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에 묶인 15억 고혈압 환자 ‘해방’...6개월에 한 번 주사로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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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은 세계적으로 치명적인 사망위험 인자 중 하나지만, 정작 환자 2명 중 1명은 처방받은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고질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매일 알약을 챙겨먹는 번거로움 없이 6개월에 단 한 번의 주사만으로 혈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RNA 치료제'가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약물은 간에서 생성돼 혈압을 높이는 핵심 전구체 단백질인 안지오텐시노겐(AGT)의 생성 과정, 즉 전사 단계부터 개입해 혈압 상승을 근본적으로 제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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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에서 혈압 유발하는 단백질
생성 안되게 막는 siRNA 기전
임상 2상 수축기 수치 감소 확인
주·야간 안정적 혈압 조절 입증

14일 미국심장학회지(JACC)에 따르면 최근 게재된 글로벌 제약사 로슈와 알닐람의 ‘질레베시란’ 임상 2상 결과가 의료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질레베시란은 혈관을 확장하거나 이뇨 작용을 돕는 방식의 기존 치료제들과는 궤를 달리한다. 이 약물은 간에서 생성돼 혈압을 높이는 핵심 전구체 단백질인 안지오텐시노겐(AGT)의 생성 과정, 즉 전사 단계부터 개입해 혈압 상승을 근본적으로 제어한다.
구체적인 기전은 소간섭리보핵산(siRNA)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AGT 합성을 유도하는 mRNA를 선택적으로 분해함으로써 혈압 수치를 올리는 원천 자체를 차단하는 원리다.
이번에 공개된 임상 2상 연구는 기존 고혈압 치료제인 인다파미드(이뇨제), 암로디핀(칼슘채널차단제), 올메사르탄(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을 각각 복용 중인 환자 672명을 세 그룹으로 나눠 진행했다. 연구팀은 각 군에 질레베시란 600mg을 단 1회 투여한 뒤 경과를 관찰했다.
그 결과, 투여 3개월 시점에 모든 그룹에서 위약군 대비 괄목할 만한 수축기 혈압(SBP) 강하 효과가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올메사르탄 병용군은 12.1mmHg, 인다파미드 병용군은 12.0mmHg의 추가 하락을 기록했다. 암로디핀 병용군 역시 9.7mmHg의 유의미한 혈압 감소 폭을 보였다.
특히 주목할 점은 단 한 번의 주사만으로 이 같은 강력한 효과가 6개월 동안 지속됐다는 것이다. 또한 24시간 활동 혈압 측정(ABPM) 결과, 낮과 밤의 구분 없이 일정한 혈압 조절 능력을 입증했다.
안전성 지표 또한 긍정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질레베시란 투여군에서 관찰된 주된 부작용은 주사 부위 통증(약 3.6%)과 경미한 혈청 칼륨 수치 상승 등으로, 대조군과 비교해 통상적인 수준 내에 머물렀다. 연구팀은 “치명적인 저혈압이나 신장 기능 손상 등 심각한 이상 반응은 보고되지 않았고 대부분의 환자가 치료를 잘 견뎌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약효가 장기간 지속되는 특성상 혈압이 임계치 이하로 과도하게 떨어졌을 때 이를 즉각 되돌릴 수 있는 ‘길항제(반대 작용을 하는 약물)’가 아직 없다는 점은 향후 상용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목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임상 결과가 전 세계 15억명에 달하는 고혈압 환자의 삶을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로슈가 지난해 알닐람에 약 3조7000억원(28억 달러)에 달하는 거액을 투자하며 공동 개발권을 확보한 배경도 이같은 성장성 때문이다.
연구팀은 “질레베시란은 혈압 관리를 ‘매일의 의무’에서 ‘정기적인 관리’로 전환하는 패러다임 시프트를 가져올 것”이라며 “환자들이 복약 여부를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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