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돔 '기술' 에스콘필드 '경험'…눈의 도시 '돔 파워' 빛나
<3> [해외 르포] 세계 유일의 다목적 가변형 필드 '삿포로돔'과
프로구단이 건설·운영하는 '에스콘필드'
삿포로돔 ‘호버링 스테이지’ 시스템
천연잔디 경기 때만 내부로 끌어와
야구·축구 등 공존할 수 있게 설계
다목적성 극대화로 정면 돌파 성공
체류형 소비 이끈 에스콘필드 홋카이도
구장 주변에 ‘F 빌리지’ 레저단지 조성
관광·휴양 위해 찾은 비경기 관람객 多
관람객 쓴 돈 투자로… 선순환 구조 확립


[충청투데이 나운규·김경동 기자] 충남도는 지난 10일 '천안·아산 다목적 돔구장 건립 기본구상 및 타당성 조사 용역' 착수보고회를 가졌다. 지난해 11월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천안아산돔구장 건립 구상을 발표한지 5개월만으로 이례적인 속도감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이날 보고회에 따르면 천안아산돔구장 프로젝트는 2031년까지 약 1조 원을 투입해 KTX천안아산역 인근에 K팝 공연과 대형 전시회, 프로야구, 축구, 아이스링크가 가능한 5만 석 이상의 대형 돔구장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도는 특히 2030년까지 6735억 원이 투입돼 건립되는 광역환승복합센터이 완공되면 돔구장과 연계돼 시너지 효과를 거두는 것은 물론 수도권에서 돔구장까지의 거리가 30분~1시간 내에 연결되면서 지역 관광산업, 지역상권, 청년 일자리 창출 등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충청투데이는 충남도가 천안아산돔구장 건립 계획 발표 이후 일본과 대만 등 돔구장을 건립해 운영 중인 해외 취재를 통해 향후 돔구장 건립과 방향, 비전 등에 대해 기획 시리즈로 제시하고 있다. <편집자 주>
일본 홋카이도의 중심 도시 삿포로는 연간 적설량이 5m를 넘고, 일 년 중 절반 가까이 눈과 추위가 지속되는 혹독한 기후를 환경을 갖고 있다. 이같은 지리적 특성은 야외 스포츠나 대규모 외부 행사에 구조적 제약을 가져왔고, 홋카이도가 일찌감치 실내 멀티플렉스인 돔구장에 주목한 결정적 이유가 됐다.
폭염과 국지성 호우가 일상화된 기후위기 시대를 맞이한 우리나라에서도 적용된다. 충남도가 추진 중인 천안·아산에 돔구장이 단순한 스포츠 시설을 넘어 왜 '전천후 실내 광장'으로 설계돼야 하는지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삿포로돔: 세계 유일 '호버링 기술'로 일궈낸 전천후 멀티플렉스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를 위해 2001년 6월 개장한 삿포로돔은 당시 현대 토목 기술의 정수로 불리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구장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핵심은 단연 '호버링 스테이지(Hovering Stage)' 시스템이다. 이 기술은 평소 돔구장 인접 야외 양생장에서 햇빛과 바람을 맞으며 자란 거대한 천연잔디 필드를 경기 때만 내부로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가로 120m, 세로 85m, 무게만 8300톤에 달하는 이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스테이지)은 하부의 공기 배출구를 통해 약 3㎝가량 공중으로 부양한다. 공기압으로 마찰력을 최소화한 뒤, 하단의 바퀴를 이용해 분당 약 4m의 속도로 서서히 이동하며 돔 내부로 진입한다. 이동 시 발생하는 미세한 진동과 수평 유지를 위해 최첨단 센서가 실시간으로 작동하며 축구장으로 변신을 완료한다.

취재진이 방문한 날에도 돔 내부에서는 인공잔디를 설치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에스콘필드: 야구장을 넘어선 'F빌리지', 체류형 소비를 만드는 공간전략
삿포로돔에서 전철로 20분 거리인 에스콘필드는 '공간 콘텐츠'의 힘이 어떻게 자본을 끌어들이는지 보여준다. 이곳은 구장 주변 32만㎡ 부지를 'F 빌리지(F Village)'라는 거대 레저 단지로 조성해 구장 자체를 하나의 도시로 만들었다. F 빌리지는 단순히 야구장 주변의 상권을 넘어선다.
구장 외야 뒤편에 위치한 '타워 11'에는 세계 최초로 야구를 관람하며 온천과 사우나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들어섰고, 단지 내에는 글램핑장, 어린이 교육형 놀이터인 '어드벤처 파크'가 자리한다. 또 홋카이도의 농업 정체성을 살린 'KUBOTA AGRI FRONT'와 같은 농업 교육 시설, 반려견과 함께 경기를 볼 수 있는 전용 구역까지 마련돼 있다. 이는 천안·아산 돔구장이 KTX역에서 내린 관객을 곧장 공연장으로 보내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온천이나 숙박, 지역 특산물 쇼핑 등 하루를 온전히 소비하게 만드는 '경험의 설계'가 필수적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운영의 묘는 전문성과 민간의 유연함에 있다"
취재진이 만난 주식회사 삿포로돔의 와타나베 치카코(Chikako Watanabe) 총무부 계장은 천안·아산 돔구장 프로젝트에 대해 실무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기술적 화려함보다 중요한 것이 '누가, 어떻게 운영하느냐'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공기관은 공평성을 우선시하지만, 돔구장은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민간의 유연한 스케줄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업은 앉아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대형 콘서트와 전시회를 직접 찾아다니며 유치하는 공격적인 포지션이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삿포로돔은 실제로 글로벌 아티스트의 투어 일정을 미리 파악해 제안서를 보내는 전담 영업팀을 상시 가동 중이다. 그러면서 그는 지자체 운영의 한계를 지적했다 치카코 계장은 "공무원 조직은 보통 3년마다 순환 보직돼 전문 지식 전달이 어렵지만, 민간 운영 체계는 10년 뒤를 내다보고 장기적인 영업 전략을 세울 수 있다"라며 "전문적인 경영 노하우는 시간이 갈수록 구장의 가치를 높인다"고 설명했다.
천안·아산 역시 건립 이후 운영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기획 단계부터 민간 전문가의 시각을 반영하고 365일 시민들이 머물 수 있는 콘텐츠를 설계할 수 있는 전문 경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홋카이도의 두 구장이 보여준 각기 다른 생존법은 천안·아산 돔구장이 담아야 할 정답을 향하고 있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압도적 기술력을 갖추되, 관광객을 머물게 하는 공간 혁명을 이루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민간의 전문 경영 시스템을 건립 초기부터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나운규 기자 sendm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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