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의 정곡(正鵠)]보수 궤멸 재촉하는 국힘… ‘뉴이재명’ 1등 공신 된 장동혁

김윤정 2026. 4. 14.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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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장의 가장 훌륭한 선봉장이 된 야당 대표… 길 잃은 보수의 현주소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맹자(孟子)에 ‘위연구어(爲淵驅魚)’라는 말이 있다. ‘연못을 위해 물고기를 몰아준다’는 뜻으로 무능한 군주가 제 백성을 견디다 못해 적국의 품으로 달아나게 만드는 촌극을 꼬집는 고사다. 항우의 잘못된 아집으로 한신과 진평 같은 천하의 인재들을 유방의 진영으로 제 발로 걷어차 헌납한 것이 대표적이다. 항우의 헛발질이야말로 유방 천하통일의 가장 훌륭한 선봉장이었던 셈이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이 고사가 완벽하게 재현되고 있다. 취임 후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 뒤에는 그 영토를 앞장서 넓혀주는 실질적인 ‘뉴이재명’의 선봉장이 존재한다. 역설적이게도 제1야당의 수장인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다. 장 대표의 꽉 막힌 리더십과 헛발질이 합리적 보수 유권자들을 이 대통령의 우산 아래로 부지런히 실어 나르고 있는 기가 막힌 형국이다.

‘뉴이재명’ 중 상당수는 지난 대선 당시 이 대통령을 외면했던 중도·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기존 민주당 강경파와는 다르게 오직 실리와 대안을 좇는다. 이 신흥 지지층 덕분에 이 대통령은 외부에서 셋방을 얻지 않고도 중도·보수라는 영지를 자력으로 통치할 생태계를 구축했다. 여기서 던져야 할 질문은 하나다. 이 거대한 유권자 집단은 왜 보수의 본진을 버리고 적장의 화단으로 피신했는가.

답은 처참하게 망가진 국민의힘의 자중지란과 지도부의 무책임에 있다. 6·3지방선거를 불과 50여일 앞둔 시점에 불거진 장 대표의 ‘뜬금포 방미’는 이 촌극의 절정이다. 당장 한국갤럽의 10개 광역단체장 가상 대결 조사에서 9곳이나 뒤처지고, 보수의 심장인 대구·부산마저 흔들린다는 충격적인 성적표가 날아든 상황이다. 하지만 선거 사령탑인 장 대표는 후보들의 공천과 전략을 챙기기는커녕 출국을 앞당겨 지난 11일 워싱턴DC로 5박 7일간 홀연히 떠나버렸다.

명분이 무너진 자리에는 분열과 조롱만 남았다. 사령탑의 리더십 공백에 오세훈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자체 선대위 구성을 검토하고 유정복 인천시장 예비후보가 공식 출마 선언을 미루는 등 출마자들은 아예 당 색깔을 지우고 ‘각자도생’에 나섰다. 보수정당 사상 최초로 책임당원 100만명 돌파를 자축해야 할 기념식은 최고위원들 간의 노골적인 성토전과 원내대표의 이석 사태로 얼룩지며 반쪽짜리가 됐다.

당내에선 탄식이 쏟아지고, 적장인 민주당 정청래 대표로부터 “선거 시기에 미국 출장을 가시다니 부럽다. 당내에선 ‘후보의 짐’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조롱까지 듣는 처지다.

보수의 최후 거점인 대구조차 공천에 반발한 중진들이 법원과 무소속 출마를 오가며 진지를 흔들고, 그 틈을 파고든 민주당은 김부겸 전 총리와 같은 거물급 인사를 꽂아 넣으며 텃밭의 방화(放火)를 부추긴다. 당 내부에서 “분열로 패배하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는 절박한 호소가 터져 나오지만, 지도부는 원론적 훈계 외에 어떠한 정치력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실용주의를 무기 삼아 보수의 영토에 무혈입성하는 동안, 장 대표는 낡은 레토릭의 성에 갇혀 제 식구들을 밖으로 내쫓고 있다. 적장의 돌격대장을 자처하며 보수의 토양을 파헤쳐 이재명 진영에 바치는 장동혁의 이 눈물겨운 ‘위연구어’가 계속되는 한 떠나간 물고기들이 국민의힘이라는 메마른 연못으로 돌아올 일은 없다.

더 섬뜩한 대목은 이 제1야당의 자기 파괴가 낳을 나비효과다. 민주주의는 역설적으로 ‘강력한 외부 견제 세력’이 존재할 때 건강하게 유지된다. 그 브레이크가 스스로 붕괴하는 순간, 이재명 일극 체제 완성은 시간문제가 된다. 항우의 마지막 헛발질 한 번이 유방의 천하통일을 확정 지었듯 장동혁의 오늘이 한국 정치 지형을 재편하는 결정적 변곡점으로 기록될 판이다.

위연구어의 교훈은 명확하다. 적장을 거인으로 키우는 것은 적이 아니라, 백성의 마음을 잃고도 깨닫지 못하는 리더 자신이다.

김윤정 기자 kking15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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