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김현기 '화가의 촌집 일기' 展…별빛 아래 이어진 소박한 일기

정회진 기자 2026. 4. 1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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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도든아트하우스 20일까지 전시
전시장 현장 속 '화면의 질감' 인상적
마석리에서 보낸 여덟번의 계절 표현
▲ 김현기 作  '배추전과 크리스마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

여느 크리스마스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북적이는 거리도, 화려한 장식도 없다.

대신 소박한 방 안 한 여성이 따뜻한 배추전을 앞에 두고 앉아 있다. 곁에는 조용히 자리를 지키는 개와 고양이, 작은 트리 하나가 있다. 김현기 작가의 작품 '배추전과 크리스마스'에 담긴 장면이다.

인천 중구 도든아트하우스에서 김현기 작가의 개인전 '화가의 촌집 일기'가 오는 20일까지 열린다.

지난 13일 찾은 전시장에 들어서면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화면의 질감이었다. 물감을 두텁게 올린 표면은 매끈하지 않고 거칠게 살아 있으며, 그 위에 얹힌 색채는 밝고 다채롭다. 강렬하기보다는 은근히 번지는 색감이 화면 전반을 감싸며 장면에 안정감을 더한다.
▲ 김현기 作 '별밤 하늘 아래'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

이 같은 특징은 또 다른 작품 '별밤 하늘 아래'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초승달과 별이 떠 있는 밤하늘 아래 한옥 형태의 집과 마당이 펼쳐지고, 그 안에는 인물과 동물들이 함께 머문다.

집 안에서는 작업이 이어지고, 마당에는 테이블과 꽃, 생활 도구들이 놓여 있다. 개와 고양이는 공간을 오가며 자연스럽게 장면 속에 스며든다.

김현기 작가는 오랫동안 인천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오다 시골로 작업실을 옮겼다. 현재는 전북 정읍 마석리에 머물며 텃밭을 가꾸고, 농사와 그림을 함께 이어가는 삶을 살고 있다.

마석리에서 보낸 시간은 두 번의 봄과 두 번의 여름, 가을과 겨울을 거쳐 여덟 번의 계절로 쌓였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작품들은 그 시간을 담고 있다. 개똥벌레가 날아다니는 밤, 나무 아래 모여 앉은 이웃들, 마당을 오가는 동물들의 모습이 하나의 장면처럼 펼쳐진다.

작품에는 작가의 생활이 담긴 실내 풍경도 함께 그려진다. 꽃무늬 이불이 놓인 침대와 작은 탁자 위의 찻잔, 벽에 걸린 조각보 같은 색채의 패턴, 방 안을 지키는 개와 고양이까지, 촌집의 일상이 따뜻하고 정감 있게 펼쳐진다.

김 작가는 작가 노트를 통해 "아이들 없는 촌에서 나는 할매들의 아이가 됐다"며 "옆집 행경댁 할매, 건넛집 입성댁 할매, 그리고 노인정 옆 용봉할매 딸로 새롭게 태어나 소소하지만 낱낱의 일기를 캔버스에 적었다"고 말했다.
▲ '김노인의 고추밭'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
▲  인천 중구 도든아트하우스에서 김현기 작가의 개인전 '화가의 촌집 일기'이 오는 20일까지 열린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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