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초교 체육관 학생 추락사고, 교사 ‘벌금→무죄’ 뒤집혀

김찬우 기자 2026. 4. 14.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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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초등교사, 벌금 800만원 뒤집고 2심 ‘무죄’ 
제주지법 “모든 안전사고 책임 다할 수 없어”
디바이더 봉을 잡은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시 모 초등학교 실내 체육관에서 발생한 디바이더 추락사고와 관련해 교사에게 모든 안전사고에 대한 형사 책임을 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벌금형 1심이 뒤집힌 판결이다. 

14일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박정길 부장)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50대 초등교사 A씨에 대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도교사인 A씨가 체육관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 감독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며 벌금 80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학생들을 지도, 감독할 의무는 있지만 예견하기 어려운 학생들에 의한 장난, 관리 소홀 등 문제를 형사적 범죄로까지 다스리기는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재판은 교사가 없을 때 학생들이 체육관 공간을 구분하는 일종의 커튼인 '디바이더' 조작 장난을 치다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교사의 업무상과실이 성립하느냐가 쟁점이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지난 2023년 7월 17일 오전 제주시 모 초등학교 실내 체육관에서 B학생이 디바이더에 매달려 올라갔다가 약 6m 높이까지 상승한 상태에서 바닥으로 추락했다. 

이에 B학생은 허리 부위 심각한 부상으로 곧바로 응급 수술을 받았으며, 현재까지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B학생을 비롯한 학생들은 교사가 없는 체육관에서 리모콘을 조작하며 디바이더에 매달리는 등 장난을 쳤다.

학생들은 정규 수업 전인 오전 8시쯤부터 40분간  진행되는 건강체력 교실에 참여 중이었으며, A씨는 해당 프로그램 지도교사를 맡아 체육 활동을 지도하는 역할을 맡았다. 

사고 당일 A씨는 프로그램을 일찍 마친 뒤 학생들에게 뒷정리를 지시하고 정규 수업 준비를 위해 떠났으며, 그 사이 학생들이 리모콘을 조작하는 장난을 치다 사고가 발생했다.
학생이 매달려 있다가 추락한 디바이더. 높이는 약 8m 정도로 추정된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디바이더 관련 장난에 대해서는 함께 있었던 다른 학생이 이를 인정했다. 증인신문을 위해 법정에 출석한 한 학생은 "디바이더를 올리기 전에 타면 재밌다고 해서 뒷정리를 마치고 장난쳤다", "7~8명이 자기가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매달리다 내려왔다"라는 등 말했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학교에서 발생하는 모든 안전사고에 관해 민사는 별도로 보고 모든 책임을 다할 수는 없다"며 "일정한 법리와 기준에 따라 이번 사건을 살펴봤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교실로 돌아가지 않고 리모콘을 조작하며 장난치다 발생한 사고는 피고인이 직접 관여하지 않았음이 증거상 명백하다"며 "장난 과정에서 형사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위험성을 예견, 의무를 다하지 않고 게을리한 과실이 인정됐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이 체육관에서 학생들을 지도 감독할 지위에 있고 학생들을 교실로 보낸 뒤 뒷정리를 했어야 했다. 그러나 뒷정리 범위에 디바이더 관리가 있었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며 "관리 책임이 있다고 해도 민사와 별도로 범죄가 성립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디바이더 관리 소홀에 의해 학생들이 장난을 치다가 발생한 사고에 대해 형사적 제재를 가하는 범죄로 다스리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이 밖의 형사책임을 지울만한 증거도 부족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