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베이스 더” KIA를 바꾼 주루의 힘
-안타 때 추가 진루·번트·도루까지, 끊기지 않는 베이스 압박
-한화 3연전에서 드러난 주루의 힘, 득점으로 이어졌다
-타격은 중위권, 그럼에도 이긴다…주루가 메운 공격의 빈틈

[광주매일신문= 주홍철 기자]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올 시즌 확 바뀌었다. 반등의 표면에는 타격 회복이 있지만, 그 이면에는 주루의 변화가 있다.
단순히 치고 기다리는 방식이 아니다. 한 베이스를 더 가져가는 선택, 그 반복이 경기 양상을 바꾸고 있다. 주루는 도루뿐 아니라 안타 때 추가 진루와 태그업, 번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13일 기준, 야구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KIA는 올 시즌 주루 RAA(Runs Against Average) 2.55로 리그 1위다. 베이스 간 판단과 벤치 작전이 결합된 결과다.
구간별로도 고르게 강하다. 1루에서 2루, 2루에서 3루 등 주요 진루 구간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타자가 땅볼이나 뜬볼로 아웃되는 상황에서도 주자가 한 베이스를 더 가져가는 장면이 적지 않았다. 여기에 안타가 나오면 1루 주자가 3루까지 파고드는 장면도 나온다. 빠른 판단과 과감한 스타트, 주루 코치의 사인 등 득점을 노리는 움직임이 끊기지 않는다.
작전 수행도 맞물린다. KIA는 희생번트 9개로 리그 최다다. 주자를 한 베이스 보내고, 곧바로 득점권 상황을 만든다. 번트와 주루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도루는 9개로 중위권에 머물러 있지만, 성공률 100%로 효율적인 운영이 돋보인다. 이 변화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더 선명하다.
KIA는 지난 시즌 주루 RAA 0.82(6위), RS%(Run Scored Percentage) 27.8%(8위), 추가진루율 20.4%(8위)로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달리는 야구가 부족했던 셈이다. 희생번트와 도루 역시 리그 하위권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다르다. 시즌 초반 수치지만 지난해와는 분명한 차이가 드러난다. 주루의 완성도가 올라갔고, 그 자체로 득점 생산을 끌어올리고 있다.
최근 한화와의 3연전은 이를 잘 보여준다.
10일 경기에서 3회 데일의 희생번트가 추격의 발판이 됐고, 9회 박재현의 번트는 쐐기를 박았다. 두 차례 작전은 득점으로 직결되며 6-5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11일에는 5회 박재현이 1타점 적시타를 친 뒤 중계 과정에서 나온 틈을 놓치지 않고 2루까지 진루했다. 8회엔 1-4로 뒤진 상황에서 안타 때 1루에서 3루까지 나아가며 무사 1,3루를 만들었고, 이는 반격의 출발점이 됐다.
12일에는 데일(1회)의 도루가 선취 득점으로 이어졌고, 박재현(4회)도 과감한 도루로 압박을 더했다. 김규성의 두 차례 희생번트는 각각 4회 2득점, 6회 1득점으로 연결됐다. 번트 하나가 흐름을 바꿨고, KIA는 9-3으로 시리즈를 쓸어담았다.
숫자로 확인된 변화가 경기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타격 지표만 보면 KIA는 중위권이다. 팀 타율과 타점 모두 6위, 득점권 타율도 상위권과 격차가 있다. 방망이만으로 경기를 지배하는 팀은 아니다.
그럼에도 승부를 끌어오는 이유는 뚜렷하다. 주루가 공격의 부족한 고리를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안타로 더 가고, 도루와 번트로 찬스를 만든다. 이 선택이 상대 마운드와 수비를 흔든다. 물론 마지막은 방망이가 책임진다. 하지만 그 상황을 만든 건 주루다. 한화전 스윕은 주루의 가치를 확실히 보여준 시리즈였다.
결국 지금의 KIA 공격은 이렇게 정의된다. 치고, 더 간다.
남은 과제는 득점권 생산력이다. 주루가 만든 기회를 얼마나 마무리하느냐에 따라 상승세의 지속 여부가 갈린다.
지금의 KIA는 더 이상 평범한 주루 팀이 아니다. 한 베이스를 더 가져가는 팀, 그 차이가 승부를 바꾸고 있다.
jhc@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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