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장 속 ETF ‘400조 시대’ 성큼
수익 안정성과 여러 투자 선택지로 각광 받아
특정 테마에 투자 쏠린 건 질적 성장의 변수
투자 분산시킬 ‘액티브 ETF’ 규제 완화에 관심↑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상장지수펀드(ETF)가 변동장 속에서 분산 투자 효과와 국내 증시 상승세 등에 힘입어 순자산 규모 400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시장이 성장해 나갈 것이란 전망엔 이견이 없지만, 일부 테마에 수익률을 의존하는 점은 지속 가능한 시장 확대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작년 같은 시점(185조154억원)에 비해 2배 넘게(112.7%) 증가한 수치로, 400조원까지 불과 6조5052억원 남겨둔 상태다. 순자산 총액은 ETF 상품별로 투자한 주식, 채권 등 기초자산의 평가액에서 운용 보수를 뺀 값이다. 순자산총액이 클수록 해당 상품에 많은 투자금이 모이고, 기초자산의 가치가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ETF는 국내 펀드 시장에서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ETF가 국내 공모 펀드 자산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35.6%에서 48.7%로 확대됐다.
ETF는 다른 공모 펀드에 비해 소액 투자할 수 있고 실시간 매매 가능한 등 장점을 갖춘 덕에 개인 투자자들을 유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엔 한국 증시 상승세에 힘입어 주식형 상품의 수요가 증가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채권, 레버리지 등 개별적으로 매매하기 어려운 상품에 간접 투자할 수 있는 장점도 부각됐다.
올해 들어선 코스피 급등과 이란 전쟁 등 이벤트로 인해 국내외 자본 시장이 큰 기복을 보인 가운데, ETF가 분산 투자로 손실 위험을 일부 통제할 수 있는 장점으로 더욱 주목받았단 관측이 제기된다.
자산운용사들은 ETF 수요를 고려해 상품을 늘리는데 힘썼다. 지난 10일 ETF 상품 수는 1091개로 작년 같은 날 962개에 비해 129개(13.4%) 순증했다. 해당 기간 거래량, 순자산 규모 등이 제도상 기준에 못 미쳐 폐지된 상품이 존재하는 점을 고려하면 더 많은 상품이 상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반도체·AI 종목 쏠림, ETF 시장 변동성 키워
ETF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운용 수익률을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일부 업종의 주식에 의존하는 점은 질적 성장을 저해할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소수 업종의 추이에 시장 흐름이 좌우되면 하락세를 상쇄할 재료를 마련하기 어렵고, 장기 투자를 유인하지 못해 변동성이 더욱 커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주식에 100% 투자하는 주식형 ETF가 전체 유형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특정 종목에 대한 쏠림 현상의 부작용이 더욱 우려되는 실정이다. 지난 10일 ETF 상품 유형 중 주식에 100% 투자하는 주식형 상품의 순자산 총액은 전체 상품의 60.1%에 달하는 236조3738억원에 달했다.
작년 같은 기간 나타낸 비중 45.5%보다 확대된 수준이다. 주식형 ETF는 작년부터 강화한 국내 증시 상승세에 힘입어 파생형(레버리지·인버스)이나 특별자산형(채권, 원자재 등)과 같은 기타 자산에 투자하는 ETF보다 더 많이 주목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반도체, AI 관련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ETF 시장의 성장세도 주춤하는 실정이다. AI 산업의 성장 여부가 불투명하단 '거품론'이 글로벌 증시에 한창 확산됐던 작년 12월 19일 ETF 순자산 총액은 290조9233억원으로, 일주일 전인 12일 293조1812억원을 기록한 후 일주일만에 2조2579억원(0.8%) 증발했다.

◇ 같은 테마의 패시브-액티브 ETF 수익률은 아직 비슷
증권가에선 ETF 시장의 양적, 질적인 성장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수단으로 '액티브 ETF'에 관심이 모인다. 액티브 ETF는 기초자산별 투자 비중을 자산운용사 재량으로 수시 변경해 수익률 제고를 노릴 수 있는 상품이다. 기초자산에 고정 비중으로 투자해, 수익률이 자산 가치 흐름을 그대로 따르는 패시브 ETF와 대조된다.
액티브 ETF가 지목되는 이유는, 일부 테마나 종목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기초자산에 분산 투자할 수 있는 장점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는 특정 종목에 대한 쏠림 현상을 해소해 상품 수익률의 변동성을 낮추고 분산 투자를 유도해 수익 안정성을 강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이 지난달 10일 상장시킨 'KoAct 코스닥액티브' ETF의 상위 편입 종목은 성호전자(9.12%), 큐리언트(8.95%), 에이치브이엠(3.53%) 등으로 구성됐다. 이에 비해 삼성자산운용 상품 중 코스닥150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ETF 'KODEX 코스피150'의 주요 편입 종목이 알테오젠(7.00%), 에코프로(6.84%), 에코프로비엠(5.21%) 등으로 해당 지수의 시가총액 상위 종목과 유사하다.
코스닥액티브 ETF가 상장한 후 코스닥 시가총액이 증가하는 등 증시 성장을 유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코스닥 지수는 코스닥액티브 ETF 상장 당일인 지난달 10일 625조8836억원에서 6거래일만인 같은달 18일 15조2451억원(2.4%)이나 증가한 641조1287억원을 기록했다. 자산운용사들이 액티브 ETF와 패시브 ETF를 다양하게 운용하면 이 같은 분산 투자 효과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보고서 '액티브 ETF의 부상과 과제'에서 "액티브 ETF는 액티브 운용을 선호해 일반 펀드 시장에 머물러 있던 투자자들을 패시브 상품의 장점까지 존재하는 ETF 시장으로 더 많이 유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액티브 ETF의 상관계수가 완화하면 자산운용사가 더욱 자율적으로 기초자산별 투자 비중을 조정해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 현재로선 액티브 ETF의 지수 연동 조건으로 인한 제약 때문에 동일한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액티브 ETF의 수익률이 비슷한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기초자산을 두고 있는 ETF 상품 중 'KODEX 코리아밸류업'과 'KoAct 코리아밸류업액티브'가 지난 1월 2일 이후 이날까지 3개월여 기간 기록한 수익률은 각각 181.24%, 185.36%다. 액티브 ETF인 KoAct 상품의 수익률이 패시브 ETF인 KODEX 상품에 비해 4.12%p 높지만, 서로 큰 격차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추후 규제가 완화돼 액티브 ETF의 구성 종목별 투자 비중을 더욱 유연하게 가져가면 수익을 확대할 것이란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는 지난달 말 배포한 보고서를 통해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가중된 금융 시장에서 (ETF의) 자산 배분을 다각화하고 다양한 자산을 흡수해야 한다"며 "테마로 쏠린 투자 패턴을 안정적인 성과를 추구하는 포트폴리오로 확장하고 장기적으로 초과 수익을 달성할 수 있는 액티브 ETF의 개발과 성공 스토리가 (시장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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