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호르무즈 ‘역봉쇄’ 긴장 속 협상 여지…지역경제 불확실성 확대
이차전지·섬유·자동차 부담 가중…“구조적 대응 필요”


"재료비에 운송비까지 줄줄이 오르다 보니 남는 게 거의 없다"며 "가격을 올리자니 손님이 줄어들까 걱정이고, 그대로 두자니 버티기가 쉽지 않네요." 대구 달서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52)씨의 하소연이다. 이 같은 부담은 대구시민의 생활 현장과 생산 현장에서 피부로 전해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 여파로 유가와 환율이 동반 상승하면서 지역 산업 전반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협상 재개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시장은 고유가·고환율 리스크를 선반영하며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지난 13일 오후 11시를 기점으로 이란 항구를 오가는 해상교통 통제 절차에 돌입했다. 세계 에너지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은 긴장 국면에 접어든 상태다.
앞서 지난 11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미·이란 종전 협상이 결렬되며 긴장이 높아졌지만, 이후에도 양측 간 대화는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외신에 따르면 휴전 기한 내 추가 협상이 추진될 가능성도 거론되는 등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다만, 시장은 이러한 협상 가능성과 별개로 이미 리스크를 선반영한 모습이다. 지난 13일 오후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104.79달러로 8%대 상승했고, 브렌트유 역시 100달러 선을 웃돌았다. 원·달러 환율은 1천500원선에 근접하며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이 같은 흐름은 금융시장을 넘어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에너지·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대구지역 제조업을 중심으로 원가 부담이 빠르게 확대되는 가운데, 기름값 상승이 운송비와 생활물가로 이어지며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제 부담도 함께 커지는 모습이다.
◆외형은 성장, 내실은 부담…이차전지·PCB '수익성 압박'
대구의 핵심 신산업은 성장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수익성 압박이 점차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초 이차전지소재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80.2% 증가하며 지역 수출을 견인했다. AI용 인쇄회로기판(PCB) 역시 20%대 성장세를 이어가며 산업 전환의 성과를 보여줬다.
하지만 최근 호르무즈 봉쇄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환율이 1천500원을 넘나드는 상황에서 리튬·니켈 등 핵심 원자재 수입비용이 급격히 증가했고, 여기에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물류비 부담까지 더해졌다.
결과적으로 수출이 늘어도 이익이 줄어드는 '외화내빈'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특히 원재료를 달러로 사서 가공한 뒤 수출하는 구조에서는 환율 상승이 비용 부담으로 직결되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환율 변동성을 고려해 단기계약 비중을 늘리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평가다.
PCB 산업 역시 전력 사용 비중이 높아 유가 상승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압박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동시에 중동을 경유하는 물류 차질이 겹치며 납기 리스크까지 확대되는 상황이다. 일부 업체에서는 생산일정 조정이나 출하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도 나타나고 있다.
고환율 국면이 1년 이상 지속되며 과거 외환위기 당시 기록을 넘어선 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기업일수록 이러한 외부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특히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R&D) 지출이 위축될 경우, 중장기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나프타·부품 공급 흔들…섬유·자동차 '생산 차질' 현실화 우려
전통제조업은 원자재 수급과 물류 차질이 겹치면서 단기간 내 생산 차질 가능성이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섬유산업의 경우 '산업의 쌀'로 불리는 나프타 수급 불안이 핵심 변수다. 현재 대구지역 기업들의 나프타 재고는 길어야 한 달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프타는 폴리에스터 등 화학섬유의 기초 원료다. 공급이 흔들릴 경우, 원사·직물·염색 등 모든 공정이 영향을 받는다. 실제 최근 나프타분해설비(NCC) 가동률은 기존 80% 수준에서 60%대 후반으로 하락한 상태다.
상황이 이어질 경우, 한 달 내에 생산 차질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일부 기업에서는 가동 축소나 휴업을 검토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으며, 장기화될 경우 인력 운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동차부품산업 역시 합성고무(SBR)와 고기능성 수지(ABS) 등 핵심 소재 수급 불안과 중동 수출 감소가 겹치며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중동시장 의존도가 높은 기업의 경우, 수출이 30% 이상 감소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여기에 물류비 상승과 에너지 비용 증가가 더해지며 수익성은 빠르게 악화되는 구조다. 일부 업체는 생산 물량을 줄이거나, 수출선을 재조정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2·3차 협력사로 충격이 확산될 경우, 산업생태계 전반으로 영향이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급망 내 한 축이 흔들릴 경우, 연쇄적인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름값 ℓ당 2천 원 육박…서민경제 부담 확대
고유가와 고환율이 이어지면서 생활물가 오름세도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대구지역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2천 원선에 근접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4일 오후 기준 대구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ℓ당 1천985원, 경유는 ℓ당 1천976원을 기록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ℓ당 2천 원를 넘어서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기름값 상승은 물류비와 원재료 가격으로 이어지며 물가 전반에 부담을 키우고 있다. 특히 경유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19.3% 상승하면서 화물 운송과 배달 비용 증가로 직결되는 양상이다. 배달비와 식자재 가격이 연쇄적으로 오르면서 외식업과 자영업 전반의 부담도 함께 확대되고 있다.
지난 3월 대구지역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9% 상승했으며, 특히 교통 부문은 5.1% 오르며 상승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 유가 상승이 소비 부담으로 이어지면서 지역 내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는 배경이다.
◆"단기 충격 넘어 구조 변화"…대응전략 재정비 필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는 단순한 외부 변수에 그치지 않고, 대구경제 전반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내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상황을 일시적 충격이 아닌 '고유가·고환율·공급망 불안'이 동시에 작용하는 구조적 리스크로 보고 있다. 특히 에너지와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산업구조상 외부 변수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는 점이 재확인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원자재 조달선 다변화, 환위험 관리 강화, 에너지 효율 개선 등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기 대응을 넘어 중장기적인 구조 변화에 대비한 전략 마련이 요구된다는 의미다. 결국 이번 상황은 대외 변수에 대한 대응역량이 지역경제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권오영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장은 "고유가와 고환율이 동시에 이어지는 국면에서는 수출 증가만으로 비용 부담을 상쇄하기 어렵다"며 "기업과 지역경제 모두 비용 구조를 점검하고, 공급망 다변화와 환위험 관리 등 대응전략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환 기자 km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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