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찾은 ‘빌리 엘리어트’ 연출 스티븐 돌드리…“감정 북받치는 경험, AI로 대체 안돼”

노정연 기자 2026. 4. 14.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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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스티븐 돌드리 연출. 신시컴퍼니

발레 슈즈를 신은 탄광촌 소년의 성장기,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가 네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1980년대 영국 광부 파업 시기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거친 현실 속에서도 춤을 통해 꿈을 실현해 나가는 소년 빌리의 여정을 그린다. 2005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된 이후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 세계 무대에서 사랑받으며 글로벌 흥행작으로 자리잡았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오리지널 연출자이자 동명 원작 영화를 연출한 스티븐 돌드리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당시 저예산 영화였던 작품이 이렇게까지 성공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2000년 개봉한 영화 <빌리 엘리어트>는 돌드리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제작 단계에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개봉 이후 2001년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에서 주요 부문을 휩쓸며 평단의 찬사를 받았고, 전 세계에서 1억900만 달러가량(약 1622억 원)의 수익을 거둬들였다.

영화의 성공은 뜻밖의 제안으로 이어졌다. 영화를 본 엘튼 존이 뮤지컬화를 먼저 제안한 것이다. 돌드리는 “처음에는 진심인지 되물을 정도로 놀랐다”고 떠올렸다. 노동자 계급에서 태어나 아버지의 반대 속에 음악가가 된 엘튼 존은 자신의 경험을 음악 작업에 녹여냈고, 이는 작품의 감정을 한층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한 장면. 신시컴퍼니 제공

“스토리텔링 측면에서는 영화보다 뮤지컬이 더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는 돌드리의 말처럼, 뮤지컬은 영화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빌리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영화가 발레를 통해 성장해가는 빌리 개인의 내면과 성취를 보여준다면, 뮤지컬은 빌리를 둘러싼 가족과 마을 사람들, 쇠락해가는 공동체가 처한 현실을 보다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특히 로열 발레 스쿨에 합격한 빌리가 마을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런던으로 떠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 뮤지컬의 엔딩은, 발레단의 주역이 된 성인 빌리가 차이콥스키의 음악과 함께 날아오르는 영화의 벅찬 엔딩과 묘한 대비를 이룬다. 여기에는 1980년대 영국 사우스요크셔 지역에서 연극을 만들며 광부 커뮤니티와 인연을 맺은 돌드리 감독의 개인적 경험이 담겨 있다.

돌드리는 이 장면을 “달콤쌉싸름한(bitter sweet) 엔딩”이라며 “빌리를 배웅하는 광부들이 다시 탄광으로 향하는 모습이 마치 무덤으로 내려가는 듯한 인상으로 남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빌리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 가족과 지역사회의 이야기를 함께 담고 싶었다”며 “이 작품은 한 소년의 성장담이면서 동시에 사라져가는 공동체에 대한 애도를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2010년 초연한 <빌리 엘리어트>는 2017년과 2021년에 이어 지난 12일 네 번째 막을 올렸다. 주인공 빌리 역을 위해 치열한 오디션과 오랜 트레이닝 기간을 거치는 만큼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스티븐 돌드리 감독이 12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개막한 ‘빌리 엘리어트’ 공연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이번 시즌에는 김승주, 박지후, 김우진, 조윤우 4명의 배우가 어린 빌리 역을 연기한다. 특히 올해는 2010년 한국 초연 당시 1대 빌리였던 임선우가 성인 빌리로 돌아와 화제를 모은다. 국내 양대 발레단 중 하나인 유니버설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인 임선우는 “부상으로 발레를 하지 못하는 동안에도 빌리를 생각하며 어려운 시기를 넘겼다”고 말할 정도로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12일 공연장을 찾아 개막 공연을 지켜본 돌드리는 “감정이 북받치는 경험을 했다. 공연이 정말 새롭고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어젯밤 빌리 역을 연기한 김승주 군은 거의 완벽한 캐릭터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인공지능(AI) 혁명이 시작되면서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있지만, 관객들이 같은 공간에서 함께 호흡하는 라이브 공연의 경험은 결코 대체될 수 없다”며 공연 예술만이 지닌 고유한 가치와 힘을 강조했다.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우리은행홀에서 막을 올린 <빌리 엘리어트>는 7월 26일까지 관객을 만난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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