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결제망 지각변동… ‘페트로 달러’ 흔드는 위안화의 역습[글로벌경제 인사이트]

조해동 기자 2026. 4. 1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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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경제 인사이트 - 이란전 이면 ‘美中 화폐전쟁’
美의 마두로 대통령 체포·압송
베네수의 석유 위안화 결제 탓
美 석유 수출 제재 받던 이란도
중국과의 대량 거래로 버텨내
中, SWIFT 대신 독자망 구축
日 261조원 규모 위안화 거래
“국제통화 다극화 시대 가능성”
“위안, 5년내 기축통화 될 수도”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이번 전쟁이 국제경제에 미칠 결과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쟁 자체의 승패에 대한 관심도 뜨겁지만, 이번 전쟁이 전 세계인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경제적인 측면이 훨씬 크다. 내 집 앞 주유소 기름값에 바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미국의 전쟁 이유, 페트로 달러 위상 지키기?= 외신(外信)에 따르면, 최근 미국이 다른 나라의 일에 관여할 때 가장 큰 동인(動因) 중 하나가 석유와 석유결제대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예컨대 올해 1월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압송한 이유가 베네수엘라가 석유결제 통화를 미 달러화에서 중국 위안화로 전면적으로 바꾸려고 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영국 로이터통신은 이미 2019년 11월 ‘단독 기사’(Exclusive: Facing U.S. sanctions, Venezuela offers suppliers payment in Chinese yuan-sources)를 통해 “미국의 제재에 직면한 베네수엘라가 (재화와 서비스) 공급자와 계약자들에게 중국에 있는 계좌에 넣어둔 위안화로 대금을 결제하려고 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최근까지 베네수엘라 석유시설 등에 투자할 자금으로 600억 달러(약 90조 원)를 대출해준 것으로 추정되며, 이 돈에 대한 원리금을 최근까지 석유라는 현물로 받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 6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부터 이란산 석유 수출을 차단하기 위한 고강도 제재 조치를 취했지만, 이란은 중국에 매달 수십억 달러 상당의 석유를 판매함으로써 버틸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란 석유 생산량에서 중국 수출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년 전 30% 정도였으나, 현재는 거의 전량에 육박한다고 WSJ는 보도했다.

과거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제재가 시행되면 버티기가 어려웠지만, 지금은 미국이 제재를 가하면 거의 예외 없이 중국에 기대면서 미국에 맞서는 형국이다.

◇급부상하는 중국 위안화의 위상= 최근 상하이(上海)증권보 등에 따르면, 위안화 기반 국경 간 은행결제시스템(CIPS)의 하루 거래량은 올해 4월 들어 1조2200억 위안(약 261조 원)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CIPS는 중국이 2015년 국제송금이 가능하도록 독자적으로 구축한 플랫폼이다.

상하이증권보는 최근 위안화 거래가 급증한 배경에 대해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노력과 최근 중동의 정세 불안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이 위안화 거래 급증으로 이어진 원인은 무엇일까. 서방의 제재로 미국 중심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송금망을 이용할 수 없게 된 이란이 미 달러화 대신 위안화로 석유 대금을 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2월 기준 SWIFT 통계를 살펴보면, 국제 결제화폐 비중은 미 달러화가 49.25%로 압도적이고, 그 뒤를 이어 △유로화 22.82% △영국 파운드화 7.16% △일본 엔화 3.46% △캐나다 달러화 2.94% 순이다. 중국 위안화의 국제 결제화폐 비중은 2.74%에 불과하다.

그러면 SWIFT 통계가 제시하는 것이 현재 중국 위안화의 위상일까. 그렇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자체 국제 송금망인 CIPS를 이용하지 않고 SWIFT만을 사용했다면 국제 결제화폐 비중이 훨씬 높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중국은 왜 독자 국제 송금망을 만들었을까. 미국 중심의 SWIFT에 안주해서는 영원히 1등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전쟁의 전개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미국이 이란을 포함해 ‘반(反)미국’을 선언한 국가를 영구히 지배하지는 못할 것이고, ‘미국 이외의 대안’으로 이미 중국이 떠오른 상황에서 페트로 달러 위상 약화와 중국 위안화의 부상을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케네스 로고프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 3월 30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국제통화체제는) 다극화된 시스템이 될 것”이라며 “미 달러화는 여전히 (시스템의) 맨 위에 있겠지만, 더 작은 언덕(hill)의 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중국 국채의 상당 부분을 외국인 투자자가 보유하게 되면, 위안화를 기축 통화로 만들겠다는 중국 측의 구상에 동조하려는 외국인 투자자의 이해관계가 강해질 것”이라며 “이는 향후 5년 안에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해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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