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대구 출생아 반등의 역설…어린이집은 ‘폐업 도미노’에 보육 양극화 심화

구아영 기자 2026. 4. 1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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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아 수 전년 대비 7% 증가, 회복세 전환
어린이집은 1천 곳 붕괴, 민간·가정어린이집 폐원 가속화
“정원 30% 겨우 채워”…국공립 쏠림에 민간보육 인프라 고사 직전
대구지역 출생아 증가에도 운영난을 이기지 못한 민간어린이집들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특정시설 쏠림 현상과 보육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대구지역의 출산율이 반등하고 있다는 희소식에도 불구하고, 정작 보육 현장인 어린이집은 유례없는 운영난에 시달리며 폐업 위기를 맞고 있다. 출생아 증가가 어린이집의 경영 정상화로 이어지지 못한 채, 특정시설 쏠림 현상과 보육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모양새다.

◆'1천 곳' 선 무너진 대구 어린이집…10년 새 최저치
대구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기준 대구지역 어린이집 수는 992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10년 사이 가장 낮은 수치로, 지역 보육 인프라의 마지노선이라 여겨졌던 '1천 곳' 선이 무너진 것이다.

최근 3년간의 감소세는 더욱 가파르다. △2022년 1천139곳 △2023년 1천79곳 △2024년 1천35곳으로 매년 줄어들었으며, 2021년(1천187곳)과 비교하면 불과 수년 사이에 195곳(약 16.4%)의 보육시설이 사라진 셈이다.

역설적이게도 대구의 출산 지표는 회복 기조에 접어들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지역 출생아 수는 1만817명으로, 전년 대비 7% 상승했다. 출생아 증가률은 2024년부터 본격적인 반등세를 보이며 경기와 서울 등에 이어, 전국 6위를 기록할 만큼 지표가 개선됐다.

하지만 보육 현장의 온도는 여전히 차갑다. 지난해 기준 대구지역 어린이집의 평균 정원 충족률은 60%대에 머물고 있다.

수성구에서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한 원장은 "정원 60여 명 중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며 "주변에서만 최근 2~3곳이 원아 모집난으로 문을 닫았다. 출생아가 늘고 있다지만 실제로는 전혀 체감되지 않으며, 운영난으로 교사 수급까지 어려워져 원장들의 시름이 깊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에는 지역 1호 어린이집으로 3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성서어린이집마저 저출생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폐원했다.

◆국공립 '쏠림' vs 민간 '고사'… 보육 양극화의 그늘

대구테크노폴리스(현풍·유가)나 연경지구 등 신축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국공립어린이집에 입소하기 위한 대기 줄이 길지만, 서구나 남구 등 노후 주거지에 자리한 민간어린이집은 정원의 30%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보육 인프라의 양극화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500세대 이상 공동주택 내 설치 의무화에 따라 국공립어린이집은 2021년 217곳에서 지난해 333곳으로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민간어린이집과 가정어린이집은 723곳에서 500개 미만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구도심에서 어린이집이 사라지면 그 지역에 남은 소수의 아이들은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보육 난민'이 발생하게 된다. 학부모들이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높고 비용부담이 적은 국공립어린이집으로 쏠리면서, 경쟁력을 잃은 민간어린이집이 고사하는 구조적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달서구의 한 학부모는 "어린이집 폐원이 잦다 보니, 아이가 중도에 옮겨야 하는 상황을 피하려고 무조건 폐원 위험이 적은 국공립이나 대형 시설만 찾게 된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추진 중인 '유보통합(유치원과 어린이집의 통합)'도 민간어린이집 운영자들에게는 오히려 심리적 압박이 되고 있다. 통합 과정에서 요구될 높은 시설 기준이나 교사 자격 요건 등을 맞추기 어려운 소규모 민간어린이집과 가정어린이집들이 "더 어려워지기 전에 지금 정리하자"는 심리로 폐원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대구시 "운영 효율화 집중"…민간어린이집 대책은 '글쎄'

이러한 현상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출생아 수가 반등하고는 있지만, 10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절대적인 수치는 낮은 수준"이라며 "신규 확충보다는 기존 어린이집의 정원을 충족시켜 운영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간어린이집과 가정어린이집의 폐원에 대한 대책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민간시설은 개인 자산인 만큼, 시 차원에서 별도의 전업 대안을 세우기는 어렵다"면서도 "국공립 전환이나 법인의 노인복지시설 용도 변경 등을 통해 활용방안을 모색하는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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