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km에 멈춰버린 고척의 시간, '괴물'의 귀환에 롯데 팬들도 숨을 죽였다 [유진형의 현장 1mm]

유진형 기자 2026. 4. 1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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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의 침묵 깨고 돌아온 안우진, 원태인-곽빈-문동주와 펼칠 '에이스 전쟁'의 서막
키움 안우진이 955일 만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 고척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야구장에는 가끔 공기가 바뀌는 순간이 있다. 지난 1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그랬다. 3년이라는 긴 침묵을 깨고 마운드 위로 안우진이 올라오는 순간, 왁자지껄하던 관중석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일순간 정지 화면처럼 멈춰 섰다. 그를 상대해야 하는 롯데 팬들조차 숨을 죽인 채 마운드 위 괴물의 귀환을 지켜보았다.

"초구는 무조건 빠른 공을 던지겠다"라던 경기 전의 호언장담은 결코 허세가 아니었다. 안우진의 손을 떠난 첫 공이 롯데 선두타자 황성빈의 가슴팍을 파고들자 전광판엔 157km라는 숫자가 선명하게 찍혔다. 허공을 가른 방망이 소리보다 더 컸던 건 관중석의 탄성이었다. 이어지는 159km, 그리고 마침내 찍힌 160km. 수술과 재활, 그리고 병역 의무라는 긴 터널을 지나온 투수의 어깨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위력투였다.

롯데 김태형 감독이 안우진의 투구를 지켜보며 코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고척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롯데 팬들이 키움 안우진의 복귀투를 지켜보고 있다 / 고척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날의 백미는 3루측 롯데 덕아웃과 관중석의 반응이었다. 평소 냉철한 김태형 감독조차 "안우진은 대한민국 최고 투수다. 좋은 투수는 안 만나는 게 상책"이라며 혀를 내둘렀고, 이를 지켜보던 롯데의 외국인 투수들 또한 동료들과 연신 고개를 가로저으며 안우진의 구위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이미 리그를 평정했던 2022년의 기억을 뒤로하고, 작년 어깨 부상이라는 또 다른 시련을 겪었기에 그의 복귀는 더욱 극적이었다.

사실 안우진은 경기 전 자신의 몸 상태를 "80~90% 수준"이라고 낮춰 말했다. 하지만 마운드 위에서 그는 120%를 쏟아붓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단순히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는 많지만, 두 번의 수술대를 오가고 3년 만에 돌아온 마운드에서 160km를 꽂아 넣는 투수는 흔치 않다. 그 숫자는 단순한 구속이 아니라, 다시 이 마운드에 서기 위해 그가 견뎌낸 인내와 간절함의 크기였을 것이다.

"타자들이 타석에 들어가면 안우진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라던 적장의 예언처럼, 고척을 찾은 팬들은 승패를 떠나 대한민국 최고 에이스의 귀환을 온몸으로 체감했다.

키움 안우진이 955일 만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 고척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제 팬들의 시선은 안우진이 완성할 마운드 위의 진검승부로 향하고 있다. 그가 비운 사이 KBO 마운드는 더욱 뜨거워졌다. 노련함과 영리함으로 리그를 평정한 원태인, 묵직한 구위로 두산의 에이스가 된 곽빈, 그리고 광속구의 계보를 잇는 문동주까지. 정상적인 몸 상태를 회복한 안우진이 본격적인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한다면, 이들이 펼칠 국내 선발 투수 넘버원 쟁탈전은 2026 시즌 최고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원태인의 정교함, 곽빈의 파워, 문동주의 패기 사이에서 안우진의 압도적인 존재감이 어떤 균열을 만들어낼지, 대한민국 야구의 심장소리가 다시금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955일 만에 등판한 키움 안우진 / 고척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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