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 마세요, 못 만들어요” 일본도 난리났다…주가 급락에 주문 중단까지 이란 전쟁 여파

이란 전쟁 여파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일본 산업 전반이 연쇄 충격에 빠졌다. 원유부터 나프타, 석유화학 제품, 완성차, 생활 인프라까지 영향을 받으며 공급망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닛케이 등에 따르면 일본 위생기업 TOTO는 최근 거래처에 조립식 및 모듈형 욕실 신규 주문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중동발 원자재 수급 불안으로 생산에 필요한 핵심 소재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는 조립식 및 모듈형 욕실 제품에 적용되며, 주문 재개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토토는 1917년 일본 후쿠오카에서 설립된 기업으로, 양변기와 욕조 등 위생 설비 제품을 생산하는 대표 제조사다. 일본 아파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듈형 욕실은 욕조와 방수 바닥, 벽, 천장, 샤워 설비 등이 일체형으로 구성된 제품이다. 특히 세면기·욕조 등 욕실용품의 필름 접착제나 코팅제의 원재료인 유기용제를 만드는 데 나프타가 필수적이다.
시장 반응도 즉각 나타났다. 토토 주가는 관련 소식이 전해진 직후 장중 최대 8.8% 급락하며 2024년 10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토토 측은 성명을 통해 “중동 분쟁으로 국내외 원자재 조달이 극도로 불안정해졌다”며 특히 유기용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주문 중단 근본 원인은 일본의 높은 중동 의존도에 있다. 일본은 원유의 약 95.9%, 액화천연가스(LNG)의 10.6%를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 역시 약 4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 들여오는 원유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구조다.
이처럼 나프타 수급이 어려워지자 일본 산업계 공급망이 흔들리고 있다. 나프타는 플라스틱, 합성섬유, 고무 등 다양한 산업의 기초 원료로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데, 이 공급이 막히면서 파급 효과가 연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석유화학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신에쓰화학공업은 건축 자재 등에 사용되는 폴리염화비닐(PVC) 가격을 약 20% 인상하고 생산량을 줄였다. PVC 원료인 에틸렌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에틸렌은 나프타를 기반으로 생산되며, 미쓰비시케미컬, 미쓰이화학, 이데미쓰고산 등 주요 기업들도 잇따라 감산에 들어갔다.
이 같은 흐름은 ‘나프타→에틸렌→PVC→건축 자재’로 이어지는 공급망 전체에 타격을 주고 있다. 나프타는 에틸렌뿐 아니라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 다양한 기초화학 제품의 원료로 활용되기 때문에 자동차 부품, 가전제품 등 제조업 전반으로 영향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제조업 현장에서도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완성차 업계는 물류 차질과 수출 지연으로 생산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닛산은 규슈 후쿠오카 공장에서 3월에만 약 1200대 감산을 단행했으며, 토요타도 4월까지 중동 수출용 차량 약 4만 대를 줄이기로 했다. 중동향 차량 운송이 지연되면서 보관 공간 부족 문제가 발생한 데 따른 조치다.
에너지 공급 차질은 산업을 넘어 일상 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원유 수급 불안이 중유와 경유 부족으로 이어지면서 온천과 대중교통 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효고현의 한 온천 시설은 보일러용 중유를 확보하지 못해 결국 휴업을 결정했다. 해당 온천 운영자는 “20년 넘게 운영했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며 “중유가 없으면 영업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경유 부족 여파도 확산 중이다. 나가사키현의 한 여객선 업체는 연료 확보 어려움으로 운항 횟수를 하루 왕복 11회에서 9회로 줄였고, 발전업체 J-POWER는 나가사키현 마쓰우라 화력발전소의 출력을 낮췄다.
김여진 AX콘텐츠랩 기자 aftershoc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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