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탓이라 넘겼는데"…알고보니 '파킨슨병' 신호였다

김유림/이지현 2026. 4. 1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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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일 아니다, 위험 신호 빨리 감지하라
증상 나타나기 수년 전부터 조짐 보여
렘수면 행동 장애 환자 40~60% 발병
만성 변비·음식 냄새 잘 못 맡아도 의심
빠르게 걷기·수영·자전거 타기…
꾸준한 근력운동이 예방에 큰 도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매년 4월 11일은 ‘세계 파킨슨의 날’의 날이다. 파킨슨병의 초기 신호를 정확히 인식하고 조기 진단하도록 돕기 위해 지정됐다. 파킨슨병은 손 떨림이나 보행 변화 등 눈에 보이는 운동 증상이 나타나기 수년 전부터 ‘전조 증상’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런 위험 신호를 감지해 정확한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파킨슨병 환자 14만명 넘어

1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 관심 질병통계에 따르면 국내 파킨슨병 환자는 2024년 기준 14만3441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4년간 14% 증가한 수치다. 조성양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대한민국이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면서 파킨슨병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증상이 일반적인 노화나 다른 신경계 질환과 구분하기 어려워 진단이 늦어지는 사례가 많아 초기 증상을 정확히 인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킨슨병은 뇌 속 도파민 조절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알파-시누클레인’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돼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는 퇴행성 뇌 질환이다. 알츠하이머병 다음으로 흔하다. 60세 이상 인구의 1%에서 발병하는 대표적인 3대 노인성 뇌 질환이다. 연구에 따르면 파킨슨병은 단일 원인에 의해 발생하기보다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다인자 질환이다. 제초제나 살충제와 같은 농약 성분, 이산화질소 등 대기오염물질과 같은 환경적 요인이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된다.

 ◇ 과격한 잠버릇·변비, 뇌가 보내는 신호


파킨슨병의 대표 증상은 안정 시 떨림, 근육 경직, 움직임이 느려지는 서동, 자세 불안정 등이다. 이런 운동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뇌 속 도파민 신경세포가 상당 부분 손상된 이후일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는 운동 증상보다 앞서 나타나는 비운동적 ‘전구 증상’에 주목한다.

대표적인 것이 렘수면 행동 장애다. 렘수면 단계에서는 원래 사지 근육이 일시적으로 마비돼 움직임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조절 기능이 약해지면 꿈 내용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며 소리를 지르거나 주먹질을 한다. 렘수면 행동 장애 환자를 10년간 추적한 연구에서 40~60%가 파킨슨병을 포함한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15년까지 범위를 넓히면 질병 진행 비율이 최대 80%까지 높아진다.

만성 변비와 후각 저하도 놓쳐선 안 될 신호다. 파킨슨병 환자의 70~90%에서 커피 향이나 음식 냄새를 맡지 못하는 후각 저하가 먼저 나타난다. 변비는 장운동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계 영향으로 병이 발생하기 10년 전부터 시작될 수 있다. 정유진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이런 변화를 단순한 노화로 넘기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해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는 게 장기적인 삶의 질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했다.

 ◇ 정확한 진단, 유사 질환 감별 핵심

파킨슨병을 확진할 수 있는 단일 혈액검사나 뇌 영상 검사는 아직 없다. 신경과 전문의가 세밀하게 환자의 병력을 들은 뒤 신경학적 진찰을 토대로 병을 진단한다. 병리학적으로는 뇌 조직에서 도파민 신경세포의 소실과 레비소체가 확인돼야 확진할 수 있다.

진료 현장에서는 다양한 보조 기법을 동원해 진단의 정확도를 높인다. 도파민 신경의 기능을 평가하는 도파민 운반체 영상 검사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등을 활용해 진행성 핵상 마비, 다발성 신경계 위축과 같은 비전형적 파킨슨증과 이차성 파킨슨증을 감별한다. 최근엔 인공지능(AI) 기반의 보행 분석과 정밀 수면·후각 검사 등이 도입돼 조기 변화를 반영하는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파킨슨병은 정밀한 감별 진단이 중요하다.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루이소체 치매, 피질 기저핵 변성, 정상압수두증 등은 치료법과 예후가 다르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오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전문적인 신경학적 평가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약물·운동, 체계적 치료

치료 기본은 부족한 도파민을 보충하는 약물 치료다. 레보도파, 도파민 효현제 등의 약물을 용량과 용법에 맞춰 철저히 복용하면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약물을 복용할 때 주의할 점도 있다. 조 교수는 “변비를 해결하기 위해 흔히 쓰이는 레보설피라이드 성분 약물은 파킨슨병 증상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소화기계 약물을 복용할 때도 담당 의사와 반드시 상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경현 세란병원 신경과 과장은 “파킨슨병은 약물 치료와 함께 생활 습관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며 “빠르게 걷기, 수영, 자전거 타기와 같은 꾸준한 근력 운동은 질병 진행을 늦추고 신체 기능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파킨슨병 더 이상 불치병 아냐…뇌심부자극술로 퇴행 늦춰"
 인터뷰 - 서울대병원 백선하 신경외과·신정환 신경과 교수

파킨슨병 치료법 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서울대병원의 백선하 신경외과 교수(왼쪽)와 신정환 신경과 교수. 이지현 기자

“파킨슨병을 진단받은 지 10년이 넘었고 약 복용만으로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 환자에겐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하는 뇌심부자극술(DBS)을 시행합니다. 과거엔 환자가 깨어 있는 상태에서 시행하는 일이 많았지만 최근엔 수면 상태에서도 할 수 있게 됐죠.”

백선하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14일 기자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백 교수는 약물 치료가 되지 않는 파킨슨병 환자를 수술로 치료하는 DBS 분야의 세계적 명의다. 파킨슨병은 뇌에서 도파민을 만드는 신경세포가 소실돼 생기는 만성 진행성 질환이다. 환자 치료를 위해 약물부터 활용하지만 병이 진행되면 약효 지속 시간이 짧아지거나 약물 유발 이상운동증 등이 생길 수 있다. DBS는 이들의 뇌에 전극을 넣어 미세한 전기 자극을 전달하는 방법이다. 서울대병원 파킨슨센터는 환자 수술 전후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자료와 영상데이터 등을 폭넓게 구축했다. 신경외과와 신경과 간 유기적인 협진을 토대로 세계 파킨슨병 치료법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백 교수와 신정환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를 만나 파킨슨병 치료의 현재와 미래 등에 대해 들어봤다.

▷파킨슨병 초기 증상은 어떤가.

백 교수 “운동에 필수적인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은 뇌 뿌리 속에 있는 흑질 안에서 생성된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을 만들어내는 세포를 죽인다. 일반적으로 70~80%가량 진행된 뒤 증상이 나타난다. 주로 50대에 진단받고 표정이 없거나 움직임이 느려지는 증상을 호소한다. 이 외엔 뚜렷한 증상이 없어 조기 진단이 어렵다.”

▷치료 시기가 중요하다.

신 교수 “진행하면 운동 증상이 악화하고 균형 장애, 삼킴 장애, 보행 동결이 동반된다. 인지 저하, 자율신경계 이상 등도 나타날 수 있다. 초기엔 약물로 증상을 효과적으로 조절하고, 일상생활 불편을 최소화하는 게 치료 목표다.”

▷약물 치료를 꺼리는 환자가 많다.

신 교수 “발병 초기부터 약물 치료를 해도 부작용이 없다는 게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파킨슨병은 약물에 대한 반응이 좋은 질환 중 하나다.”

▷약이 듣지 않으면 DBS를 시행한다.

백 교수 “효과적 치료 옵션이지만 수술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에 진단 초기부터 바로 권하지는 않는다. 초기 약물치료로 10년 안팎 동안 증상 조절이 가능하다. 이후 약물 반응이 불안정해지거나 이상운동증 등 부작용이 나타나면 DBS를 선택적으로 고려한다.”

▷환자마다 DBS 효과에 차이가 있다.

백 교수 “수술 중 뇌척수액이 일부 유출돼 뇌가 미세하게 이동할 수 있다. 계획한 위치와 실제 전극 위치 사이에 차이가 생기면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과거엔 수술 후 6개월간 환자에게 맞는 적절한 위치를 찾아 조정했다. 서울대병원은 수술 전후 영상을 융합한 3차원 분석으로 한 달 만에 최적의 위치를 찾는 법을 개발했다. 환자의 치료 결과도 개선된다는 것을 입증했다.”

▷수면 수술법도 도입했다.

백 교수 “DBS는 과거 환자가 깨어 있는 상태에서 했다. 수술 중 환자 반응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환자 공포감, 압박감이 컸다. 최근엔 전신마취를 한 뒤에도 뇌파를 확인하고 정확한 전극을 삽입할 수 있게 됐다.”

▷DBS를 받은 뒤 증상이 나아진 사례도 있다.

백 교수 “수술이 도파민 수치를 향상시켜 파킨슨병으로 인한 퇴행성 경과를 막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술 후 적극적인 재활과 신체 활동을 유지하는 환자일수록 좋은 경과를 보인다. 명확한 기전(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DBS가 뇌 회로를 활성화해 망가진 흑질 속 도파민을 분비하는 뉴런 시스템을 간접적으로 보완하고 신경세포 생존을 돕는 게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이런 가설이 입증되면 DBS 받는 시점을 앞당겨 파킨슨병 진행을 늦추는 시도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AI 접목 연구도 하고 있다.

신 교수 “증상을 평가할 때 센서, 스마트워치 등으로 환자 움직임과 증상을 측정하는 ‘디지털 바이오마커’ 연구가 활발하다. 인공지능(AI) 기술도 활용된다. DBS에도 마찬가지다. 파킨슨병 관련 뇌 신호인 ‘베타파’를 측정해 최적의 자극 전략 수립을 도와주는 ‘적응형 DBS’도 일부 국가에서 적용하고 있다. 국내 도입을 위한 승인 절차가 진행 중이다.”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백 교수 “최근엔 로보틱스 기술을 활용해 보행 동결을 개선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와 접목해 파킨슨병으로 인한 신체장애를 보완하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다. 실용화되면 아이언맨 슈트를 입은 것처럼 환자가 생각만 하면 행동할 수 있어 장애를 극복할 수 있게 된다. ‘파킨슨병은 고칠 수 없는 병’이라고 생각해 너무 실망하지 말아야 한다.”

신 교수 “파킨슨병은 초기 약물 치료부터 고주파 소작술, 감마나이프 수술, 뇌심부자극술, 집속 초음파 치료까지 여러 옵션이 있다. 치료 선택지가 늘었지만 정보 부족 탓에 치료 시기를 놓치는 환자가 여전히 많다. 의료진과 적극적으로 치료 방향을 찾아야 한다. 해외에서 쓰이는 신약이나 신기술이 국내에 빠르게 도입되도록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다.”

김유림/이지현 기자 youfore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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