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보다 심각한 '빌라 가뭄'…외곽 내몰린 세입자
非아파트 공급 4년새 72% 줄어
서울 외곽 임대물건 반토막 수준
서울에서 청년과 신혼부부 등 서민 주거지로 분류되는 오피스텔과 빌라(연립·다세대) 등 비(非)아파트 공급이 4년 새 3분의 1토막 났다. 수요자 외면과 건설경기 침체가 겹친 탓이다. 전·월세 물건이 줄고 임대료가 상승하는 악순환이 이어져 사회 초년생의 주거 불안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비아파트 착공 물량은 4597가구였다. 2022년(1만6406가구)의 28.0% 수준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서울시에서 입수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연립·다가구주택과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월세 물건(3월 기준)은 2만5765개로 1년 전(3만3014개)에 비해 22.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세 물건은 1만7891개에서 1만3084개로 26.9% 쪼그라들었다.
비아파트는 단지 규모가 작고 소형 면적이지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청년과 신혼부부 등 사회 초년생이 거주하는 비아파트 전·월세 물량이 서울 외곽을 중심으로 급감하고 있다. 도봉구의 월세 물건은 1년 새 45.7% 줄었고, 강동구(-43.0%) 중구(-41.3%) 성북구(-31.5%) 양천구(-29.0%) 등의 감소폭도 컸다. 도봉구 비아파트 전세 물건은 170여 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1.6% 줄었다.
전셋값이 급등한 아파트 시장에서 밀려난 임차 수요가 비아파트로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非아파트 전세물량 1년새 27% 감소
전세사기에 공사비 인상 겹치며, 착공량 줄어…年5000가구 불과
서울 노원구 상계동 지하철 4호선 노원역 인근에 오피스텔이 8곳 있다. 지난 12일 이 일대에 전·월세 물건은 한 건도 없었다. 임차가 가능한 비아파트 물건은 도보 10분 거리의 전용면적 39㎡ 반지하 빌라 한 곳뿐이었다. 상계동 K공인 대표는 “오피스텔 전·월세를 알아봤다가 물건이 없어 발길을 돌린 사람이 오늘만 다섯 명”이라고 말했다.
청년과 신혼부부 등이 저렴하게 거주하는 빌라(연립·다세대주택)와 오피스텔의 전·월세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전세 사기와 공급 부족, 실거주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맞물린 결과다. 서민 주거 불안을 막기 위해서는 1~2년 안에 입주가 가능한 비아파트 공급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 비아파트 월세도 22% 감소
14일 한국경제신문이 서울시로부터 확보한 ‘비아파트 물건 현황’에 따르면 서울의 비아파트 전세 물건은 지난해 3월 1만7891가구에서 올해 3월 1만3084가구로 26.9% 감소했다. 월세 역시 같은 기간 3만3014가구에서 2만5765가구로 22.0% 줄었다.
공급 감소로 전·월세 시장에서도 비아파트 물건을 찾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2월까지 서울에 착공한 비아파트는 858가구에 그친다. 2022년 1만6406가구에 달하던 비아파트 착공 물량은 2023년 5278가구, 2024년 3841가구에 이어 지난해 4597가구로 조사됐다. 3년 새 3분의 1토막 난 셈이다.
비아파트는 공사 기간이 짧아 착공 후 1~2년이면 입주가 가능하다. 하지만 착공 공백이 ‘입주 절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비아파트 가운데 상대적으로 수요가 많은 오피스텔도 신규 공급이 급감하고 있다. 2024년 6060실이던 서울 오피스텔 입주 물량은 지난해 4234실로 30.1% 줄었다. 올해는 감소 폭이 더 커져 1658실, 내년엔 1190실에 불과할 전망이다.
업계에선 전세 사기로 인한 수요자의 외면과 건설경기 침체가 입주 가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전세 사기 사태로 빌라와 오피스텔 수요가 감소하며 공급 생태계가 무너졌다. 여기에 공사비 상승과 금융 불안이 겹쳐 비아파트를 공급하려는 건설회사가 줄고 있어서다.
◇ 빌라 전·월세 가격도 상승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의 비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지난 2월 기준 2억3302만원을 기록했다. 1년 전(2억2795만원)과 비교하면 506만원 오른 것이다. 같은 기간 서울 비아파트 평균 월세는 63만원에서 64만8000원으로 2.86%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전·월세 가격 상승 이유를 ‘물건 잠김’ 현상 때문으로 파악한다. 비아파트 전·월세 물건은 대부분 다주택자가 임대용으로 보유하고 있다.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 압박 속에 비아파트를 처분하거나 아예 임대를 포기하는 경우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서울 내 1인 가구 증가와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이주 증가도 비아파트 수요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서울 정비사업 이주 수요는 2만 가구로 예상된다. 전·월세 물건 감소와 맞물려 임대료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아파트 전·월세를 찾아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로 이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올 2월까지 서울을 빠져나가 경기와 인천 등으로 이동한 인구는 1만4356명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도심 내 비아파트 공급을 확대해야 서민 임대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비아파트와 관련한 임대시장 규제를 풀어야 물건이 늘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비아파트는 청년과 신혼부부 등 서민 임대 상품의 핵심 공급원”이라며 “비아파트 임대 물건을 늘리기 위해 세제 및 등록 임대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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