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 여파 2005년 구간제 할증 도입… 내달 ‘최고단계 적용’ 유력[10문10답]

이정민 기자 2026. 4. 14.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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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문10답 - 항공권 가격의 숨은 요금 ‘유류할증료’
연료비 안정화 장치… 일각선 ‘승객에게 부담 전가’ 불만
MOPS 평균값 기준… 유가보다 빨리 오르고, 늦게 내려
원유보다 품질기준 엄격… 정제능력·물류 인프라에 민감
5월엔 美노선 편도 50만원… 동남아도 10만원 수준 전망

미국·이란 전쟁발 국제유가 급등 여파로 항공권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특히 항공권 결제 단계에서 추가되는 유류할증료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소비자 부담이 눈에 띄게 커지는 모습이다. 4월 들어 인천∼뉴욕 왕복 기준 40만 원의 추가 부담이 현실화되는 등 유류할증료는 단기간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고,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문제는 유류할증료가 단순한 가격 인상 요인을 넘어 항공유 시장 구조, 정부 규제, 국제 정세가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라는 점이다. 왜 유류할증료는 따로 존재하는지, 누가 어떤 기준으로 정하는지, 국제유가와는 왜 다르게 움직이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항공권 가격의 숨은 변수인 유류할증료의 구조와 배경, 그리고 향후 흐름을 짚어봤다.

1. 유류할증료란

유류할증료란 말 그대로 기름값의 변동에 의한 할증 금액이다. 항공권 가격을 구성하는 요소는 크게 기본 운임, 공항 이용료, 그리고 유류할증료로 나뉘는데, 이 가운데 유류할증료는 항공사가 연료비 상승 부담을 승객에게 일부 전가하기 위해 별도로 부과한다. 즉 항공사의 수익이 아니라 비용 보전 성격이 강하다. 유류할증료는 2000년대 초 이라크 전쟁 등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기를 거치며 별도 항목으로 분리됐다. 국내에서는 2005년 국제선에 유류할증료가 도입됐고, 2008년에는 국내선으로도 확대됐다. 항공업계에서는 유류할증료를 연료비 안정화 장치로 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숨은 요금’이라는 불만도 제기된다.

2. 유류할증료 결정 방식은

유류할증료는 항공유 가격 지표인 싱가포르 항공유(MOPS) 평균값을 기준으로 한다. 항공사가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부 기준에 따라 움직인다. 국토교통부가 설정한 거리비례 구간제에 따라 기준표를 정하고, 항공사가 해당 구간의 요금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국제선의 경우 전월 16일부터 당월 15일까지의 평균 가격을 반영해 다음 달 유류할증료 구간이 정해지는데, 평균값이 1갤런당 150센트 이상일 때 총 33단계로 나눠 부과한다. 그 이하면 받지 않는다. 국내선 유류할증료는 전달 1일부터 말일까지 평균값이 1갤런당 120센트 이상일 때 단계별로 부과한다. 일정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구조다. 예를 들어 단기간 항공유 가격 하락은 일정 기간 평균 가격에 즉각적으로 반영되지 않아 국제유가가 떨어져도 유류할증료 산정 기준에 당장 반영되지 않는다. 이 같은 구조는 가격 급등을 완충하는 장점이 있지만, 시장 변화를 즉각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도 있다. 일각에서 “올릴 때는 빠르고 내릴 때는 느리다”는 불만이 반복되는 이유다.

3. 유류할증료는 전 세계 공통 제도인가

유류할증료는 한국만의 제도가 아니라 전 세계 항공업계 공통 구조다. 다만 운영 방식은 국가별로 차이가 있다. 미국과 유럽은 항공사가 총운임에 연료비를 포함해 자율적으로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이다. 반면 한국과 일본은 정부 기준에 따라 유류할증료를 별도로 책정하는 규제형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유류할증료가 항공권 가격에서 별도 항목으로 표시되기 때문에 소비자가 가격 변동을 더 크게 체감한다. 반면 미국은 총액 운임 중심이어서 유류할증료가 눈에 띄지 않는다. 최근 글로벌 항공사들은 미국·이란 전쟁으로 항공유 가격이 급등하자 일제히 유류할증료를 인상하고 있다. 캐세이퍼시픽은 이달부터 전 노선의 유류할증료를 34% 인상했고 에어인디아, 콴타스항공 등도 유류할증료를 올렸다. 한국에서는 2026년 4월 유류할증료 기준이 18단계로, 전달 6단계에서 한 달 만에 12단계 급등하면서 국내 항공사들도 4월 발권 항공권에 대한 유류할증료를 인상했다.

4. 4월 유류할증료 인상 이유는

유류할증료 인상은 미국·이란 간 전쟁으로 인한 국제유가 인상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중동은 세계 원유 공급의 핵심 지역이며, 항공유 생산의 원료인 원유 공급이 이 지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특히 항공유는 단순 원유보다 공급망 영향을 크게 받는다. 정제시설 가동률과 물류까지 영향을 받기 때문에 분쟁 상황에서는 가격 변동성이 더 확대된다.

5. 5월 유류할증료 전망은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5월 국내선 유류할증료를 4월 7700원에서 3만4100원으로 인상했다. 16일 발표될 5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최고 단계인 33단계 적용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 7일 미국과 이란이 2주 휴전에 합의하면서 MOPS가 10% 이상 하락했지만, 전황이 다시 악화되면서 국제 원유가격은 상승하고 있어 MOPS 평균가격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초까지 MOPS 평균 가격은 갤런당 465∼475센트 수준이었다. 국토부 거리비례제상 MOPS 평균이 470센트를 넘어서면 유류할증료 최고 등급인 33단계가 적용된다. 만약 최고 등급인 33단계가 적용될 경우, 인천발 미주 노선의 편도 유류할증료는 50만 원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이나 동남아 등 단거리 노선 역시 7만∼10만 원 수준으로 책정돼 4월 대비 2배 가까이 뛰어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항공유 대란 가능성도 점쳐지는 가운데 한 항공기가 급유차를 통해 연료를 공급받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여행객들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안내판을 보고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뉴시스

6. 항공유 가격 상승이 항공사에 미치는 영향은

항공유 가격 급등은 소비자들의 항공권 수요뿐 아니라 항공사들의 좌석 공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4·5월 국제선 14회를 감편했고, 저비용항공사(LCC)들은 하노이, 방콕, 싱가포르, 푸꾸옥, 다낭 등 동남아 주요 노선을 축소했다. 고유가에 따른 유류비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류비가 고정비용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류비와 환율 급등으로 인해 비행기를 띄울수록 적자가 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7. 항공유가 휘발유·경유와 다른 점은

항공유는 휘발유·경유와 같은 석유제품이지만 성분, 만드는 법, 보관까지 전부 다르다. 우선, 원유 정제 과정에서 휘발유와 경유는 생산 비중 조정이 상대적으로 쉽지만, 항공유만 선택적으로 대량 생산하는 것은 쉽지 않다. 즉, 수요가 급증해도 공급을 즉각 늘리기 어렵다. 또 휘발유와 경유는 더운 날씨·고압에 강한 특성을 갖고 있지만, 항공유는 영하 50도의 추위 및 공기가 희박한 고고도를 견뎌야 한다. 항공유에 불순물이나 수분이 섞일 경우 항공기 엔진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정제와 저장, 운송 과정 전반에 걸쳐 고도의 관리가 요구된다. 특히, 항공유는 휘발유보다 6배 빨리 증발해 장기 보관이 불가능한데, 이로 인해 생산 비용과 유통 비용이 일반 석유제품보다 높다.

8. 항공유 공급 1위 국가는

항공유 공급망은 ‘원유 생산→정제→항공사 공급’으로 이어진다. 항공유는 단순한 연료가 아니라 품질 기준이 엄격한 정제 제품이기 때문에 생산 능력과 물류 인프라가 함께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항공유는 원유가 많은 나라보다 정제 능력이 뛰어난 나라에서 강세를 보인다. 한국이 항공유 공급망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은 연간 약 1080만t의 항공유를 수출한다. 미국은 한국산 항공유의 최대 시장으로 전체 수출량의 34.8%를 차지한다. 미국은 산유국이지만 경질유가 많아 중질유로 주로 생산하는 항공유는 상당수 수입에 의존한다. 이어 호주(19.0%), 유럽(17.5%), 일본(10.4%)이 한국산 항공유를 수입하고 있다.

9. 항공유 대란 가능성은

최근 중동 정세 불안과 물류 차질이 겹치면서 항공유 대란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등 주요 해상 운송로가 불안정해질 경우 공급 차질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올리비에 얀코벡 국제공항협의회(ACI) 유럽지부 사무총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교통·에너지 담당 집행위원들에게 “3주 안에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의미 있고 안정적인 방식으로 재개되지 않으면 EU 내 구조적 항공유 부족 사태가 불가피하다”는 내용의 긴급 서한을 보냈다. 일부 유럽 국가들은 항공유 비축분이 8∼10일치에 불과해 이후 배급제를 실시해야 할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원유 공급이 재개되더라도 항공유 공급망 복구에 최소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10. 비행기 회항시 항공유 덤핑 문제란

항공유가 국제적 수급난에 처한 상황에서 비행기가 회항 시 항공유를 버리는 행위를 놓고 항공유 낭비가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항공기가 비상 상황에서 회항할 경우 연료를 버리는 ‘연료 덤핑’은 국제 안전 규정에 따른 절차다. 비행기가 착륙할 때는 최대 이륙 중량보다 훨씬 낮은 상태여야 하고, 기체 손상이나 제동 거리 문제를 줄이기 위해 연료를 줄여야 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무 곳에서나 버리는 것이 아니라, 고도와 위치, 기상 조건, 인구 밀집도 등을 고려해 수행하도록 되어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버려지는 항공유는 대부분 공중에서 기화돼 지상 오염 영향은 제한적이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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