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 판례 이후 첫 시험대···‘코인원’ 중징계 향방은
패키지형 중징계에 내부통제 리스크 전면 부각
제재 수용 vs 법적 대응···규제 질서 재편 가능성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금융당국의 잇따른 고강도 제재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두나무(업비트)의 1심 승소 판례가 변수로 떠오르면서 중징계를 받은 코인원의 대응 방향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최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코인원에 대해 과태료 52억원과 3개월 영업 일부정지, 대표이사 문책경고를 확정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진행된 현장검사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로 특정금융정보법 위반 사례가 대규모로 적발된 데 따른 것이다.
적발 건수만 약 7만건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고객확인의무(KYC) 위반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거래제한의무 위반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와의 거래 금지 의무 위반까지 확인되면서 단순한 실무 오류를 넘어 내부통제 전반의 취약성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제재는 단순히 벌금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자금세탁방지(AML) 체계가 '형식적 운영' 수준에 머물렀다는 점이 핵심"이라며 "거래소 입장에서는 사실상 사업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경고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제재는 수위뿐 아니라, 구성 측면에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과태료와 영업 일부정지, 경영진 제재가 동시에 내려지며 사실상 '패키지형 중징계'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이는 당국이 단순한 금전적 제재를 넘어 사업 운영 자체에 직접적인 제약을 가하는 방식으로 규제 강도를 끌어올렸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자금세탁방지 체계가 거래소의 생존과 직결되는 핵심 인프라로 격상됐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동시에 업비트 판례는 규제 환경에 균열을 만들어낸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두나무가 금융정보분석원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 일부정지 취소 소송 1심에서 승소하면서 금융당국 제재 역시 사법적 검증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거래소 입장에서는 제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규제 해석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라는 새로운 대응 전략이 현실적인 선택지로 떠올랐다는 의미다. 동시에 당국 역시 제재의 정당성과 비례성을 보다 정교하게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코인원의 선택은 단순한 기업 대응을 넘어 시장의 기준을 정하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제재를 수용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대신 향후 거래소 전반에 보다 강한 규제 준수 압박이 작동하며 '당국 중심 질서'가 강화될 전망이다.
반대로 행정소송에 나설 경우 제재의 법적 한계를 둘러싼 추가 판례가 형성되면서 규제 권한과 사법 통제 간 균형이 재설정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결과에 따라 향후 제재 수위와 방식, 나아가 감독 체계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다.
현재 코인원은 행정소송 제기 여부를 두고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회사 측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사회 차원에서 검토를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당국의 결정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내부 개선 작업을 병행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용과 대응'을 병행하는 전략은 단기 리스크 관리와 중장기 선택지를 동시에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제재로 코인원은 빗썸과 업비트에 이어 주요 원화 거래소 가운데 세 번째로 중징계를 받은 사례가 됐다. 금융당국이 주요 거래소를 대상으로 진행해 온 자금세탁방지 현장검사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시장 전반에는 규제 준수에 대한 압박이 한층 강화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거래소들은 고객확인 절차의 정교화와 이상거래 탐지 시스템 고도화, 미신고 사업자와의 거래 차단 체계 구축 등 내부통제 전반을 재점검하는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코인원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국내 가상자산 규제의 방향성은 물론 시장 질서의 무게중심 역시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사안은 단순 제재를 넘어선 첫 시험대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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