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제야 개발하는 무기, 한국엔 이미 있다...K-방산 새 주역은 '비궁'?

이란 전쟁이 터지고 페르시아만 일대의 석유·천연가스 시설들이 하나둘씩 터져나가면서 기름값이 비상이다. 분명 걸프만 일대 산유국들은 기름 팔아 넘쳐나는 달러로 미국과 유럽의 최고급 방공무기들을 대거 구매한 나라들이고, 그 덕분에 방공망이 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나라들인데, 이번 전쟁에서는 이상하리만치 피해가 크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어 이란 전쟁까지 지배하는 자폭 드론
‘패트리엇’으로 대표되는 이들 국가의 방공망은 이란의 탄도미사일만큼은 상당히 잘 막고 있다. 이란이 대량으로 보유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사정권에 있는 UAE와 카타르 등은 탄도미사일은 90% 이상의 요격 성공률을 기록하며 꽤 잘 막아내고 있는데, 탄도미사일보다 훨씬 느린 드론 대응에 있어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란이 걸프만 국가에 쏘는 장거리 자폭 드론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유명해진 *’샤히드-136’과 같은 프로펠러 추진 방식의 저가형 드론이다.
샤히드-136(Shahed-136)
이란이 개발한 장거리 자폭 드론. 상용 부품을 사용해 2만5,000달러 수준까지 가격을 낮췄고, 시속 110~185km의 속도로 1,800~2,500km를 날아갈 수 있는 장거리 타격 무기다. 러시아가 대량 수입해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하고 있고, 러시아(게란-3), 미국(LUCAS) 등에서 유사품이 제작되고 있다.
이 드론은 시속 110~150㎞ 정도의 속도로 날아가기 때문에 격추가 쉬워 보이지만, 실전에서는 그렇지도 않다. 걸프 국가들이 사용하는 F-15나 F-16과 같은 전투기들은 시속 700~900㎞의 속도로 날기 때문에 상대 속도가 너무 빨라 느려터진 자폭 드론을 기관포로 잡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미사일을 쏘자니 미사일 재고가 부족하고 가성비도 안 맞는다. 샤히드 드론 1대는 2만~5만 달러 수준이지만, 전투기에서 쏘는 공대공 미사일은 싼 것도 1발에 55만 달러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우크라이나에서 1대당 2,000달러 안팎의 초저가 요격 드론을 들여오는 분위기지만, 이것도 ‘정답’은 아니다. 수동 조종 방식이어서 드론 조종사를 키워내는 데 시간이 걸리고, 레이더와 통신장비 등 요격 드론 운용을 위해 갖춰놔야 할 지원 시설 구축에도 꽤 많은 돈과 시간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근 소개했던 A-10C 공격기의 부활 사례처럼 저속 항공기에 저렴한 유도 로켓을 붙여 드론 요격에 사용하려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다. 많은 나라가 미국의 APKWS II 유도 로켓에 주목하고 있는데, 한국에 이보다 더 뛰어난 검증된 옵션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다.
값비싼 미사일로 드론 쏠 수 없으니...주목받는 '유도 로켓'
일단 용어 정리부터 필요할 것 같다. 앞서 소개한 APKWS II라는 무기는 ‘유도 로켓’으로 분류된다. 이 ‘유도 로켓’과 ‘미사일’의 개념이 워낙 비슷해 혼선이 빚어지는 경우가 많다. 유도 로켓은 말 그대로 탄두가 장착된 로켓에 유도장치를 결합한 물건이다.
미사일은 탄두·유도장치·추진장치를 결합, 스스로 앞으로 나아가며 목표물을 쫓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무기다. 미사일은 로켓 이외의 다른 추진장치, 즉 제트엔진이나 프로펠러 등을 쓰는 형태도 존재하기 때문에, 미사일이라는 용어는 유도 로켓보다는 좀 더 넓은 의미의 유도무기를 지칭할 때 쓰인다.

그렇다면 유도 로켓도 미사일이라고 부르면 될 것을 왜 굳이 유도 로켓이라는 별도의 분류를 만들어냈을까? 답은 ‘태생’에 있다. 미사일은 기획 단계부터 탄두부·유도부·추진부가 함께 설계·제작된다. 그러나 유도 로켓은 유도 기능이 없는 기존 로켓에 유도 키트를 결합하는 형태로 만들어진다. 미사일이나 유도 로켓 모두 탄두·유도장치·추진장치가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말장난 같지만, 이러한 차이는 제조 공정은 물론, 가격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처음부터 ‘미사일’로 개발돼 생산된 AIM-9X ‘사이드와인더’는 길이 3.02m, 직경 130㎜의 덩치에 84.37㎏의 무게를 가지고 있다. 이 미사일의 추진부에는 1단 고체연료 로켓이, 탄두부에는 근접신관 센서와 연결된 파편 탄두, 유도부에는 이미징 적외선 시커와 통신장치가 있다. 이 미사일은 최대 35㎞까지 날아가며, 마하 2.5의 속도로 높은 기동성을 발휘해 표적에 명중한다. 이 미사일은 1발에 약 55만 달러이고, 2024년 기준으로 월평균 단 137발만 생산된다.
반면, ‘유도 로켓’으로 개발된 APKWS II는 다르다. APKWS II는 히드라 70이라는 로켓에 레이저 유도장치를 결합한 물건이다. 하이드라 70 로켓은 길이 1.87m, 직경 70㎜의 덩치에 15㎏의 무게를 가지고 있고, 고체연료 로켓을 추진장치로 쓴다. 마하 2.9의 속도로 최대 10㎞까지 날아가는데, 이 로켓에 레이저 유도장치를 장착한 것이 APKWS II다. 히드라 70 로켓과 유도키트를 붙인 APKWS II 한 세트는 4만 달러이며, 2025년 기준으로 월평균 1,660발이 생산되고 있다.
로켓에 레이저 유도장치 결합한 '유도 로켓'...저렴하고 대량생산 가능
1950년대부터 대량 사용된 히드라 70 로켓은 원래 요격기에 탑재해 고고도에서 적의 폭격기를 격추할 때 사용되던 공대공 로켓인 *’FFAR’이라는 모델을 기반으로 한다.
FFAR
Folding-Fin Aerial Rocket의 약자. 고공으로 날아오는 적의 대형 폭격기를 격추하기 위한 요격기 탑재용 로켓으로 개발된 공대공 로켓이다. 기관포보다 뛰어난 파괴력과 빠른 속도로 주목받았으나, 유도 능력이 없어 명중률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으며, 이후 공대지 무장으로 전환됐다.
히드라 70은 그 원형이 1940년대 말에 등장했고, 전투기는 물론 헬기에서도 주력 무장으로 대량 사용했기 때문에 엄청난 생산량을 자랑한다. 히드라 70 로켓은 매년 30만 발 이상이 생산돼 미 육·해·공군과 해병대에 대량 납품되면서 1발당 가격이 2,800달러까지 낮아졌다.

사실 이 APKWS II는 테러와의 전쟁 때 값비싼 헬파이어 미사일 소진 속도에 놀란 미군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저렴한 유도무기를 요구하면서 고안됐다. 당시 미군의 주력 공대지 무장이었던 헬파이어 미사일은 원래 전차를 잡기 위해 개발된 무기였다. 문제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는 전차보다는 ‘테크니컬’이라 불리는 무장 픽업트럭이 훨씬 더 많았고, 이런 차량을 잡는데 1발에 10만~20만 달러나 하는 헬파이어 미사일을 쓰는 것은 미군 수뇌부 입장에서는 심각한 돈 낭비로 느껴졌을 것이다.
이 때문에 2002년부터 ‘첨단 정밀 살상 무기 시스템(APKWS)’이라는 이름으로 히드라 70 로켓에 유도장치를 붙인 유도 로켓 개발 사업이 시작됐지만, 개발은 그리 순탄치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2년에야 레이저 유도장치를 붙인 APKWS II가 실전에 배치됐으나 미군의 반응은 그리 좋지 못했다. 명중할 때까지 목표물에 조준 레이저를 비추고 있어야 하는 방식이었던 데다가, 사거리도 짧았다. 염가형 유도무기 소요의 배경이었던 헬파이어가 테러와의 전쟁 초기, 대량 발주에 힘입어 15만~20만 달러에서 7만 달러까지 가격이 내려간 것도 APKWS의 매력을 반감시켰다.
오랫동안 찬밥 신세였던 유도 로켓의 재평가...드론 요격용으로 활용
꽤 오랫동안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APKWS II가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이 로켓의 원형이 원래는 공대공 로켓이었다는 점에 착안한 공군 덕분이었다. 미 공군은 1발에 100만 달러가 넘는 고가의 AIM-120 ‘암람’ 대신 순항미사일 요격용으로 APKWS II를 사용하는 방안을 고안했고, 2019년 요격 실험에 성공하면서 지상 목표 공격용으로만 사용되던 이 무기의 용도를 공중 표적 공격용으로까지 확대했다.
이렇게 용도가 바뀐 APKWS II는 2022년 여름, 우크라이나에 공급되면서 방공무기로 본격적인 활약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차량에 간단한 조준장치와 4연장 APKWS II 발사 튜브를 장착한 ‘뱀파이어’ 시스템은 실전에 투입되기 무섭게 러시아의 정찰·자폭드론은 물론, Kh-59 순항미사일까지 격추하며 그 위력을 과시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저가형 방공무기로 확실하게 입지를 굳힌 APKWS II는 러시아가 ‘샤히드’ 계열 자폭 드론을 대량 사용하기 시작한 뒤부터 가장 효과적인 요격 무기로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APKWS II의 최대 강점은 역시 가격이다. 초기에는 유도 키트와 로켓탄까지 4만 달러에 달했던 이 무기는 최근 대량 발주가 이어지면서 1발당 가격이 3만 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1발에 55만 달러인 사이드와인더, 100만 달러 이상인 암람보다 훨씬 저렴하다. 보병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인 스팅어 미사일(40만 달러)의 10분의 1 가격이다. 물론, 이는 유도 키트와 로켓탄을 합친 세트 가격으로, 기존 히드라 70 재고를 사용하고 유도 키트만 구매하면 1발 가격은 2만 달러 중반 수준까지 내려간다.
기존 공대공 미사일에 비해 작고 가볍다는 점도 큰 강점이다. APKWS II는 히드라 70 로켓을 개조한 것이기 때문에, 70㎜ 로켓 발사기에서 쏠 수 있는데, 현용 70㎜ 로켓 발사기는 ‘다연장’이다. 전투기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발사기인 LAU-68은 7발의 로켓탄을 실을 수 있는데, 전투기 날개 아래의 파일런 하나당 LAU-68 1개를 달 수 있다. 파일런에 TER(Triple Ejector Rack)이라는 장치를 붙이면 발사기 탑재 숫자는 3개까지 늘어난다. 공기 저항 증가 등의 이유로 TER 하나에 LAU-68 3개를 다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전투기 1대에 TER 4개를 달고 여기에 12개의 LAU-68 발사기를 붙이면 무려 84발의 APKWS II를 탑재할 수 있다. F-15E 같은 중·대형 전투기가 많아야 12발의 공대공 미사일을 싣는 것을 생각해 보면 비록 사거리는 짧지만, 엄청난 화력을 갖출 수 있는 셈이다.
'유도 로켓' APKWS II는 1번에 1개 표적만 공격 가능 '치명적 약점'
하지만 APKWS II에는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APKWS II는 반능동 레이저 유도 방식을 사용한다. 로켓을 쏘기 전에 레이저 조사기로 표적을 조준한 뒤, 해당 표적에 계속 레이저를 쏴줘야 APKWS II의 레이저 시커가 그 반사파를 수신해 목표물에 유도되는 방식이다. 이는 1번에 1개의 표적만 공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큰 단점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최근 APKWS II에 적외선 유도장치를 추가해 '발사 후 망각(Fire & Forget)' 기능을 부여하는 성능 개량 사업을 시작했다. 문제는 이 적외선 유도장치가 반능동 레이저 유도장치보다 훨씬 복잡하고 비싸기 때문에 이 유도장치를 장착한 개량형의 가격이 기본형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바로 이러한 시점에 한국이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실 발사 후 망각 기능을 가진 유도 로켓은 이미 한국에서 10년 전에 등장해 전력화됐다. 바로 ‘비궁’이다. 이 비궁을 생산하는 LIGD&A는 최근 미국에 ‘LIG디펜스 US’라는 이름의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미군에 비궁 납품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적외선 유도장치 장착 APKWS II 개발에 나선 바로 그 시점이다.
동시 교전 능력 갖춘 저가형 유도 로켓...한국의 '비궁'
사실 비궁은 미국이 APKWS II 개발을 진행하던 시절, 한·미 공동으로 개발되던 무기였다. 공동개발 사업명은 ‘로거(LOGIR·Low-cOst Guided Imaging Rocket)’ 즉 저가형 유도 로켓이었다. 미국은 저가형 공대지 무기를 조달하기 위해, 한국은 북한의 공기부양정을 요격하기 위한 새로운 무기를 확보하기 위해 개발을 추진했지만, 양측의 요구사항이 달랐다. 결국 공동개발이 무산된 사업을 한국이 단독으로 추진해 완성한 것이 바로 비궁이었다.
※ 이 기사는 한국일보의 프리미엄 기사입니다. 더 자세한 기사 내용은 한국일보닷컴에서 로그인 후 무료로 보실 수 있습니다. 링크를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 넣으세요.
https://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41314020005313
무기로 보는 미래
- ① 초음속 비행 못하고 레이더도 없는데…’퇴출대상’ 공격기가 살아남은 비결은?
- ② "600만 달러짜리 패트리엇 주겠다" 중동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줄 선 이유
- ③ "도그 파이트 끝났다"… 전투기 대신 수송기가 미사일 90발 쏘는 시대
- ④ 미사일처럼 날아가 해저에 뿌려지는 기뢰…바닷길 봉쇄해 전쟁 흐름 바꾼다
- ⑤ 괴짜 취급 당한 이탈리아의 '거대 함포' 집착...드론 격추로 재평가받다
- ⑥ 마두로 체포한 특수부대원은 ‘천만 달러 사나이’…로봇이 대체할 수 있을까
- ⑦ 위장 컨테이너로 운반되는 미사일·핵무기...'반칙' 난무하는 신냉전 시대
- ⑧ 한국 구축함보다 떨어지는 성능, 가격은 1조 원...미군이 구형 경비함 선택한 이유는?
- ⑨ '피나고 알배기고 이갈리는' PRI의 악몽... AI 조준장치가 해결해줄까
- ⑩ 10분 배우고 블랙호크 헬기 띄운다...스마트폰·태블릿으로 싸우는 '게임 같은 전쟁'
- ⑪ "크고 무거워 '짬없는 후임'이 든다"는 유탄발사기...미군이 50년 만에 바꾸는 이유는
- ⑫ ‘철갑의 야수’ ‘지상전의 왕자’에서 총알받이로 전락…전차의 진화 가능할까
- ⑬ 초음속 헬기 '에어울프'가 현실에선 존재할 수 없는 이유
- ⑭ 방탄복 뚫지 못하는 총탄...'대포급 위력' 소총 나온다
- ⑮ 한국전쟁 대인지뢰 '크레모아'가 우크라이나 공중전에 등장한 이유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대로면 민주당 15 대 1로 압승? 지선 흔들 변수 3가지-정치ㅣ한국일보
- "마지막까지 멋진 아빠로 남아줘 고마워"… 완도 냉동창고 화재 순직 소방관 눈물의 영결식-사회
- "이재명 친북 두목이라 불출석" 소녀상 테러 日 정치인, 14년째 한국 법원 우롱-사회ㅣ한국일보
- 이스라엘 한인회장, 李 대통령 저격… "현지 한인들 참 힘들게 해"-정치ㅣ한국일보
- 배우자의 외도, 이혼 안해도 상간자로부터 위자료 받을 수 있나?-오피니언ㅣ한국일보
- JTBC, 월드컵 중계권 협상 '140억' 제안… 지상파 3사 "검토 중"-사회ㅣ한국일보
- 한동훈, 부산 출마선언... 부산 북갑서 벌어지는 '장한갈등' 시즌2-정치ㅣ한국일보
- 전광훈도 尹처럼 영치금 '대박'... "석 달간 5억 받았다"-사회ㅣ한국일보
- 예비 신랑·세 자녀 아빠 덮친 불길… '완도 화재' 소방관 2명,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지역ㅣ한국
- "타이어보다 못한 뚱녀" 롯데 최충연, 여성팬에 막말 논란-스포츠ㅣ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