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쇼크 현실화… 출하량 40년 만에 최악 수준 [중동전쟁 여파 레미콘 대란]

이현정 2026. 4. 14.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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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프타 수급 차질에 가격 급등
수도권 업계, 4.3% 인상 합의
시설 가동률도 12% 그쳐 암울
정부, 권역별 간담회 ‘안간힘’
중동 전쟁 장기화로 인해 레미콘 가격 인상이 예고되고 있다. 부산 사하구 한 레미콘 업체에 레미콘 차량이 주차돼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중동 전쟁 장기화로 인한 나프타 수급 차질로 레미콘 출하량 감소와 가격 인상 등 ‘원자재 쇼크’가 현실화하고 있다. 건설 경기가 ‘빙하기’에 접어들었다고 할 정도로 침체된 상황에서 원자재 대란 사태까지 벌어지자 레미콘업계는 40년 만에 출하량 최저, 최악의 해를 맞을 것으로 우려한다. 레미콘이 건축공사비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이와 맞물려 공사비 상승도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4일 레미콘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의 건설업계와 레미콘업계는 무려 9차례에 걸친 마라톤 협상 끝에 레미콘 가격을 4.3%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올해 레미콘 가격은 전년(㎥당 9만 5500원)보다 4100원(4.3%) 오른 9만 9600원으로 정해졌다. 인상분은 이달부터 적용된다. 당초 건설업계는 ㎥당 7000원 인하를, 레미콘업계는 ㎥당 8500원 인상을 요구하며 팽팽히 맞섰지만, 건설경기 침체 위기 돌파를 위해 합의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전국 레미콘 가격의 바로미터가 되는 수도권의 레미콘 가격 인상이 결정되면서 다른 지역에서의 레미콘 단가 협상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실제 부산경남레미콘업계도 가격 인상을 위해 건설자재협의회와의 협상을 준비 중이다. 이날 부산경남레미콘산업발전협의회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수도권은 지난해 2월 1일자로 ㎥당 2300원을, 부산경남은 3월 1일자로 1900원을 인하했다”면서 “하지만 중동전쟁 이후 나프타 수급 차질로 혼화제 값이 오르고, 요소수 값, 믹스트럭을 운영하기 위한 기름값 등이 다 올라 가격 인상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건설회사들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건설 경기가 ‘빙하기’에 접어든 데 이어 나프타 대란까지 빚어지며 업계에서는 곡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산레미콘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1987년 레미콘 출하량 집계를 시작한 이래 40년 만에 올해 출하량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합 관계자는 “연간 레미콘 평균 출하량이 900만㎥ 정도인데 지난해 580만㎥로 최저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출하량이 그보다 적은 450만 ㎥에 그쳐 최악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설 가동률도 12%에 그치고 있다.

혼화제는 레미콘의 유동성과 강도 확보를 위해 들어가는 핵심 재료다. 혼화제의 주원료 중 하나인 에틸렌은 나프타에서 나온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인해 나프타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혼화제 생산마저 흔들리고, 이는 곧바로 레미콘 생산 차질로 이어지는 구조다.

일각에서는 중국산으로 대체 수입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품질 문제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레미콘의 경우 가격보다 우선되는 것이 공급과 품질”이라면서 “혼화제는 콘크리트 품질과 직결되는 만큼 검증되지 않은 물량으로 곧바로 갈아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프타는 레미콘 외에도 아파트 내장재와 단열재, 스티로폼 우레탄 등 주요 건자재의 원료인 폴리우레탄과 폴리스틸렌 생산에도 필수적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나프타 수급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전반적인 건자재 가격 급등 가능성도 제기된다. 도로 포장에 사용되는 아스콘 수급도 불안해져 가격 폭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부산의 한 정비구역에서는 건설사가 공사 비용 상승 가능성을 조합에 통보하는 등 공사비 상승이 현실화하고 있다.

부산경남레미콘산업발전협의회 전병재 전무는 “과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후 시멘트 원가의 30%를 차지하는 유연탄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레미콘 가격도 올랐고 당시 공사비가 평당 1500만 원대에서 2000만 원대로 껑충 뛰며 1.5배가량 오른 바 있다”면서 “이번 중동 전쟁으로 인해서도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사비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른 시행사와 시공사간 마찰도 빈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정부는 중동전쟁이 건설업계와 지역 민생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권역별 간담회를 개최한다. 부산, 울산, 경남에서는 15일 오전 건설협회, 전문건설협회, 기계설비건설협회, 주택건설협회 지방 시도회 등이 국토교통부와 만나 애로사항을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