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이자론 답 없다"…직장인 '뭉칫돈' 움직이자 '대이변'

김진성/오유림 2026. 4. 14.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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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도 공격투자…은행·증권사로 '머니무브' 가속
신한은행, 퇴직연금 1위
삼성생명 20년 독주 끝나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한은행이 처음으로 삼성생명을 제치고 국내 퇴직연금 시장 1위에 올랐다.

14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신한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54조7393억원으로 삼성생명(53조4763억원)을 앞질렀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선두가 바뀐 것은 2005년 12월 퇴직연금 제도가 생긴 이후 처음이다.

신한은행의 1위 도약은 퇴직연금 유입액이 보험사에서 은행과 증권사로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본궤도에 오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은행과 증권사들은 노후자산 관리의 중요성과 절세 효과를 앞세워 가입자가 운용 방법을 결정하는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고객을 늘려 왔다. 보험사들은 가입자의 퇴직급여를 사전에 확정하는 확정급여형(DB)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웠다.

 IRP·DC형 퇴직연금 인기에…신한銀, 1분기 적립금 54조원
미래에셋, 1년새 9조원 돌파…보험사 점유율은 갈수록 하락

50대 직장인 A씨는 여유자금 대부분을 예적금으로 굴려왔다. 은퇴 이후를 책임질 퇴직연금은 더욱 보수적으로 운용했다. 주거래은행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에서 얼마든지 펀드 투자가 가능했지만 만기 1~3년 정기예금 가운데 수익률이 높은 상품만 골라서 담았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만기 도래로 회수한 투자금을 속속 코스피지수의 움직임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넣고 있다. A씨는 “물가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연 3%대 예금 이자만으로는 노후를 대비하기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증시 분위기를 고려해 ETF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고객도 ‘공격투자’ 전환

증시 활황이 1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머니 무브’ 현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보수적인 은행 고객까지 ETF와 펀드 투자를 통해 노후자산 불리기에 한창이다. 운용전략을 공격적으로 바꾸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퇴직연금 사업을 하는 국내 12개 은행의 원리금 비보장상품 적립액은 올해 1분기 말 59조2695억원으로 불어났다. 2024년 말보다 약 30조원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은행권 전체 퇴직연금 증가액(약 38조원)의 80%가량을 차지한다.

20년 만에 퇴직연금 1위 운용사가 바뀐 배경에도 이 같은 머니무브가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1분기 퇴직연금 적립금을 54조7393억원으로 늘리며 퇴직연금 제도가 시행된 2005년 말부터 장기집권했던 삼성생명(53조4763억원)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이 은행의 원리금 비보장상품 적립액은 14조9025억원으로 2024년 말(7조1462억원)보다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가입자가 직접 투자대상을 결정하는 개인형퇴직연금(IRP)과 확정기여(DC)형의 증가율이 각각 16.3%, 33.7%를 차지했다.

IRP와 DC형은 가입자가 직접 자금을 굴리기 때문에 고수익·고위험 자산에 쉽게 투자할 수 있다. 반면 가입자가 근무하는 회사가 운용방법을 결정하는 DB형은 임직원 전체의 퇴직연금 수익률에 달려 있다 보니 원리금보장형 상품 투자 비중이 높은 편이다. 삼성생명은 퇴직연금 적립액의 70% 이상을 DB형으로 운용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퇴직연금 담당임원은 “과거에는 가입자가 퇴직연금을 통해 세제 혜택을 얻는 데 만족했다면 이제는 적극적인 자산 증식을 원한다”며 “이 같은 운용전략 변화가 증시 호황 속에 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적립금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사 앞서가는 증권사

증권사도 이런 변화에 힘입어 퇴직연금 시장에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지난 1분기 말 퇴직연금 적립액은 42조4411억원으로 2024년 말보다 13조원 이상 급증했다. 3년여간 적립액 규모를 두 배 이상 불렸다. 2024년 퇴직연금 시장 5위로 올라선 뒤 선두권 도약을 노리고 있다. DC형 적립금(18조6605억원) 분야에선 1위다.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DC형과 IRP의 성장세를 타고 적립액을 대폭 늘렸다.

증권사의 퇴직연금 적립액(지난해 말 131조5026억원)은 1년 만에 27조원 가량 증가했다. 은행과 마찬가지로 원리금 비보장 상품의 증가액(24조원)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증권사는 일반 증권 계좌처럼 DC형과 IRP 계좌에서도 실시간 ETF 매매가 가능하다는 차별점을 내세워 가입자를 빠르게 늘렸다.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도입된 2024년 10월 이후 은행과 보험사 고객을 신규 가입자로 유치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원리금 보장상품 비중이 큰 보험사의 점유율은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다.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에서 보험사 비중은 2022년 말만 해도 26.2%였지만 지난해 말 21.1%로 떨어졌다. 같은 시기 은행 점유율은 52.4%, 증권사 점유율은 26.5%였다. 2024년 증권사에 밀린 보험업계의 퇴직연금 시장 점유율 하락은 계속되고 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퇴직연금 운용에 따라 노후자산 규모가 확 커질 수 있다고 체감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며 “위험자산 투자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운용전략을 바꾸는 가입자가 증가하면서 은행과 증권사 중심의 퇴직연금 시장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진성/오유림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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