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중력 공간에서 식사는… 영양 보충外 심리적 안정 [정주영이 만난 ‘세상의 식탁’]
러 ‘생존’ 美 ‘효율’ 韓 ‘발효’… 메뉴에 식문화 반영

달 탐사선 아르테미스 2호의 귀환으로 우주 시대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졌다. 나사(미 항공우주국)에 따르면, 이번 탐사선에는 샐러드, 소고기 바비큐, 커피와 케이크 등을 포함한 189종의 식재료가 실렸다. 우주선에서 음식은 정교한 기술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다. 우주에서의 장기 체류와 향후 거주를 고려한다면 안정적인 식량 공급은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우주에서 식사는 맛이 아니라 물리학에 좌우된다. 액체는 그릇에 담기지 않고 공 모양의 물방울이 되어 떠다닌다. 작은 국물 방울 하나가 전자 장비 속으로 들어가면 치명적인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 부스러기 역시 공기 중을 떠돌다 정밀 장비 틈새로 들어가거나 우주인의 호흡기로 흡입될 위험이 있다. 또한 무중력에서는 체액이 머리 쪽으로 이동해 코점막이 붓고 후각과 미각이 둔해진다. 감기에 걸린 것처럼 음식 맛이 흐릿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우주인들은 지구보다 강한 짠맛과 매운맛을 선호하게 되고, 핫소스는 우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조미료가 되었다.
무중력 공간에서의 식사는 영양 보충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지구를 떠나 몇 달을 보내는 우주인들에게 익숙한 맛은 심리적 안정의 핵심이다. 낯선 환경에서 익숙한 음식이 정서적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우주의학 및 극한 환경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국제우주정거장에 각국의 음식이 함께 실리는 이유다. 우주식은 기술의 산물이면서 동시에 문화의 표현이다. 중력이 사라져도 입맛은 사라지지 않는다.
우주식의 역사를 가장 먼저 연 것은 러시아였다. 1961년 유리 가가린은 우주에서 처음으로 소고기 페이스트와 초콜릿 소스를 튜브 형태로 섭취했다. 전통 수프인 보르시도 튜브 형태로 제공됐고, 장기 체류를 위한 고열량과 보존성을 중심으로 식단이 구성됐다. 우주를 간다는 것 자체가 도전이던 시절, 음식은 철저히 생존 전략이었다.
미국은 효율과 기술을 택했다. 나사는 동결건조와 방사선 살균 기술로 무게와 부피를 극단적으로 줄였고, 부스러기 문제 때문에 빵 대신 토르티야를 표준 식품으로 채택했다.
체류가 길어지면서 ‘맛’이 중요해졌다. 제한되고 반복되는 식단에 우주인들의 사기가 저하됐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미슐랭 셰프와 협업해 미식 중심 우주식을 개발했다. 오리 콩피와 크렘 브륄레 같은 메뉴는 사치가 아니라 우주인의 정서적 안정을 위한 장치였다. 우주식의 개념이 생존에서 위로로 확장된 것이다.
일본은 라멘과 카레처럼 일상식을 그대로 우주로 가져갔고, 중국은 팔보죽·마파두부 등 자국 전통식을 우주식으로 개발했다. 그리고 한국은 발효식품을 선택했다. 우주용 김치 개발을 위해 발효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 살아 있는 미생물의 안정성, 밀폐 공간에서의 냄새 확산까지 해결해야 했다. 수년의 연구 끝에 저염 레시피와 멸균 포장 기술이 적용됐고, 비빔밥과 고추장도 뒤를 이었다. 한국은 발효라는 식문화를 우주 기술로 번역해냈다.

결국 우주식품은 각국의 식문화가 반영된 또 하나의 경쟁이다. 러시아는 생존을, 미국은 효율을, 프랑스는 미식을, 한국은 발효를 우주로 가져갔다. 달로 향하는 여정 속에서 각국은 자신의 식탁을 함께 실어 보낸다. 세상의 식탁은 이렇게 우주 그 너머로 확장되고 있다.
언젠가 화성 기지의 식탁에는 화성에서 생산한 식재료로 만든 김치와 보르시, 오리 콩피가 함께 놓일지도 모른다. 그때 인류는 깨닫게 될 것이다. 우주 시대를 연 것은 거대한 로켓이었지만, 그 시대를 지탱한 건 결국 한 끼의 식사였다는 사실을. 그리고 인류의 끊임없는 질문은 우주에서도, 지구에서도 계속될 것이다. “그래서, 오늘 저녁은 뭐 먹지?”
한양대 관광학과 겸임교수
지구에서 사용하는 많은 식품 기술은 우주식 개발에서 비롯됐다. 동결건조 기술은 우주식 보존을 위해 고도화되면서 인스턴트 커피와 등산용 식량의 핵심 기술이 됐다. 레토르트 포장은 편의점 즉석식품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우주선에서 물을 재활용하고 정화하기 위해 개발된 고도 여과 기술은 현대 정수기 성능 향상에도 기여했다. 오늘날 전 세계 식품 안전 관리 기준으로 활용되는 HACCP 역시 1960년대 우주인이 식중독에 걸리는 상황을 막기 위해 ‘완전 무결한 식품 관리 체계’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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