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지하 군사시설’ 심각성 더 커졌다[시평]

2026. 4. 14.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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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오 전 유엔사 군사정전위 수석대표, 예비역 육군 중장
美의 이란 軍시설 초토화에도
지하에 은닉 미사일 계속 발사
북한 기술로 지하에 시설 건설
北은 동굴진지와 지하 활주로
벙커버스터 견딜 깊이에 건설
새로운 인식과 동맹 강화 절실

서양 군사학의 대부인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는 제대로 된 군인을 양성하려면 직접 실전 경험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최상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많은 희생이 따르기 때문에 그다음의 방법으로 전쟁을 견학하고 유사한 환경에서 훈련하는 것을 추천했다. 지금 유럽과 중동에서 진행 중인 2개의 전쟁은 한반도에서 벌어질 수도 있는 미래 전쟁에 대해 중요한 교훈을 던져준다. 특히, 북한의 지하시설에 대한 우리의 안이한 인식을 바꾸도록 경고한다.

미국은 이란을 공격하기에 앞서 각종 정보 수집 수단을 총동원해 비교적 정확하게 이란 수뇌부와 지휘통제시설, 미사일과 방공망 등 중요 군사시설의 위치를 파악했다. 그리고 이 정보에 근거해 미사일 공격을 집중함으로써 일거에 이란 지휘부를 제거하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지난 2월 28일 전쟁을 시작한 이후 열흘이 지난 시점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핵 능력과 해군력이 궤멸했고, 미사일 능력은 90% 이상 파괴됐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8일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은 개전 후 총 1만3000개가 넘는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했다. 수치상으로는 이란의 거의 전 지역이 초토화돼야 맞는 얘기였다. 그러나 지하에 은닉돼 있던 이란의 미사일은 계속 작동되고 있으며, 주변국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지하시설을 완전히 파괴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이란의 지하 군사시설 건설은 1980년대부터 시작됐는데, 그 건축 기술은 북한이 전해준 것이다. 북한은 1962년 노동당 제4기 5차 대회에서 ‘4대 군사노선’을 채택하고 그 가운데 하나인 ‘전 국토 요새화’의 일환으로 전 지역에 지하기지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공중 관측을 피하기 위해 시작된 이 사업은 군사시설 인근의 땅속을 굴토해 무기와 장비를 감추는 것부터 시작돼 휴전선 인근에 남침용 땅굴도 파고 남쪽을 향한 돌산 중턱에는 동굴 진지를 구축해 서울을 향한 장사정포를 배치했다. 해안에는 잠수함이 드나들 수 있는 기지를 건설했고,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깊은 산속 지하에 활주로를 만들기도 했다. 한국이 이를 알아차리고 지하시설 파괴를 위한 벙커버스터탄을 개발한다고 하자 이번에는 이런 특수 폭탄에도 견딜 수 있도록 더 깊이 파고들었다.

고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2009년 자유북한방송에 출연해 평양 지하 300m 지점에 지하철 이외의 또 다른 지하 세계가 있으며 그곳에서 연결되는 비밀 땅굴은 남포, 순천, 영원 등 주변으로 40∼50㎞나 뻗어 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런 북한 기술이 접목된 이란의 지하시설일 테니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최근 개발한 현무-5 미사일은 지하 100m까지 관통하고, 그 이하의 지하시설이라 하더라도 폭발 때의 충격으로 인해 거의 파괴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재 북한의 전쟁 지휘시설과 군사기지는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지하 100m보다도 훨씬 더 깊게 구축돼 있다. 이를 모두 파괴하려면 표적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필요한 미사일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 우리나라의 보유량만으로는 도저히 충당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미국이나 우방이 적극적으로 미사일을 지원한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핵은 그런 상황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이미 50기 이상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고, 앞으로도 최대 90기까지 조립할 수 있는 핵물질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미사일 사거리도 계속 늘려서 전 세계를 사정권에 두고 있다. 그런 북한의 위협을 무시하고 어느 국가가 흔쾌히 자신들의 군사력을 한국을 위해 지원하겠는가. 지금 나토(NATO) 회원국들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취하는 입장을 보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있다. 동맹인 미국도 전시 작전통제권이 전환되면, 작전범위를 해·공군 작전으로만 한정한다고 하는데 그 경우에도 과연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미사일전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는가.

현재 유럽과 중동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2개의 전쟁은 사실상 핵보유국이며 전 지역을 요새화한 북한을 상대해야 할 우리나라의 상황 인식이 너무나 느슨하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권태오 전 유엔사 군사정전위 수석대표, 예비역 육군 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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