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ESG 2.0 성공조건은 시장친화정책

2026. 4. 1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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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유가 급등과 공급망 불안은 비용 상승 문제를 넘어 특정 에너지원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기업 경영에 얼마나 치명적인 리스크가 될 수 있는지를 일깨워줬다.

ESG 경영의 주어는 기업인 만큼 우리 기업들이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단계를 넘어 스스로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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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지속가능성공시 의무화
공급망 전체 탄소량 측정에
협력사 데이터 확보 어려워
정부·기업이 함께 노력해야
김윤 한국경제인협회 K-ESG 얼라이언스 의장·삼양홀딩스 회장

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유가 급등과 공급망 불안은 비용 상승 문제를 넘어 특정 에너지원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기업 경영에 얼마나 치명적인 리스크가 될 수 있는지를 일깨워줬다.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에너지원을 다변화하는 것은 환경적 가치를 넘어 기업 생존을 위한 중요한 전략적 과제가 됐다. 한때 도널드 트럼프 정부 집권으로 부침을 겪었지만 최근 급변하는 대외 환경 속에서 ESG 경영은 또 한 번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글로벌 ESG 지형은 거대한 변화를 겪었다. 자율과 당위 영역에 머물렀던 ESG 경영은 의무 단계로까지 진입했다. 트럼프 재집권 이후 에너지·환경 정책 기조에 일부 변화가 감지되며 이른바 'ESG 공시 기준 및 로드맵 보류' 기류가 형성되기도 했지만 유럽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규제의 큰 물줄기는 흔들림이 없다. 당장 시행 목전에 있는 유럽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탄소 배출에 대한 실질적인 비용 부담을 현실화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최근 지속가능성공시 로드맵을 구체화했다. 2028년부터 자산 총액 30조원 이상 상장사를 시작으로 지속가능성공시 의무화가 시행된다. 공급망 전체 배출량을 측정해야 하는 스코프3 산정 등은 기업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과업이다. 특히 중견·중소기업까지 이어지는 공급망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관리·검증하는 인프라를 단기간에 구축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 3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스코프3 로드맵 대상 기업 중 제조업체의 80% 이상이 협력사 데이터 확보를 최대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하지만 제도가 시행되는 만큼 이를 단순히 규제 대응 차원의 비용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공시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기업은 스스로의 자원 사용 효율성을 점검하고, 잠재적인 경영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파악하며 새로운 시장 기회를 발굴하는 성장의 툴로 삼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 역할도 크다.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은 기업에 대한 압박이 아니라 전폭적인 지원에 달려 있다.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지원, 표준화된 데이터 관리 인프라 보급, 그리고 기업들이 과도한 법적 부담 없이 자율적으로 제도를 내재화할 수 있도록 유연하고 시장친화적인 정책적 뒷받침이 선행돼야 한다.

한경협 K-ESG 얼라이언스 의장으로 활동한 지 5년이 됐다. 30여 개에 불과했던 얼라이언스 참여 기업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을 보면 우리 기업 경영 현장에 ESG의 뿌리가 얼마나 깊게 내려졌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이제 우리는 'ESG 2.0'이라는 새로운 챕터를 펼치려 한다. ESG 경영의 주어는 기업인 만큼 우리 기업들이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단계를 넘어 스스로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해나가야 한다.

기업·정부·사회가 함께 노력한다면 ESG의 마지막 장은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완성될 것이라고 믿는다.

[김윤 한국경제인협회 K-ESG 얼라이언스 의장·삼양홀딩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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