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2년 후… 관피아는 왜 사라지지 않았나 [참사의 사슬⑥]

이혁기 기자, 강서구 기자 2026. 4. 1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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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대형사고 10년의 기록 6편
12주기 세월호 침몰 사고 후
법ㆍ제도 대폭 수정했지만
12년 전과 지금 다르지 않아
반복되는 사회 구조적 병폐들
기본에서 답 찾을 필요 있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모두가 실의에 빠졌던 2014년, 정부는 국민에게 이렇게 약속했다. 이를 위해 낡은 법망을 뜯어고치고 재난안전예산을 대폭 늘리는 등 국가 안전 시스템 전반을 재설계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무색하게도 대형 참사는 끊임없이 터지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 걸까. 세월호 참사 후 달라진 것과 달라지지 않은 것을 분석했다.

視리즈_대형사고 10년의 기록
1편_우린 참사를 얼마나 기억하고 있을까
2편_'샌드위치 패널' 불편한 사각지대
3편_관리 부실, 늑장 대응… 인재 똑같은 패턴
4편_빨리빨리, 눈 감은 감리… 모두 닮은꼴
5편_묵살, 은폐 … 대형화재 지독한 공식
6편_참사 12년… 관피아는 왜 사라지지 않았나
7편_"사고 막는 비책? 해야 할 일 잘 하라"
8편_법 자체가 '안전망'이어야 한다

세월호 참사가 4월 16일로 12주기를 맞는다.[사진 | 뉴시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2014년 4월 16일. 대한민국 국민은 믿기 힘든 광경을 목격했다. 수학여행을 떠났던 학생들을 비롯해 수많은 이들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차가운 바다로 가라앉았다.

사망자 299명, 미수습자 5명이라는 참혹한 현실 앞에서 온 국민은 슬픔과 무력감에 빠졌다. 그렇게 자녀와 친구, 선생님, 직장 동료를 잃은 이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

■ 관점① 세월호, 인재의 표본 = 이 말의 뜻은 명백했다. 세월호 참사는 단순한 불운이나 자연재해에서 기인한 사고가 아니었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가 한꺼번에 터져 나온 '인재人災의 표본'과도 같았다.

무리한 증축과 화물 과적 등 선박 자체의 결함, 엉망으로 진행된 검사시스템, 이윤 극대화에 매몰돼 이를 은폐한 기업, 마피아처럼 얽힌 기관과 기업의 뿌리 깊은 유착 등 '인재의 징후'가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사고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안전 교육과 초동 대처는 미흡하기 짝이 없었다. 위기 상황에서 따라야 할 매뉴얼은 지켜지지 않았다. 현장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컨트롤타워는 우왕좌왕하기 바빴다. 관계 부처와 지자체는 인명 구조보다 전시 행정에 급급했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이를 의식한 듯 정치권과 정부는 하나같이 "세월호 전과 후의 대한민국은 완전히 달라야 한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말만 앞세운 건 아니다. 각종 규제와 법을 대거 손질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 대표적인 사례다. 18대 국회(2008~2012년) 때 26건에 그쳤던 개정안 발의가 19대 국회(2012~2016년)에선 77건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세월호 참사 직후 발의된 법안만 29건에 이른다.

이를 종합해 국회는 2014년 12월 9일 재난안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재난 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국민안전처(현 행정안전부) 신설, 긴급구조 활동 시 통제단장인 소방서장의 지휘를 따르는 현장 체계 구성, 세계 최초의 재난안전통신망 구축, 재난백서 작성, 제출 등 국가 재난 시스템을 전면 재설계하는 게 골자였다.

[사진 | 뉴시스]
선박 연한과 검사 기준도 대폭 강화했다. 2015년 4월 당시 해양수산부는 세월호 사고 재발 방지를 막겠다는 취지로 '연안여객선 안전관리 개선현황'을 발표했다. 선사 이익단체인 '해운조합'에 소속돼 있던 운항관리자를 공공기관인 '선박안전기술공단'으로 이관하고, 해양사고를 막기 위해 선박과 사업장을 살피는 해사안전감독관 지도ㆍ감독을 강화했다. 안전 규정 위반 시 부과하는 과징금도 기존 최대 3000만원에서 10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정부는 고위공직자의 낙하산 재취업 등 이른바 '관피아'도 엄격하게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당시 산하 관계기관의 보직을 독식한 해양수산부 전직 관료들이 '봐주기식'으로 일을 처리한 탓에 감시ㆍ감독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5년 '공직자윤리법' 개정안도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퇴직 공직자의 취업 제한 기간을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늘렸고, 업무 관련성이 높아 취업이 불가능한 사기업 범위도 확대했다.

기획재정부(현 재정경제부)는 공공질서ㆍ안전에 쓰이는 국가 예산을 대폭 늘렸다. 기존 12조2000억원(2014년) 규모였던 중앙행정기관의 재난안전예산을 2015년 14조6000억원으로 17.9% 확대한 건 대표적 사례다. 아울러 재난 예방을 위해 각종 시설을 개량하고 소프트웨어 해킹 같은 새로운 유형의 재난에도 대응하는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 관점② 달라지지 않은 현실 = 이렇게 법과 제도를 전면 수정하고 막대한 예산까지 쏟아부었으니, 지금의 대한민국은 12년 전과 비교해 확연히 달라졌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표면적인 매뉴얼과 시스템은 번듯해졌을지 몰라도, 한꺼풀 벗겨보면 본질적인 문제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무엇보다 '관피아 규제'가 유명무실해졌다.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 경제 관련 8개 부처(기획재정부ㆍ산업통상자원부ㆍ국토교통부ㆍ중소벤처기업부ㆍ공정거래위원회ㆍ금융위원회ㆍ국세청ㆍ금융감독원)의 퇴직 공직자 재취업 승인율은 평균 94.2%에 달했다. 퇴직 공직자 10명 중 9명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민간기업이나 협회 등에 재취업했다는 얘기다.

퇴직 공무원의 재취업 승인률이 가장 높은 건 기획재정부로, 100%였다. 산업통상자원부(현 산업통상부)와 국세청이 97.8%로 뒤를 이었다. 승인율이 가장 낮은 공정거래위원회도 83.9%를 기록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해피아(해양수산부+마피아)'란 비판을 받았던 해양수산부는 이보다 높은 85.4%를 기록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당시 성명을 통해 "관경유착, 취업시장 공정성 저해, 기업 방패막이 등 관피아가 사회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이 심각하다"며 "정부와 정치권은 이를 근절할 법제도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재난 관련 예산을 늘린 것도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중앙행정기관의 재난안전예산은 2014년 12조4000억원에서 올해 26조6000억원으로 12년 새 2.1배 증가했지만 참사의 고리는 끊어지지 않았다. 500억원 이상의 재산 피해를 기록한 2016년 대구 서문시장 화재, 2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2017년 재천 스포츠센터 화재, 47명이 숨진 2018년 밀양 세종병원 화재, 2022년 159명이 목숨을 잃은 이태원 압사 사고 등 수많은 사상자와 천문학적 피해를 남긴 대형사고가 12년간 쉼 없이 발생했다.

■ 관점③ 달라지지 않은 이유 = 정부가 대대적으로 제도를 손질했음에도 문제점이 여전히 노출되는 이유는 어찌 보면 단순하다. 인재를 낳는 '근본적인 원인'까진 규제의 칼날이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전보다 이윤을 좇는 사고방식, 유착으로 얽힌 봐주기식 운영, 일상이 된 안전 불감증 등 대형 사고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병폐들이 바로 원흉이다. 한결같이 겉으론 잘 드러나지 않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이기도 하다.

전문가들도 이같은 사회구조적 문제들이 대형 참사의 뇌관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송창영 한국재난안전기술원 이사장은 "전기차만 해도 안전 기준이 제대로 확립돼 있지 않은 상태지만 기업과 정부의 묵인 속에 버젓이 판매ㆍ운행되고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을 이었다.

"요즘 지하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 시설이 늘고 있는데, 전기차의 리튬 배터리 화재는 일반 소화기론 진압이 안 된다. 하지만 전용 소화기를 배치했거나 이를 사전에 고려해 건축된 지하 주차장은 사실상 전무하다. 전기차에 불이 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게 뻔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누구 하나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 이것이 재난을 대하는 대한민국 시스템의 현주소다."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송 이사장은 '공론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대형사고를 초래하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병폐를 이젠 '여론의 도마'에 올려놔야 한다는 거다. "참사가 발생할 때만 반짝 분노했다가 이내 잊어버리는 '무지의 반복'이야말로 가장 큰 재난이다. 안전보다 편리와 이윤을 좇는 낡은 관습을 직시하고, 공론화를 통해 비상 상황에 대비하는 사회 시스템을 촘촘하게 구성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 후 12년이 흘렀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아직도 안전해지지 않았다.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다. 안전불감과 망각의 반복 탓이다. 이영주 경일대(소방방재학부) 교수는 '기본'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없는 제도를 새롭게 만들어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원래 해야 할 일들을 정확하게 하면 된다. 가령, 어떤 건축물이든 소방안전 관리자를 둬야 한다. 그런데 현장에 가보면 이런 원칙을 지키지 않는 곳이 숱하다. 사고 방지 대책은 가까운 데 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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