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지앵 피아니스트 선율 “초절기교, 기량 최고일 때 사진 찍듯 공연”
美 3대 콩쿠르 '2024 지나 바카우어 콩쿠르' 우승자
마포문화재단 상주음악가 'M 아티스트'로 선정
6월 4일, 9월 16일 등 리사이틀

"좀 전에 김대진 선생님 뵙고 왔어요. 선생님께서 제가 훨씬 자연스러워졌고 저의 모습을 많이 찾은 것 같다고 하셨어요. 유학 잘 간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마음이 놓인다고요."
인터뷰 직전 만난 스승 김대진 한예종 교수의 말을 전하는 선율의 목소리엔 안도와 뿌듯함이 섞여 있었다. 오랜만에 다시 뵌 자리. 그는 콩쿠르 무대보다 더 떨렸다고 했다. 그 4년간의 성장은 음악계도 알아봤다. 피아니스트 선율(27)이 마포문화재단 'M 아티스트 2026'으로 선정됐다.
거장으로 성장할 가능성 있는 연주자를 발굴하는 이 제도는 음악계 교수·평론가 자문단의 추천으로 선정된다. 그는 오는 6월 4일 상주 음악가로 첫 리사이틀을 갖는다. 잠시 한국에 들른 선율과 최근 만났다.
파리지앵 피아니스트

선율은 2022년 프랑스 유학길에 올랐다. 예원학교와 서울예고(명예졸업)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영재선발전형으로 입학·졸업한 뒤였다. 그에겐 안정적인 독일행 카드가 있었다. 준비도 마쳤다. 그러다 코로나 시기 유럽에 머물머 고민할 시간이 있었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마음이 바뀌었다.
4개월 후 그는 파리행 비행기로 바꿔탔다. 처음엔 스승 김대진 교수도 고민했지만 "이 정도 열정이라면 너는 프랑스로 가도 되겠다"고 지지했다. 파리에서 그는 스콜라 칸토룸과 에콜 노르말 음악원을 졸업했다. 그리고 현재 스승인 올리비에 갸르동 교수를 만났다.
파리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유럽의 오래된 건물 맨 꼭대기 층에 살았다. 피아노조차 칠 수 없는 환경이었다. 그럼에도 파리는 그를 긍정적으로 바꿔놓았다. 워낙 내향형이라 내면으로만 향하던 사람이 밖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그가 파리를 만난게 큰 행운이라고 하는 이유다.
"저는 자꾸 제 안으로 들어가려 했던 사람인데 프랑스 친구들이 저를 밖으로 꺼내주더라고요. 음악도 결국 표현하는 것인데, 저는 그동안 표현도 안 하면서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랐던 거죠. 많은 걸 깨닫고 바뀌었어요."
고단한 유학 생활이지만 파리의 음악 선배들은 그의 든든한 울타리가 됐다. 갸르동 교수 댁을 가족처럼 드나들고 지휘자 아드리앙 페뤼송과도 인연이 닿았다. 그러던 2024년. 스승의 권유로 지나 바카우어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 참가했고, 그곳에서 우승과 함께 청중상·학생심사위원상을 거머쥐었다. 같은 해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도 1위에 올랐다. 파리에서 차곡차곡 쌓은 시간이 빛나기 시작했다.
미술관의 조각 같은 음악

갸르동 교수는 그의 음악 세계에 또 다른 빛을 밝혔다. 막연히 자유롭고 즉흥적일 것이라 생각했던 프랑스 피아니즘은 의외로 엄격했다.
"와서 보니 프랑스 피아니즘은 아카데믹했어요. 리듬·화성·선율, 음악의 3요소에 정말 충실한 음악들이더라고요."
그가 느끼는 프랑스 음악은 이렇다. "독일 음악은 인간의 삶과 세상에 밀접한 느낌이라면, 프렌치는 환상에 가까운, 미술관에 전시된 조각 작품 같은 느낌이에요." 그 세계를 파고들며 프랑스 작곡가인 드뷔시와 풀랑크를 깊이 배웠다.
인생의 한 장면을 무대 위에서 '찰칵'
"이번 프로그램은 저에게 하나의 이야기,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에요. 음악을 준비하고 연주를 그려보는 동안 스스로를 마주하고 저만의 선율을 찾아가는 시간을 갖게 됐습니다."
6월 4일 무대는 도전적이다.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전곡(12곡)과 풀랑크 즉흥곡 15곡를 택했다. 초절기교 연습곡은 피아노 레퍼토리 중 최고 난도다. 소화할 수 있는 피아니스트가 많지 않다. 임윤찬이 2022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 준결승에서 이 곡을 들고왔다는 사실만으로 화제가 됐을 정도의 난곡(難曲)이다.
"어릴 때부터 리스트의 압도적인 기교와 음악성 앞에 도전할 용기가 없었어요. 마음 속으로만 품었죠. 그러나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곡엔 그만의 해석도 담겼다. "12곡의 조성이 어떤 규칙을 품고 있죠. 수학적 설계가 있는 곡이에요." 낭만주의의 중심에 선 리스트가 품었던 낭만. 그 흔적 또한 무대 위에서 펼쳐 보일 예정이다.
풀랑크 즉흥곡 15곡은 파리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곡들이다. 프랑스 작곡가의 음악에 깊이 몰입한 그는 자유분방하지만 치밀한 이 곡의 구성에 매료됐다. 총 25분의 연주. 각 곡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이 이번 무대의 관건이다. "마치 사진을 찍듯이 20대 중반에서 후반으로 넘어가는 지금의 제 모습을 이 음악들을 통해 남겨두고 싶었어요."
9월 16일 두 번째 리사이틀에선 쇼팽 스케르초 4곡과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20번을 연주한다. 슈베르트 소나타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한예종 졸업 연주 때 선보였던 곡이기도 하다. "당시 불만족스러웠어요. 그때의 아쉬움을 털고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다시 골랐습니다. 기대해주세요.(웃음)"
조민선 기자 sw75jn@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전자제품이 5000원?"…다이소 '가성비 소비' 또 일냈다
- "통장 앞자리 바뀐다"…연봉 5000만원 직장인, 3억 챙긴 비결 [일확연금 노후부자]
- '성과급 13억' 잭팟 터져도…"서울 아파트 한 채도 못 사요" [돈앤톡]
- "결국 그 나물에 그 밥"…재혼 커플이 더 잘 헤어지는 이유가
- 살 빼도 뱃살은 볼록, 체지방 때문인 줄 알았는데…'반전' [건강!톡]
- "또 일본 갈 줄 알았는데"…5월 황금연휴 1위 여행지 어디?
- CIS, 첨단 정밀 장비로 日 배터리 업체도 홀렸다
- "한국에 최우선 공급하겠다"…중동 6개국 '깜짝 선언'
- "호텔서 커피 마셨더니…" 조회수 '300만' 대박 영상의 비밀 [현장+]
- "32만전자 간다"…삼성전자, 역대급 잭팟 예고에 주가 '들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