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는 위헌 판단했는데…최대 23년간 후속 입법 없이 방치된 법령들

최혜린 기자 2026. 4. 1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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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성동훈 기자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개정된 법령 5건 중 2건은 개정 시한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헌재가 위헌이라고 판단했지만 여전히 개정되지 않은 법률은 26건에 달했다.

14일 헌재는 1988년 헌재 출범 이후 지난달 31일까지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법령 619개(909개 조항)의 개정 현황을 조사해 이같이 밝혔다.

헌재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는 경우 대부분(82.1%) 법령개정 시한을 명시했는데, 평균 약 1년5개월이었다. 하지만 실제 법령 개정을 마치는 데는 평균 1년6개월이 걸렸다. 개정이 완료된 593개 법령 중 57%만이 개정 시한을 준수했다. 개정시한을 넘긴 경우만 보면 평균 2년3개월이 소요돼 약 10개월 동안 입법 공백이 발생했다.

헌재 결정에도 아직 후속 입법이 되지 않은 법령은 26건(위헌 16건·헌법불합치 10건)으로 나타났다. 헌법불합치 결정은 특정 법령이 위헌이라고 판단하면서도 법적 안정성을 위해 한시적으로 법 조항을 남겨두는 것이다.

헌재는 2019년 형법상 낙태죄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해 위헌이라고 판단해 헌법불합치 결정했는데 7년간 입법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일몰 후 옥외집회를 금지한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조항에 대해서는 2009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16년9개월째 법이 개정되지 않았다.

후속 입법이 가장 늦어지고 있는 사례는 2002년 9월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약사법 조항이다. 헌재는 법인약국 설립을 전면 제한한 약사법 조항이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는데 23년6개월이 지나도록 개정되지 않았다.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고 올해 1분기에 개정된 법령은 총 4건이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의 국가배상 소멸시효 관련 조항이 개정되면서 그동안 소멸시효 문제로 소송을 내지 못했던 피해자들은 진실규명 결정을 근거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길이 열렸다. 대통령 관저 및 국회의장 공관 등 인근의 집회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대신 일부 예외 사유(직무를 방해할 우려가 없거나 대규모 집회로 확산할 우려가 없는 경우)를 인정하는 쪽으로 집회의 자유를 확대한 집회·시위법 개정안도 마련됐다.

이 밖에도 헌재가 2015년 위헌으로 판단한 국민투표법 조항은 10년여 만에 개정돼 주민등록이나 국내거소신고를 하지 않는 재외국민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됐고, 가족 부양의무를 저버린 사람은 유류분 청구를 제한하는 민법 개정안도 올해 2월 통과됐다.


☞ ‘낙태죄 헌법불합치’ 7년…“임신중지 시스템 없으면 ‘36주 산모’ 또 생긴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604110600011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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