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토리] "공간이 콘텐츠가 된다"…AI가 바꾸는 공간의 미래

이세영 2026. 4. 1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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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세영 기자 = "공간은 더 이상 고정된 배경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는 '플랫폼'입니다."

인구 감소와 소비 패턴 변화, 그리고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경제의 확산은 도시의 풍경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임대' 문구가 붙은 상가와 늘어나는 폐업은 오프라인 공간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실제로 외식업 폐업률은 최근 10년 사이 최고치를 기록하며 자영업 생태계 전반에 경고등이 켜졌다.

하지만 이 같은 위기 속에서도 공간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새로운 시도가 등장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실감미디어를 결합해 '변화하는 공간'을 구현하는 흐름이다.

◇ "설치형에서 플랫폼으로"…공간의 개념 바뀌어

특정 공간의 인테리어를 바꾸려면 비용과 시간이 다시 투입돼야 했고, 이는 특히 소상공인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AI 기반 공간은 다르다. 콘텐츠와 조명, 음향, 미디어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상황에 따라 공간의 성격 자체가 바뀐다.

아침에는 카페, 낮에는 교육 공간, 저녁에는 요가 스튜디오, 주말에는 전시장으로 변신하는 식이다. 물리적 구조를 바꾸지 않고도 하나의 공간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멀티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디지털 레이어가 입혀진 공간'이라고 설명한다. 물리적 공간 위에 소프트웨어 기반의 경험이 더해지면서 공간의 가치와 활용도가 동시에 확장된다는 것이다.

임기범 AI 경영학회 이사는 "기존의 공간은 한 번 설계하고 나면 바꾸기 어려운 '설치형' 구조였다"며 "요즘에는 AI 기술도 좋아지고 컴퓨팅 파워도 좋아져 방문객 정보를 토대로 해서 실시간으로 만들어낼 수 있어 훨씬 더 유용하게 잘 활용되고 있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러한 요소를 실제 물리적으로 하나씩 만든다면 다 비용이다"며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 청소년 공간에서 대학 도서관까지…확산되는 변화

이 같은 변화는 교육 현장에서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 서초구의 서초스마트유스센터는 AI 기술과 실감미디어를 접목해 '체험형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이곳에서는 벽과 바닥 전체가 하나의 스크린이 되고, 학생들은 콘텐츠를 직접 선택하고 참여하며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배경 프로그램만을 소비하는 공간이 아니라, 스스로 창작하는 '도구'로 기능하는 셈이다.

백기웅 서초스마트유스센터 관장은 "이 기술을 적용한 후 센터는 청소년이 다양한 스마트 기술을 도구로 활용하면서 자신의 미래를 그려나가는 그런 공간이 됐다"고 말했다.

1968년 지어진 전통적 건축물인 경희대학교 중앙도서관은 최근 실감미디어를 도입해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과거에는 열람 공간에 머물렀던 로비가 360도 파노라마 영상과 인터랙티브 콘텐츠가 구현되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강인욱 경희대 중앙도서관 관장은 "책 중심 공간에서 벗어나 체험과 공유, 융합이 가능한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디지털 기술이 교육 방식 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공간은 강의, 전시, 행사, 휴식 등 다양한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며 '복합 문화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 "공간의 수명 늘리고 비용 줄인다"…산업적 의미

AI 기반 공간의 또 다른 특징은 '지속 가능성'이다.

기존에는 유행이 지나면 공간을 철거하고 새로 만드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디지털 콘텐츠 중심 구조에서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이는 비용 절감뿐 아니라 환경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공간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건축 폐기물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방문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콘텐츠를 실시간 제공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이용자의 취향과 행동 패턴에 따라 공간 경험이 달라지는 '개인화 공간'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공간 전문 실감미디어 스타트업 MRAG의 김준혁 매니저는 "생성형 AI 공간은 저희가 자체 제작해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딥스페이스 LLM'이라는 솔루션으로 만들어졌다"며 "상상하거나 공간 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LLM 기술을 통해서 대화형 에이전트로서 같이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 "AI 시대, 공간은 경험 산업의 핵심"

전문가들은 AI 시대에 공간이 물리적 장소만이 아닌 '경험 산업의 핵심 자산'으로 재정의되고 있다고 본다.

온라인으로 대부분의 소비가 가능해진 시대일수록, 오프라인 공간은 구매처가 아닌 '체험'과 '몰입'을 제공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Z세대와 알파세대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만큼, 현실 공간에서도 인터랙티브하고 개인화된 경험을 요구한다. 이러한 변화는 교육, 문화, 상업 등 전 산업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공간의 경쟁력은 '얼마나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이우현 MRAG 대표는 "이제 공간은 한 번 만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업데이트되는 서비스"라며 "AI와 결합된 공간이 도시의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구성 : 민지애, 내레이션 : 유세진, 영상 : 박소라·김정민, 연출 : 이명선>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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