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12단도 넘본다'…中반도체 공룡, 'K-초격차' 흔들까

강민경 2026. 4. 1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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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XMT, HBM 주류 추격…내년 12단 양산 가시화
中 내수·보조금 결합…AI 수요 기반 추격 가속
전문가 "韓과 격차 1~2년…HBM4 이후 표준 선점 관건"

중국이 차세대 반도체 시장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며 글로벌 판도를 흔들고 있다. 범용 메모리에서 AI 핵심 부품까지 전방위로 영역을 넓히는 가운데 HBM 후발주자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까지 주류 기술에 근접, 한국이 유지해온 '초격차'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업계는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CXMT는 4세대 HBM인 'HBM3 8단' 양산 기반을 마련한 데 이어 12단 제품으로의 전환을 위한 설비 투자와 협력사 협의를 병행하고 있다. 내년께 12단 양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12단 HBM은 AI 가속기와 데이터센터용 GPU에 들어가는 핵심 규격이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CXMT는 HBM2 4단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HBM3급 기술에 근접하며 추격 속도를 끌어올렸다. 업계에서는 한때 크게 벌어졌던 한국과의 기술 격차가 길어야 3년 수준까지 압축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선 "이제 격차라기보다 시간 문제에 가깝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 같은 추격의 배경에는 중국 업체 특유의 방식이 자리한다. 수율과 품질을 먼저 끌어올리는 대신 생산량을 앞세워 시장 영향력을 키우는 전략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수율·고품질 중심으로 라인을 운영하는 것과 달리 CXMT는 일정 수준의 수율 저하를 감수하면서도 물량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초기 품질 열위를 감수하더라도 대량 생산 과정에서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성능과 수율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구조다. 일종의 '속도전 전략'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정책과 시장 환경이 맞물리며 속도가 더 붙고 있다. 중국 정부의 지원에 더해 자국 내 AI 수요가 급증하면서 일정 수준의 제품만 확보되면 안정적인 판로가 확보되는 기반이 형성됐다. 내수 시장이 일종의 실험장이자 완충지대 역할을 하며 기술 검증 및 양산 확대를 동시에 가능케 한다는 분석이다.

범용 메모리 시장에서도 중국의 공세가 거세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동일 사양 제품에서 15% 이상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이 AI용 고부가 제품으로 생산 비중을 옮기는 사이 중국 업체들이 저가·대량 공급을 앞세워 범용 시장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는 진단이다. 

낸드 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진다.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우한에 신규 생산라인을 구축하며 증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당 라인이 본격 가동되면 연간 출하량이 200만장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3위권 진입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 YMTC의 생산능력은 최근 몇 년 사이 2배 가까이 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수율 안정화 역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다.

향후 경쟁의 분수령은 차세대 기술 선점 여부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HBM 16단 적층과 '하이브리드 본딩'을 핵심 변수로 지목한다. 칩을 직접 접합하는 하이브리드 본딩은 전력 효율과 발열 제어 측면에서 강점을 가진다. 기존 마이크로 범프 방식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차세대 공정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르면 올해 말 16단 HBM 개발을 완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CXMT 역시 공격적인 투자와 실행력을 앞세워 추격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업계 내에선 "차세대 기술 확보 이후 승부는 '전환 속도'와 '시장 선점'에서 갈릴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현재 CXMT의 기술 수준을 보면 한국과의 격차가 짧게는 1~2년 수준까지 좁혀졌다고 볼 수 있다"며 "생산 속도와 투자 규모를 감안하면 이미 충분히 위협적인 단계에 진입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HBM은 D램 적층 구조인 만큼 기본적인 D램 성능도 중요하지만 실제 경쟁력은 패키징 공정과 수율에서 갈린다"며 "CXMT 역시 D램 기반이 이미 확보된 만큼 패키징 영역에서 빠르게 따라붙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한국 기업들은 기술 우위뿐 아니라 생산량과 고객 기반까지 동시 선점해야 한다"며 "HBM4 등 차세대 제품을 신속히 양산해 시장을 먼저 장악하고 고객 확대를 통해 사실상의 표준을 만들어야 중국의 진입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구개발 투자와 생산라인 확충을 지속하지 않으면 추격을 허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강민경 (klk707@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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