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까지 번진 ‘대학순위 경쟁’…경북대 수억 투입 논란

김산호 기자 2026. 4. 1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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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S·THE에 광고·컨설팅 비용 집행…순위 상승에도 효과 논쟁
지표 중심 평가 의존 심화…교육·연구 경쟁력과 괴리 지적
▲ 박성준 의원.연합

국립대학교들이 글로벌 대학평가 순위 상승을 위해 해외 평가기관에 혈세를 투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14일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실이 지방거점국립대 9곳의 최근 10년간 대학순위 자문용역을 분석한 결과, 경북대를 포함한 국립대들이 해외 평가기관인 QS(Quacquarelli Symonds)와 THE(Times Higher Education)에 대규모 예산을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대학교는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QS와 THE에 광고비 명목으로 2억 원을 집행했고, 2019년에는 THE 분석 프로그램 구독에 3000만 원을 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규모는 지역거점 국립대 중 최상위 규모다.

예산은 단순 홍보를 넘어 평가지표 분석 프로그램 구독과 컨설팅까지 활용됐다. 특히 다른 대학의 자문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경북대는 기획처 기획조정과 평가팀응팀을 구성하는 등 부총장 이하 연관 부서에서 대학 순위 향상에 적극적이라고 평가됐다.

다행히 경북대는 관련 예산 집행 이후 세계 대학 순위가 일정 부분 상승했다.

QS 세계대학순위는 2019년 650~700위권에서 2023년 501~510위권으로 상승했고, THE 순위도 2020년 801~1000위권에서 올해 501~600위권으로 개선된 흐름을 보였다.

다만 평가기관 의존 구조 속에서 지표 관리를 중심으로 상승한 대학 순위는 실제 경쟁력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산 투입과 순위 상승 간 뚜렷한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아 비용 대비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다른 지역 거점 국립대에서도 유사한 예산 투입 사례가 확인됐지만, 순위 상승과의 연관성은 뚜렷하지 않았다.

강원대학교는 2023년부터 3년간 THE '데이터포인트' 구독에 매년 1억 원 이상을 투입해 총 3억4000만 원을 지출했지만, 해당 기간 순위는 1200위권에 머물렀다.

경상국립대학교도 지난해 QS에 5200만 원을 지급하고 지표 분석 컨설팅을 받았으나 순위는 오히려 하락했다. 최근 5년간 QS 아시아 순위는 200위권에서 400위권으로 떨어졌고, THE 순위 역시 1000위권에서 1200위권대로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대학교는 지난 2020년 QS에 1600만 원(1만3500달러)의 홍보비를 집행했지만, 해당 기간 571~580위 구간에서 591~600위로 소폭 하락했다.

일부 국립대는 해당 평가기관 외 사설 컨설팅업체와 계약을 체결해 별도 예산을 집행한 사실도 확인됐다.

창원대학교는 지난해 4800만 원, 전남대는 2200만 원 규모 예산으로 대학순위 대응전략 수립 용역 계약을 체결했고, 2024년에는 한밭대가 2000만 원을 투입해 관련 용역을 진행했다. 사립대를 넘어 국립대까지 지표 중심 경쟁에 집중하는 구조가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반면에 부산대학교, 충북대학교, 제주대학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한국교원대학교, 한국체육대학교는 해당기간 대학 평가기관에 집행된 예산 내역은 없었다.

지역 고등교육 전문가는 "QS와 THE 평가 방식은 논문 수와 피인용수, 교수 비율, 국제화 등 계량 지표 비중이 높아 대학들이 단기 성과에 집중하게 만든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실질적 교육과 연구 수준보다 수치화된 데이터 중심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라며 "평가기관과의 직접 계약이나 컨설팅 의존이 심화될 경우 대학 본연의 경쟁력보다 외형적 순위에 치우칠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