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파마 '볼트온' 전략 가속화…바이오테크에 호재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빅파마가 통상 수십억달러 초반 규모인 중소형 인수합병(M&A)을 잇달아 추진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제약사들은 대규모 거래에 집중했다. 바이오제약 M&A 역사상 최대 거래로는 630억달러 규모였던 지난 2019년 애브비의 앨러간 인수와 740억달러였던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의 셀진 인수가 꼽힌다. 2023년에는 화이자가 항암제 기업 시젠을 430억달러에 인수했다.
이 같은 초대형 거래 목적은 대부분 특허 만료로 인한 매출 공백을 메우는 것이었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BMS와 화이자 모두 전반적인 제약업계 대비 부진한 성과를 보였으며 여전히 매출 압박을 받고 있다.
이에 제약업계가 분산 투자 형태의 소규모 거래로 눈을 돌리고 있다.
투자업체 알저의 산지브 탈와르 헬스케어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이러한 환경은 규모 중심의 산업 통합이 아니라 혁신을 촉진하고 중소형 바이오테크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분위기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머크는 이러한 흐름을 가장 잘 보여주는 기업으로 평가된다. 머크의 대표 항암 면역치료제인 키트루다의 특허는 2028년에 만료될 예정이다. 키트루다는 지난해 약 32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회사 전체 매출의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머크는 적극적으로 M&A를 모색하는 한편 인수가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초 머크는 암 치료 바이오테크 리볼루션메디슨스 인수를 논의했지만 가격 합의에 실패해 협상이 결렬됐다. 또한 과거에는 화이자가 인수한 시젠에 대해서도 인수 검토 단계에서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크는 대형 인수 대신 볼트온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폐 질환 치료제 개발사 베로나파마를 100억달러에 인수했고 11월에는 항바이러스 기업 시다라테라퓨틱스를 92억달러에 인수했다. 또 지난달에는 백혈병 치료제 개발사 턴스파마슈티컬스를 약 60억달러에 인수했다. 머크 주가는 지난 6개월 동안 41% 상승했는데 이에 대해 투자자들이 회사의 볼트온 전략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볼트온 전략은 제약산업 전반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 스티펠에 따르면 지난 7일까지 10억달러 이상 규모의 거래가 19건 발표됐는데 모두 100억달러 미만이었다. 이미 거래 건수는 연간 기준으로 높은 수준이며 올해 총 72건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지난해의 두 배를 넘게 된다. 스티펠에 따르면 바이오제약 M&A 총 거래 금액도 2019년에 이어 올해가 역사상 두 번째로 클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진행된 19건의 거래 중 길리어드와 일라이릴리이 6건을 차지했고 암, 자가면역질환, 수면장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졌다. 두 기업은 공통적으로 당장 특허 만료 리스크를 안고 있지 않아서 장기적 관점에서 잠재력이 있는 소형 기업에 투자할 여력을 갖고 있다.
골드만삭스도 제약업계 인수 규모가 과거보다 작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진행된 거래의 중간값은 인수 발표 이후 1년 뒤 예상 매출의 약 7배 수준으로 2007~2023년 평균인 약 11배를 크게 밑돌았다.
많은 제약사들이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어 향후에도 M&A 움직임이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은행 니덤에 따르면 세계 상위 14개 제약사의 연간 매출인 약 7000억달러 중 거의 절반을 차지한 의약품들이 2031년까지 특허 만료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또한 업계는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 스티펠은 제약업계가 여유 M&A 자금력, 즉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인수에 활용 가능한 차입한도가 6500억달러 이상인 것으로 추산했다.
이러한 변화는 바이오테크 업계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WSJ는 이러한 전략 덕분에 바이오테크 주식이 지난해 강세를 보인 이후 올해도 시장 수익률을 웃도는 성과를 기록 중이라고 분석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연초 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SPDR S&P 바이오테크 상장지수펀드(ETF)는 올해 약 6% 상승했다. 또 제약업계가 지속적으로 파이프라인을 보강할 것으로 전망되고 바이오테크 밸류에이션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에도 거래 증가와 주가 상승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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