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폭에 담은 소나무…조선의 기개 오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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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땅 어디에서나 뿌리를 내리고 사시사철 푸르름을 잃지 않는 소나무는 한민족의 강인한 생명력과 꺾이지 않는 기개를 상징한다.
조선 시대에는 장수와 기개, 은일의 상징이었다면 근대로 넘어오면서는 영원한 푸르름을 간직한 풍경으로 인식된다.
소나무를 주제로 겸재 정선에서 시작해 근대까지 통시대적 전시를 꾸렸다는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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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김홍도에서 이이남까지 조선~현대로 이어진 그림 한자리에
조선시대 ‘장수’ 현대엔 ‘푸르름’ 묘사…유홍준, 겸재 작품 강연도

우리 땅 어디에서나 뿌리를 내리고 사시사철 푸르름을 잃지 않는 소나무는 한민족의 강인한 생명력과 꺾이지 않는 기개를 상징한다. 조선 시대에는 장수와 기개, 은일의 상징이었다면 근대로 넘어오면서는 영원한 푸르름을 간직한 풍경으로 인식된다.
조선부터 현대까지 이어지는 소나무 그림이 한 자리에 모인 특별한 전시가 마련됐다. 서울 강서구 겸재정선미술관은 14일 조선의 대표 화가이자 ‘진경산수화’의 창시자인 겸재 정선 (1676~1759) 탄생 350주년을 기념해 특별 기획전 ‘소나무, 늘 푸르른’을 개막했다. 작품은 정선의 3점을 포함해 총 37점이다. 소나무를 주제로 겸재 정선에서 시작해 근대까지 통시대적 전시를 꾸렸다는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겸재정선미술관 측은 “평소 다양한 기관별로 분산된 까닭에 한 자리에서 만나기 어려운 주요 작품들이 함께 공개됐다”고 소개했다.
전시는 겸재의 ‘사직노송도(18세기)’에서 시작한다. 서울 종로구 사직단에 있었던 키가 작고 가지가 여러 갈래로 나뉜 소나무를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나무는 휘어지고 뒤틀린 몸통으로 겨우 바닥을 짚고 일어선 듯 노쇠하다. 그마저도 힘겨워 지지대에 의지해야 고개를 들 수 있는 노송이다. 겸재 특유의 역동적인 필치는 소나무를 관찰 대상이 아닌 살아 움직이는 존재로 격상시켰다는 평가다. 또 다른 정선의 작품으로는 ‘무고송이반환(18세기)’, ‘다람쥐(18세기)’ 등도 만날 수 있다. 소나무 아래에서 낮잠을 자거나 한가롭게 담소를 나누는 장면은 세속을 벗어나 정신적 자유로 인식되는데 정선의 그림 속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겸재는 소나무를 그림의 흐름을 이끌고 중심을 잡은 요소로 확립하면서 이후 소나무 그림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번 전시에선 김홍도의 ‘송하선인취생도(18~19세기)’도 눈길을 끈다. 용수철처럼 튀어 오른 소나무 아래에서 신선이 생황을 부는 모습을 신비롭게 표현했다. 이재관의 ‘오수도(18~19세기)’는 소나무 아래에서 낮잠을 즐기는 인물을 통해 속세를 벗어나 한적한 삶에 대한 동경을 담고 있다.


근대로 넘어와서는 이상향에 대한 동경에서 벗어나 화가가 바라보는 대상, 즉 풍경으로의 인식 전환이 뚜렷하게 포착된다. 사시사철 푸르름을 간직한 영원함이라는 의미는 유지된다. 다만 이 시기 화가들은 소나무를 개인적인 경험과 감각이 투영되는 대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채용신의 ‘심장생(1922년)’을 비롯해 박노수의 ‘향운(1970년대 중반)’, 이이남의 영상 ‘명청회화-크로스오버(2011년)’ 등이 대표적이다.
한편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은 이날 미술관에서 ‘겸재 작품 세계의 변천 과정’을 주제로 특별 강연을 했다. 유 관장은 “겸재 정선은 진경산수를 통해 동양화가 가지고 있는 보편적 관념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우리의 서정을 완성했다. 이 진경산수가 후대로 계승돼 지금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최수문 선임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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