 되는 상황이 돼 버렸다”며 “지금 드러난 현상들로는 ‘죄형법정주의’가 사실상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으로는 사법·형벌국가화를 피할 수 없다는 게 이 대통령의 문제의식이다. 이 대통령은 “웬만한 것은 다 형벌로 처벌할 수 있게 돼 있으니까 검찰, 수사기관의 권력이 너무 커져서 심지어 ‘검찰 국가화’됐다는 비난까지 생기고, 사법 권력을 이용해 정치를 하는 상황까지 오고 말았다”며 “규정이 너무 모호하고, 그것을 또 확장해석하고 심지어 조작하고 이러다 보니까 기준이 없는 사회가 돼 버린 것이다. 이게 가장 원시적인 사회”라고 진단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평소에는 적용도 안 하다가 미운 사람만 딱 찍어서 ‘이런 처벌조항이 있네’라며 처벌하는 등 악용되는 상황이 되는 것”이라며 “이런 것들을 이번에는 한 번 정리를 해야 되겠다. 도덕기준, 행정벌기준, 민사책임기준, 형벌기준이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형벌은 반드시 필요한 최후 수단으로 절제돼야 한다. 그리고 엄격하게 적용해야 된다”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아마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 국민들 전과가 제일 많을 것이다. 웬만한 사람은 (전과가) 다 있다”고도 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이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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