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소극장을 살리자] 대명공연거리, 고질적 위기 넘어 하나의 ‘브랜드’로

정수민 2026. 4. 1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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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문화계 전문가 및 현장 관계자 5인 제언
모든 문화 콘텐츠의 뿌리는 소극장에서 시작된다. 이에 대명공연거리 현장 관계자들은 소극장의 고질적인 생존 문제를 돌파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사진은 대명공연거리에 설치된 대명공연거리 공연장 지도. 거리에 위치한 극장과 극단들이 소개돼 있다. 정수민기자 jsmean@yeongnam.com

소극장의 생존 문제는 늘 '원론적'이라는 담론에 머물러 왔다. 수익 창출이 어려운 기초예술의 구조적 특성 탓에, 운영난은 예술 종사자가 감내해야 할 숙명으로 인식되곤 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끊임없이 소극장의 활성화를 거론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드라마, 영화, OTT 등 K-콘텐츠의 자양분이 바로 소극장이라는 토양에서 길러지기 때문이다. 소극장은 대한민국 문화 콘텐츠의 뿌리이자 핵심 생산 기지다.

영남일보는 앞서 1편에서 서울을 제외하고 소극장이 밀집된 유일한 공간인 대명공연거리의 쇠퇴와 위기를 짚었고, 2편에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인력 유출과 관객들의 외면이라는 처참한 실태를 전했다. 다가오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장 관계자들은 이러한 고질적인 문제를 돌파하기 위한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이번 최종편에서는 지역 공연예술 발전에 힘쓰고 있는 문화계 전문가 및 관계자 5인(김태석 예전아트홀 대표·안희철 대구연극협회장·오동욱 대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국희 극단 온누리 대표·이나경 대구소극장협회장)의 제언을 통해, 대구 소극장의 자생력을 키우고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구체적인 해법을 짚어봤다.

이들은 △공연 연속성 확보 및 관객 접근성 강화 △공공지원 체계 구축 및 관객 기반 회복을 위한 구조적 전환 △극단의 자생력 강화 △소극장 접근 방식의 변화 △예술의 문화적 가치 수호등을 핵심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2005년 우전소극장으로 시작된 대명공연거리는 지금까지 20여 개의 소극장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진은 지난 17년간 대명공연거리를 지키고 있는 예전아트홀의 내부. 정수민기자 jsmean@yeongnam.com

"실질적인 정책 뒷받침 필수…연극인들 스스로도 각성해야"

김태석 예전아트홀 대표

△김태석= 지난 30여 년간 무대를 지키며 깨달은 것은 연극이 사회의 어두운 곳을 밝히는 '등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역 문화의 자부심이자 인재 양성의 산실인 대명공연거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간의 영속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특히 사라지는 소극장을 보호하기 위해 공공기관이 공간을 직접 매입하거나 장기 임대료를 보조하는 등의 실질적인 정책 뒷받침이 필요하다. 동시에 연극인들 스스로도 관객에게 깊은 감동을 줄 수 있는 수준 높은 작품을 제작하려는 각성과 노력이 필수적이다. 창작자의 치열한 노력과 제도적 안전망이 결합할 때 비로소 시민들의 지지를 받는 건강하고 자생적인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관객 위한 환경 조성…폐관 위기 소극장 위탁 운영 검토"

안희철 대구연극협회장

△안희철= 대명공연거리는 '공연의 연속성 확보'와 '관객 접근성 강화'가 최우선이다. 자생력을 위해 각 소극장마다 개성 있는 레퍼토리를 가져야 하며, 이를 위해 안정적인 제작 환경을 위한 공간 임차료 등 기초 비용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 관객 유입을 위해 서울 대학로의 마로니에 공원 같은 공원·광장 등 랜드마크와 공영주차장 등 공연장 외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 또한 거리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브랜딩 및 연계 축제(소극장축제·로드페스티벌)의 안정성도 필요하다. 현재 경영난으로 폐관 위기에 처한 소극장을 대구시 및 구·군과 연계해 위탁 운영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또한 새 공간을 만드는 것보다, 중앙 및 지방정부의 지원으로 민관 협력 아래 기존 공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소극장의 빈 시간을 활용해 어린이 연극제, 대학 낭독 연극제 등 다양한 세대가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매칭해 관객이 끊이지 않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협회 차원의 전문 인력 파견 및 공유 시스템 도입을 통해 극장 운영의 피로도를 낮추는 방안도 필요하다.

"조례 기반 상시 지원 체계 마련…문화적 플랫폼으로 활용"

오동욱 대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오동욱= 지속 가능한 공공지원 체계 구축과 관객 기반 회복을 동시에 추진하는 구조적 전환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지자체와 협력해 단기적 보조금이 아닌 조례 기반의 임대료·대관료·시설개선 등 상시 지원체계를 마련해 소극장을 '창작 플랫폼'으로 안정화해야 한다. 개별 극장 단위를 넘어 대명공연거리 전체를 '창작-유통-관람'이 순환되는 '공연문화 클러스터'로 구축해야 한다. 특히 'Made in 대명'과 같은 지역 브랜드를 형성해 도시 브랜드를 견인하는 문화적 플랫폼으로 활용해야 하며, 관광객 유입을 위한 생태계를 견인할 앵커시설로서 '공연관광 전용극장' 운영을 제안한다. 대구시와 남구는 재정·제도·운영을 결합한 복합 지원 모델을 설계하고, 인근 계명대 대명캠퍼스와 협력해 대학 축제 및 프린지 공연 등을 연계한 청년 관객 유입과 체류형 문화거리 조성을 추진해야 한다.

"극단이 자생력 갖춰야…교육청 연계 청소년 체험 확대"

이국희 극단 온누리 대표

△이국희= 대구 소극장의 가장 큰 특징은 극단이 직접 극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극단이 자생력을 갖추지 못하면 소극장 활성화도 불가능하다. 최근 구·군 문화기관들의 자체 제작 작품이 늘어나면서, 지역의 배우와 제작자들이 투입되고 있다. 이런 현상들과 더불어 배우들이 극단 소속 활동보다 프리랜서를 선호하게 되었고, 이들이 여러 공연에 산발적으로 투입되면서 극단이 약화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극단 소속 단원 감소로 자체 레퍼토리의 지속적인 공연이 어려워지면서 결국 지역 극단의 60~70%가 극장을 운영할 만큼의 공연 편수를 채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교육청과 연계해 청소년들이 대극장뿐만 아니라 소극장의 현장감을 경험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결국 극단의 결속력과 제작 역량이 강화돼야 소극장 생태계도 살아날 수 있다.

"거리 브랜드화 시급…소극장 공연 보기 캠페인 운영"

이나경 대구소극장협회장

△이나경= 대명공연거리의 브랜드화가 시급하다. 서울 다음으로 소극장이 밀집한 이 독특한 가치를 지닌 거리를 지자체 차원에서 문화관광 상품으로 개발해야 한다. 민간 소극장의 열악한 환경 개선을 위해 서울의 '무대기술 119 지원센터'를 대구에 확대 설치하고, 관객은 우수 공연을 저렴하게 관람하고 공연 단체는 차액을 지원받는 '야간 공연 관람권 운영 사업' 등 인력 및 일자리 창출 연계 사업의 도입을 제안한다. 올해 9월19~21일 열리는 대구 소극장 축제는 850만 원의 지원금을 투입해 연극, 국악, 무용이 어우러진 '투어 형식'으로 진행된다. 관객이 남산역에서 출발해 각 소극장을 방문하며 공연을 즐기는 능동적인 홍보 전략을 시행할 예정이다. 다만 매년 공모에 의존하는 불안정한 현실을 고려할 때, 대구국제오페라축제(DIOF)나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처럼 브랜드화된 축제로서 안정적인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이밖에도 '연 1회 소극장 공연 보기' 등 다양한 형태의 캠페인이 운영된다면, 사람이 모이면서 상가도 활성화돼 거리 전체의 활기로 이어질 것이다.

정수민기자 jsmean@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