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풍 판타지나 중국풍 무협이 아니라 이제는 조선시대다. 국내 게임업계가 한국의 전통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 신작들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글로벌에서 분 한류 열풍으로 K-콘텐츠가 떠오르며 게임업계도 이에 가세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조이시티 '임진왜란 : 조선의 반격' 이미지. /제공=조이시티
1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조이시티는 오는 28일 MMORPG 신작 '임진왜란: 조선의 반격' 정식 출시를 앞두고 최종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간판 지식재산권(IP)인 '프리스타일' 이후 조이시티가 내놓는 최고 기대작으로 모바일과 PC 플랫폼 모두 지원한다.
이 게임은 동아시아 역사의 분기점이 된 임진왜란을 소재로 택했다. 동아시아에서 펼쳐진 삼국지나 일본의 전국시대가 글로벌 시장에서 하나의 장르로 안착해 성과를 거둔 점을 고려해 동아시아 역사에 익숙한 이용자층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고증에 특히 신경을 썼다. 거북선, 화차 등 한국 특유의 무기 체계를 인게임의 핵심 전략 요소로 구현했다. 과거 해상전에서 동양이 서양과 비교해 선박에 화포를 장착하는 함포술이 발달했는데, 이를 게임에서도 사실적으로 풀어내 타 장르와 차별화를 꾀한다는 구상이다.
'프로젝트 탈(TAL)' 트레일러 중 한 장면. /사진=유튜브 캡처
또다른 기대작 '프로젝트 탈(TAL)'도 내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위메이드맥스의 개발 자회사 매드엔진이 2020년 설립 이후 중장기 플래그십 신작으로 개발해 온 트리플A급 대작이다. 싱글 오픈월드 액션 RPG 장르로, 한국의 고전설화에 영감을 받아 가상의 조선시대를 모티브로 한 독창적인 세계관이 특징이다.
공개된 트레일러에서도 주인공이 등에 탈을 메고 전장에 나가고, 신당에서 무당들이 굿을 하는 등 한국적인 색채가 뚜렷하다는 평가다.
개발사 매드엔진 측은 "최근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지역 고유의 문화와 세계관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한국 콘텐츠에 대한 이해와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전통 요소 역시 충분히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소재라고 판단했다"고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넥슨게임즈 '우치 더 웨이페어러' 이미지. /제공= 넥슨게임즈
이외에도 넥슨게임즈가 개발 중인 '우치 더 웨이페어러'는 조선시대 후기의 대표적인 고전소설인 '전우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싱글 액션 어드벤처 신작이다. 주인공 우치가 조선 팔도를 누비며 요괴를 퇴치하는 내용으로 콘솔·PC 장르로 글로벌 출시가 목표다.
지난해 8월 첫 티저 영상이 공개된 이후 관심이 집중되며 현재 누적 조회수는 약 160만회에 달한다. 다만 출시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현재 개발 초기 단계로 추정된다.
넥슨게임즈 관계자는 "조선시대 유물과 문화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고 있다"며 "조선시대를 게임 속에 그대로 재현하겠다는 일념으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개발 과정에서 문학, 국악, 전통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디테일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선의 풍경을 생동감있게 담아내기 위해 회사 측은 강원도 양양 낙산사, 삼척 환선굴과 대금굴 등의 지역을 답사했다.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게임일지라도 조선시대의 건축물이나 당시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고증하기 위해서다.
국내 게임사들의 이 같은 행보는 K-콘텐츠의 흥행이 실제 오프라인 수요와 문화적 팬덤으로 이어지는 흐름과 일맥상통하다. 실제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는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인지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K-POP 데몬 헌터스'가 누적 시청 5억회를 넘기며 넷플릭스 최고 흥행을 기록하고, 방탄소년단이 한국 문화를 담은 곡을 발표하면서 한국 전통문화가 자연스럽게 해외에 널리 소개됐다. 이에 국립민속박물관의 외국인 관람객 수는 2024년 약 66만명에서 지난해 약 135만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고 지난해 4대 궁·종묘·조선왕릉의 외국인 관람객은 약 430만명으로 전년 대비 34% 넘게 증가했다.
다만, 한국 전통을 소재로 한 시도가 그동안 적었던 것은 아니다. 충무공 이순신이나 실존 인물 김두한 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게임들이 제작되기도 했으나, 대중적인 흥행이나 글로벌 시장 안착에는 한계를 보이며 고배를 마시는 경우가 많았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과 교수는 국내 게임사들이 유례없는 시대적 흐름을 타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더욱 밀도 있는 기획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이미 해외에서 한국의 전통 소재를 충분히 인지할 정도로 K-콘텐츠가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며 "조선 펑크라는 새로운 장르를 제시한 '산나비'의 흥행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속적인 성공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하이컨셉(High-concept)'을 주문했다. 그는 "중국풍 무협이나 기존 게임의 연출 방식을 답습하지 않고 차별성을 갖추기 위해선 시나리오부터 공간 연출까지 독창적인 '하이컨셉'을 유지하는 동시에, 역사 전문가의 철저한 고증을 거쳐 전통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