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예 4인전 ‘미도회전’…흙으로 풀어낸 봄의 미감
대백프라자갤러리서 14~19일 개최

대구 지역 도예가들이 흙으로 빚어낸 사색의 시간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가 열린다. 김진욱·남선모·신현규·이숙영 등 4인의 작가가 참여하는 '제4회 미도회전'이 4월 14일부터 19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봄'을 주제로, 각기 다른 작업 세계를 구축해온 작가들이 도자라는 공통의 매체를 통해 계절의 생동감과 일상의 미감을 풀어낸 자리다. 실용적 기물부터 조형적 작품에 이르기까지 100여 점이 선보이며, 전통 도예의 깊이와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진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흙이라는 재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단순한 기능적 오브제를 넘어 삶의 감각을 담아내는 예술로서의 도자를 제안한다. 이들의 작품은 쓰임을 위한 그릇이면서 동시에 감상의 대상으로서, 일상 공간에 사유와 정서를 불러들이는 매개로 작용한다.
김진욱 작가는 흙이 지닌 본연의 질감을 전면에 드러낸다. 갈라지고 터진 표면, 거친 결은 인위적 장식을 배제한 채 대지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전달한다. 특히 표면 사이로 드러나는 붉은 색감은 겨울을 지나 봄으로 나아가는 생명의 흐름을 상징하며, 자연의 순환을 수용하는 작가의 태도를 보여준다.

남선모 작가는 깊고 푸른 유약의 흐름을 통해 도자 위에 회화적 풍경을 펼쳐낸다. 수직으로 뻗은 형태와 층층이 쌓인 구조는 숲과 절벽을 연상시키며, 작품에 배치된 작은 조형 요소들은 서정적 서사를 더한다. 전통 분청 기법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점이 특징이다.

신현규 작가는 도자의 형태를 분할하고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입체적 조형미를 탐구한다. 직선적인 면과 서로 다른 질감이 만나는 지점은 건축적 구조를 떠올리게 하며, 공간을 구성하는 하나의 조각으로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의 작업은 도자가 지닌 기능적 한계를 넘어 조형 예술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숙영 작가는 인체의 곡선을 도자 기물에 투영해 철학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매끄러운 백색 표면 위에 더해진 붉은 장식은 꽃이자 불꽃처럼 읽히며, 생명과 욕망의 상징성을 드러낸다. 전통적 기물의 형태 속에 인간의 서사를 담아내는 방식은 도자를 사유의 매체로 확장시키는 시도로 평가된다.
미도회는 2011년 '고운그릇전'을 시작으로 꾸준히 교류를 이어온 작가들이 2023년 결성한 도예 모임이다. 이후 정기전을 통해 각자의 작업을 공유하며 전통 도예의 현대적 가능성을 모색해 왔으며, 이번 전시는 네 번째 결과물이다.
전시는 도자와 일상의 관계를 다시 사유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빠르게 소비되는 물건들 속에서, 흙을 빚고 불로 완성하는 느린 시간의 결과물은 관람객에게 다른 차원의 감각을 제시한다.
갤러리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실용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도자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이 일상 속 미적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봄의 기운이 완연한 시기, 흙으로 빚어낸 작품들은 조용한 울림으로 관람객의 일상에 스며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