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수수료 장사 넘어… 57조 모아 ‘모험자본’ 키운다[자본이 이끄는 금융혁신 시대]

박정경 기자 2026. 4. 14.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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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이 이끄는 금융혁신 시대 - <1> 증권사 ‘모험자본 허브’ 재편
발행어음·IMA로 자금 조달
7개 사업자 잔액 57조 달해
기업금융·모험자금에 공급
주식 수수료 중심 사업구조서
자기신용 기반 투자금융 변신

증권업계가 주식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중심의 전통적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를 통한 자금 조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변동성 장세 속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찾는 시중 자금이 몰리며 관련 조달 규모는 최근 57조 원으로 불어났다. 직접 끌어모은 장기 자금을 기업금융과 모험자본에 공급하면서, 증권사가 단순 중개기관을 넘어 자본시장의 ‘모험자본 허브’로 재편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7개 발행어음 사업자(한국투자·미래에셋·NH투자·KB·키움·하나·신한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액은 약 54조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 등 3개사의 IMA 누적 조달액이 3조 2000억 원대를 형성하면서 발행어음과 IMA를 합친 주요 증권사 조달 규모는 57조 5000억 원에 이른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기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확정금리형 상품이고, IMA는 고객 자금을 모아 기업금융과 모험자본 등에 운용하는 실적배당형 종합투자계좌다. 발행어음의 1년 만기 평균 금리가 연 3.22%로 연 2% 후반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를 웃돌고, IMA도 연 4% 안팎의 기준수익률을 제시하면서 변동성 장세에서 대안 투자 상품으로 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흐름은 증권사의 사업 모델이 위탁매매 수수료 중심에서 자기신용 기반 투자금융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직접 확보한 장기 자금을 기업대출·회사채·인수금융 등에 투입해 수익원을 다변화하는 방식이다. 실제 운용 구조를 봐도 발행어음과 IMA는 이미 기업금융과 모험자본 공급 통로로 기능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IMA 1호 자산의 77%를 채권·기업대출·인수금융 등에, 15%를 메자닌과 비상장주식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NH투자증권도 발행어음 자금의 주요 운용처로 채권·기업어음(CP)·전단채, 기업대출, 인수금융 등을 제시했고, 기업금융 관련 자산 비중이 75%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조달 자금이 실제로 기업금융 자산과 모험자본 성격의 투자처로 흘러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제도상 조달 여력은 더 커질 수 있다. 자기자본 4조 원 이상 7개 증권사가 IMA와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은 약 139조 원으로 추산된다.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 대신증권까지 가세하면 최대 조달 규모는 178조 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다만 결국 승부는 조달 규모보다 운용 역량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발행어음과 IMA는 모두 안정성이 중요한 상품이어서 얼마나 많이 모았느냐보다 그 자금을 어디에, 어떤 기준으로 배분해 수익성과 안정성을 함께 입증하느냐가 핵심 경쟁력이라는 평가다. 단순히 몸집을 불리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금융·모험자본·유동성 자산 사이의 균형을 얼마나 정교하게 맞추느냐가 성패를 가를 수 있다는 뜻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은 금리 경쟁력으로 자금을 빠르게 끌어모으고 있지만, 앞으로는 운용 성과에 따라 고객들의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며 “자금 운용 효율을 높이기 위해선 세제상 분리과세나 유동성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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