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땅 쥔 기업들, 국세청 ‘비업무용 부동산’ 겨냥 예고에 가시방석

노경은 기자 2026. 4. 14.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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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고가주택 2630채 전수 점검···비업무용 토지까지 확대
대통령·여당 ‘기업의 부동산 투기 근절’ 한목소리···규제 강화 재부상
수도권 유휴지 다수 보유 부영, 개발 없이 공터 유지 정당성 입증에 눈길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 사진=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국세청이 이재명 대통령의 기업 비업무용 부동산 문제 제기를 계기로 전면 점검을 예고하면서 대규모 유휴 토지를 보유한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 핵심 입지에 장기간 개발이 지연된 부지를 다수 보유한 부영그룹에 눈길이 쏠린다. 정부가 과거 한 차례 추진했다 완화된 규제의 해석을 다시 강화할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보유 부동산 전반에 정책 리스크가 재부각되는 흐름이다.

◇고가주택 2630채 점검 착수···비업무용 부동산 전방위 조사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법인이 보유한 고가주택 2630채에 대해 전수 점검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필요시 조사 대상을 확대하고 탈루 혐의가 확인될 경우 세무조사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점검은 단순 주택을 넘어 법인 명의 토지 등 비업무용 부동산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이번 점검을 시작으로 비업무용 부동산 이용 실태를 면밀히 파악하고 엄정한 검증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세원 관리가 아니라 기업의 자산 운용 방식 자체를 들여다보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정치권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기업이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부동산을 대규모로 보유하는 관행을 점검해야 한다"며 "대대적인 보유 부담 부과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자산 증식을 위한 기업의 고질적 부동산 축적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와 여당의 메시지는 보유 억제 및 부지 활용 유도로 수렴된다. 비업무용 부동산을 연구개발(R&D)이나 생산시설로 전환하거나 매각을 통해 주택공급에 활용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방향이다.

여기에 법적 근거도 맞물린다. 현행 법인세법 시행령은 업무에 직접 사용하지 않는 부동산을 비업무용 자산으로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인 판단 기준은 시행규칙과 과세당국의 해석에 따라 결정되는데, 1990년대에는 팔리지 않아 불가피하게 갖고있는 미분양 주택이 3년 이상 경과할 경우까지도 비업무용 부동산으로 간주하는 등 관련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 기업들에 세제상 불이익이 무겁게 부과한 바 있다. 이후 2000년 12월 이후부터는 IMF에 따른 부동산 시장 침체로 잣대를 완화한 게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다만 최근 부동산 대통령이 대대적인 보유 부담 부과 방안을 지시한 만큼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경우 장기간 미착공 상태이거나 공사가 중단된 부지 등이 비업무용 부동산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점검은 단순 조사에 그치지 않고 과거처럼 '업무용 사용 여부'에 대한 해석을 다시 조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밝혔다.
인천 연수구 동춘동 송도테마파크 부지 모습. 부지 매입한지 십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공터로 남아 있고, 인근 부동산업계 전언에 따르면 그사이 토지가격은 매입가 대비 최소 5배 가까이 올랐을 거란 전언이다. / 사진=연수구

◇수도권 알짜 땅 버티기 부영···장기 미개발 리스크 부상

이 같은 정책 기조에서 시장의 시선은 부영그룹으로 향하고 있다. 부영은 재계에서 대표적인 부동산 개발업 중심의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으로 보유 부동산 자산이 많을 순 있지만, 서울 및 수도권 핵심 입지에 진행 중인 사업보다 다수의 유휴부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서울 한남동 유엔빌리지 인근 부지(2014년 매입), 중구 소공동 부영호텔 부지(2013년 매입), 금천구 시흥동 구 대한전선 부지(2013년 매입), 성동구 성수동 부지(2009년 매입)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 이외에도 인천 연수구 동춘동 일원 송도테마파크 부지(2015년 매입)는 장기간 개발이 지연된 대표 사례로 꼽힌다. 당초 부영은 9차례나 사업기한을 연장하며 2026년 준공 계획을 제시했지만 일정이 지연됐다. 지금도 착공조차 안 된 공터인 만큼 사업 기간 연장 가능성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그사이 부동산 가치는 치솟았다.

서울 도심 부지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일각에서는 매입 이후 10년 이상 시간을 끌며 개발이 진행하지 않은 사례가 적지 않아 업무용 자산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도심 핵심 입지라는 점에서 활용 지연 자체가 공급 부족 문제와 맞물리며 정책 타깃이 될 가능성이 있다. 세간의 이 같은 시선을 의식한 듯 이중근 부영 회장도 올해 2월 초 간담회에서 "지난 몇 년간 작업을 거의 못했지만 올해는 사업을 시작하려고 하고 있다"면서도 "뚝섬 부지의 경우 올해 착공하겠지만 나머지는 좀 더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관건은 법 해석의 방향이다. 현행 제도는 업무에 직접 사용 여부를 기준으로 비업무용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이지만 업계에서는 향후 장기간 개발 지연이나 공사중단 여부도 판단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정부의 기조가 당시와 유사한 방향으로 이어질 경우 장기간 개발이 지연된 수도권 부지를 다수 보유한 기업일수록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업 입장에서는 사업성·투자 회수 문제와 맞물려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해석이 강화될 경우 장기 미개발 부지를 보유한 기업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특히 수도권 핵심 입지를 보유한 기업일수록 세무 리스크와 사업 리스크가 동시에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영 관계자는 "성수동 부지는 이미 착공이 들어갔다. 소공동 부지는 다각도로 사업성을 검토 중이며, 이외에 한남동이나 금천구 시흥동, 송도 테마파크 부지는 사업진행을 위한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중근 회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가 있기 훨씬 전부터 사업에 대한 의지를 나타낸 바 있으며 보유중인 부동산도 필수 업무용 자산임을 이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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