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에이스 부재 실감, 실패한 대회 [2026 빌리진킹컵 아시아/오세아니아 그룹 1 결산]

박성진 기자 2026. 4. 1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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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3연승 질주 후 사진, 이때까지만 해도 한국의 분위기는 매우 좋았다 / 대한테니스협회

한국 여자 테니스 대표팀이 2026 빌리진킹컵 아시아/오세아니아 그룹 1을 4위로 마무리했다. 참가 6개국 중 상위 2팀에게 주어지는 플레이오프 출전권 획득에 실패했다. 대회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은 3연승, 조 1위를 유지했으나, 이후 내리 2연패를 당하면서 순식간에 4위까지 주저 앉았다. 절대적인 에이스의 부재가 아쉬웠던 대표팀이었다.

빌리진킹컵 지역별 그룹 1은 2단식 1복식 방식이다. 국가대항전에서는 에이스의 존재감이 절대적인데, 특히 2단식 1복식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기에서는 더욱 그렇다. 단체전 경기를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절대적인 에이스는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명언마저 무색하게 만드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몽골, 태국,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인도를 순서대로 상대했다. 초반 분위기는 한국의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대회 최종 엔트리에서 경쟁국들의 에이스들이 줄줄이 불참하면서 한국의 경쟁력이 높아졌다.

몽골은 출전 선수 전원이 WTA 랭킹이 없는 선수들로 꼴찌 후보였고, 뉴질랜드의 전력도 크게 약화됐다. 뉴질랜드 전력의 핵심은 루루 선이다. 2024년 윔블던 8강의 루루 선은 최근 100위권 밖으로 밀려나기는 했지만 최고 40위까지 올랐던 선수다. 그런데 루루 선이 올해 대회 직전 불참을 선언했다. 마이애미오픈에서 당한 무릎 부상의 여파 때문이었다. 그렇게 뉴질랜드도 이번 대회를 5위로 마감했다.

결국 한국, 인도네시아, 인도, 태국의 4파전이었다. 이번 대회 슈퍼 에이스는 재니스 첸(인도네시아)이었다. WTA 250 첸나이오픈 우승까지 달성한 첸은 대회 직전 세계 41위까지 올랐다. 첸을 보유한 인도네시아는 단연 1위 후보였다.

반면 태국과 인도의 전력은 작년보다 약해졌다. 태국은 WTA 100위권의 두 선수, 란라나 타라루디, 마난차야 사왕카우가 모두 빠졌다. 홈코트의 인도 역시 지난 1년간 단식 선수들의 랭킹 업그레이드에 실패했다. 출전 선수들의 랭킹이 모두 작년보다 떨어졌다. 

이번 대회 한국 에이스 박소현, 최종전 패배가 뼈아팠다 / 델리테니스협회

한국은 국내 최고랭킹의 구연우(CJ제일제당)가 어깨 부상으로 이번 대회 출전을 고사했다. 그런데 한국은 구연우를 대체할 수 있는 재원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박소현(강원특별자치도청), 이은혜, 백다연(이상 NH농협은행)은 이번 대회 모든 출전 선수 중 재니스 첸에 이어 단식 랭킹 2~4위에 올랐다. 심지어 한국 네 번째 선수인 정보영(안동시청)마저 10위였다. 단식 선수들의 뎁스만큼은 한국이 가장 두터웠다.

한국은 대회 초반 3연승을 달렸다. 몽골, 태국, 뉴질랜드를 모두 3-0으로 완파했다. 몽골과 뉴질랜드는 그렇다 치더라도 태국을 3-0으로 꺾은 것은 매우 고무적이었다. 인도보다 까다로울 것으로 보였던 태국마저 셧아웃 제압하며 한국의 플레이오프 출전 가능성은 매우 밝아졌다.

인도네시아와의 4차전에서 한국은 1-2로 패했다. 1단식 백다연이 승리했지만, 2단식 이은혜, 복식 이은혜-정보영 조가 나란히 패했다. 한국은 박소현이 이 경기에서 결장했다. 체력이 변수인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에이스에게 휴식을 부여한 것이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이 결정은 신의 한 수가 될 줄 알았다. 인도네시아와의 경기는 어차피 승산이 커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종전 직전 성적은 인도네시아 4승, 한국 3승 1패, 태국 3승 1패, 인도 2승 2패 순으로, 구글 AI는 플레이오프 출전 가능성을 인도네시아 99%, 한국 85%, 태국 15%, 인도 1%로 예상했다. 최종전은 한국과 인도, 인도네시아와 태국의 대결. 한국은 이기면 무조건 플레이오프 진출이었다. 인도네시아는 세부 한 매치만 잡아내도 플레이오프를 결정지을 수 있었다. 태국과 인도는 무조건 이겨놓고 다른 경기의 결과를 지켜봐야 했다. 그게 구글 AI의 분석 결과였다.

한국의 복식 성적은 3승 2패. 복식 전문으로 구분할 선수가 없다 / 델리테니스협회

하지만 한국은 85%의 가능성을 지키지 못했다. 최종전에서 1-2로 패했다. 무엇보다도 박소현의 2단식 패배가 가장 아쉬웠다. 박소현은 바이시나비 아드카(인도)에 두 세트 모두 타이브레이크 끝에 6-7(2) 6-7(5)로 패했다. 한국의 마지막 희망은 복식밖에 없었다.

그런데 옆 코트에서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갔다. 인도네시아는 재니스 첸이 2단식을 잡아내며 플레이오프 출전을 확정지었다. 1위, 2위 혜택 차이가 없는 이 대회에서 인도네시아는 마지막 복식에 굳이 에이스를 내세울 필요가 없었다. 이번 대회 출전 기회가 없었던 신진 선수들을 복식에 투입했다. 그러면서 태국이 인도네시아를 2-1로 꺾었다. 두 국가 모두 4승 1패가 됐다.

내심 인도네시아가 이기길 바랬던 한국이지만, 이렇게 되면 복식에서 승리를 거두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은혜-백다연 조는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했다. 1세트 중반 이후 분위기가 완전히 인도에게로 넘어갔다. 2-6 2-6 그렇게 한국은 복식을 내줬다. 플레이오프 진출은 실패했고, 승자승 우선 원칙에 따라 인도에도 밀려 최종 4위가 됐다. 

한국의 대진운은 좋았다. 몽골, 뉴질랜드와의 경기에서 한국은 박소현과 백다연 원투펀치를 계속 사용했다. 정보영이나 장가을(안동시청)에게 기회를 주기 보다 매치득실, 세트득실까지 고려해 최고의 상황부터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에게 내준 패배도 계산 속에 있었다.

하지만 인도와의 경기에서의 패배로 모든 것을 망쳤다. 목표했던 플레이오프 출전권 획득도, 대표팀 유니폼을 처음 입은 장가을의 국가대표 데뷔전 기회 제공도 모두 실패했다. 명분도 실리도 모두 놓쳤다. 2년 연속 4위. 한국 선수단의 귀국길을 쓸쓸할 수밖에 없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큰 이번 대회였다. 승승장구하는 남자 대표팀에 비해 여자 대표팀은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주축 선수들의 정체, 슈퍼 에이스의 부재는 최근 한국 여자 테니스의 숙제가 되고 말았다. 

대회 최종 성적, 매치득실과 세트득실은 우수했으나 순위는 4위로 마감했다. 대한테니스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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