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분쟁 6주만에 낙폭 모두 만회…약세 포지션 잡았던 투자자 당황[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6. 4. 14.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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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올들어 S&P500지수 추이/그래픽=김지영


많은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가 13일(현지시간)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결렬된 가운데 미국이 이란에 맞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밝히며 국제 유가가 다시 상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미국 증시는 이날 견조한 상승세를 보였다. S&P50지수는 1.0% 오르며 이란 전쟁이 시작되기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나스닥지수는 이미 지난주에 이란 전쟁 전 수준을 회복했으며 이날도 1.2% 상승했다.

이날 증시가 개장한 뒤 미국과 이란이 대화를 재개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며 국제 유가가 상승폭을 줄인 영향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국제 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가 4.4% 상승 마감한 상황에서 미국 주식과 채권이 모두 강세를 나타낸데 대해 월가 전문가들은 당혹스러운 모습이라고 마켓워치는 전했다. 이날 10년물 국채수익률은 0.03%포인트 하락한 4.292%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스펙트라 마켓츠의 사장인 브렌트 도넬리는 "WTF 지표"라는 새로운 이론으로 이날 주식과 채권의 동반 상승을 설명했다. WTF는 "이게 뭐지?"(What the fudge?)의 약자로 도넬리가 판단하는 시장 심리 지표다.

그는 "WTF 지표는 내가 대화하는 모든 사람들이 '도대체 뭔 일이지?'라는 반응을 보일 때 발동한다"며 이날 아침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WTF 지표는 수치화할 수 있는 과학적 이론은 아니다. 그저 일종의 분위기를 보고 판단하는 지표로 "다른 트레이들과 대화하면서 얻는 감"이라는게 도넬리의 설명이다.

하지만 WTF 지표는 "모두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던 일, 혹은 당연히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던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때 나타나는 반응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이는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시나리오에 맞춰 투자 포지션을 잡고 있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연히 일어날 것으로 기대했던 일이 안 일어나면 한 사람씩 기존 포지션을 포기하게 되고 시장은 사람들이 그 포지션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비논리적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넬리는 "지금 투자자들은 (이란 전쟁에도) 주가가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혼란과 자책이 뒤섞인 감정으로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다"며 "이는 시장에 낙관적인 신호"라고 밝혔다. 증시 하락을 전망했던 투자자들이 주식 비중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이치뱅크 등의 투자자 포지셔닝 분석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부터 헤지펀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형의 투자자들이 주식에 대한 비중을 줄여왔다. 이는 역설적으로 증시가 현재 수준에서 큰 폭으로 상승할 여지가 있음을 의미한다.

전미개인투자자협회(AAII)가 조사한 지난주 투자 심리도 다소 비관적이었다. 투자 심리가 비관적이라는 것은 개선의 여지가 많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오히려 반등의 토대가 될 수 있다.

허틀 캘러헌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브래드 콩거는 이란 분쟁이 6주 이상 계속되는 동안 미국 증시가 크게 떨어지지 않고 낙폭을 금세 만회한데 대해 미국이 에너지 순수출국이라는 점이 유가 급등으로 인한 시장의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했을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투자자들이 미국과 이란 모두 분쟁을 끝낼 출구를 찾을 동기가 있다고 믿는다는 점이다. 이러한 믿음의 일부는 이른바 '트럼프는 언제나 겁을 먹고 뒤로 물러난다'는 TACO 트레이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확신 때문이기도 하다.

콩거는 "이것이 이날(13) 미국 증시 상승에 대한 논리적인 설명"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출구를 찾고 있고 이란도 출구가 필요하다. 어떻든 우리는 출구를 발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닝스타의 수석 미국 시장 전략가인 데이브 세케라는 모닝스타의 모델 분석에 따르면 미국 증시가 약 10% 저평가됐다고 밝혔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이란 전쟁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올해 순이익 전망치를 계속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는 이란 분쟁으로 한달 이상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유가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14일엔 개장 전에 JP모간과 씨티그룹, 웰스 파고, 블랙록 등 금융회사들의 실적 발표가 이어진다. 또 오전 8시30분(한국시간 오후 9시30분)에는 지난 3월 생산자 물가지수(PPI)가 공개된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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