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남성 청년 일자리… “여성·기성세대·AI 동시 타격"

한국 남성 청년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하락 중인 이유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증가, 기성 세대에 유리한 경직된 고용 구조, AI(인공지능)로 인한 업무 대체 등 사회 변화에 따른 충격을 동시에 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보고서를 한국은행이 내놨다. 한은 조사국 고용연구팀 오삼일 팀장, 윤진영 과장, 오영식 조사역이 14일 발표한 보고서 ‘남성 청년층 경제활동 참가율 하락 추세 평가’에 따르면 한국 남성 청년층(25~34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000년 90%에서 2025년 82%로 큰 폭으로 내려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가파른 속도의 하락이다. 여성 청년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같은 기간 52%에서 78%로 올라간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 남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수준 자체가 여전히 여성보다 높긴 하지만, 여성의 참가율이 빠르게 올라가는 반면 남성은 가파르게 하락 중이라는 점이 차이다. 남성 청년의 OECD 평균 경제활동 참가율은 같은 기간 93%에서 91%로 소폭 낮아진 정도였다.
한은은 고학력 여성이 노동시장에 대거 진입하면서 청년층 내 일자리를 둔 성별 경쟁 구조가 변했다고 진단했다. 분석 결과 4년제 대학 이상의 학력을 가진 1991~1995년생 남성의 경제활동 참가 확률은 1961~1970년생 대졸자 남성에 비해 16%포인트 하락한 반면, 여성은 10%포인트 상승했다. 아울러 지난해 기준 대졸 청년층의 남성 대비 여성 경제활동 인구 비율은 96%로 2000년 52%에 비해 크게 올라갔다. 2000년엔 대졸 남성 100명이 취업할 때 여성 52명이 취업했다면, 이젠 남성 100명당 여성 96명으로 성별 취업자 수가 비슷해졌다는 의미다. 대졸 미만의 경우 이 비율이 69%로 여전히 남성 취업이 여성보다 훨씬 많았다. 직업별로는 사무직과 전문직의 남성 대비 여성 취업 비율이 114%, 98%로 여성이 높은 편이었다. 반면 장치 및 조립 종사자, 기능원은 남성 대비 여성 취업자 비율이 13%, 8%로 남성 취업자가 대다수였다.

‘AI 효과’로 일자리가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가운데 남성 청년층의 일자리 신규 진입은 기성 세대에 의해서도 제약을 받는 모습이었다. 2004~2025년 중 고령층 고용률은 12.3%포인트 높아졌고, 이 중 고학력 취업자의 기여율이 104%에 달했다. 윤진영 과장은 “고령화의 급속한 진행과 정년 연장의 영향으로 이전에 비해 더 많은 고학력 고령층이 더 오래 노동시장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고령층 근로자의 증가는 청년층의 채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AI 기술의 도입·확산도 청년층 고용엔 장애물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생성형 AI인 ‘챗GPT’가 출시된 2022년 11월 이후 4년간 15~29세 일자리는 25만5000개 감소했는데 이 중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 줄어든 일자리가 25만1000개로 98%에 달했다. 반면 같은 기간 AI 노출이 높은 직종에서 50대 일자리는 20만2000개 증가했다. AI를 많이 활용하는 직장일수록 청년은 덜 뽑고, 그나마 늘어난 일자리는 기성세대가 가져갔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AI 확산이 주로 신규 취업자의 일자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AI로 인한 일자리 감소는 남성·여성 청년 모두에 해당하는 문제지만, 여성 고학력 청년이 대거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현상과 맞물리면서 남성 청년들의 충격이 훨씬 커졌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AI 노출도’는 특정 직업의 직무를 AI가 대체할 가능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한은 연구진은 “여성·고령층의 경제활동 참가 확대는 사회 규범 및 인구 구조 변화에 따라 노동 공급이 다양화되는 과정으로 판단한다”면서도 “남성 청년층의 참가율이 OECD 평균을 하회하는 수준까지 빠르게 하락한 점은 우려된다”고 했다. 아울러 “성별·세대 간 경쟁 심화가 일자리의 ‘제로섬’ 재분배로 귀결되지 않고 노동시장 효율성 제고로 이어지기 위해선 청년층이 보다 수월하게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제도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제도적 노력’으로는 정규적 고용 보호의 과도한 경직성 완화, 비정규직의 정규적 전환 촉진, 취업 취약 계층을 위한 신기술 교육 강화 등을 제안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李, 웃으며 쿨하게 보내줬다”...하정우 사표 재가
- 금호타이어, 럭셔리 세단용 ‘마제스티 솔루스 엣지’ 출시
- 선로 한가운데서 웨딩 촬영… 위험천만 건널목 장면들
- ‘대북 송금’ 김성태, 박상용 검사에 “수사 정말 열심히 해” 칭찬
- 헌재, 재판소원 전원재판부 첫 회부…백신 입찰담합 재판 관련
- [단독] 2차 특검, ‘순직 해병 사건 관여’ 박진희 前 보좌관 참고인 조사
- 운동장 10바퀴 달려도 안 빠지는 50대 뱃살...원인은 호르몬에 있습니다
- [오늘의 운세] 4월 29일 수요일 (음력 3월 13일 癸酉)
- 김건희 측, 2심 징역 4년에 “대법원 상고할 것”
- ‘중처법 구속기소 1호’ 영풍 석포제련소 전 대표, 항소심에서도 유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