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 앞자리 바뀐다"…연봉 5000만원 직장인, 3억 챙긴 비결 [일확연금 노후부자]

박주연 2026. 4. 1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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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뼈 묻을까, 내 손으로 굴릴까"
승진은 DB·이직은 DC가 정답
사장님 없는 프리랜서라면? IRP 택해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부푼 꿈을 안고 직장에 첫발을 내디디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난관이 퇴직연금 유형 선택입니다. 인사팀에서 내미는 서류에 적힌 DB형과 DC형이라는 생소한 용어 앞에서 초보 직장인은 고심에 빠지기 마련입니다. 회사가 내 노후를 책임지게 할 것인지, 아니면 내 투자 실력을 믿고 직접 뛰어들 것인지에 대한 이 첫 선택은 20년 뒤 통장 잔고의 앞자리를 완전히 바꿔놓는 ‘인생 베팅’이 됩니다.

우선 퇴직연금은 회사가 퇴직급여 지급을 책임지는 확정급여형(DB)과 근로자가 직접 적립금을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 그리고 소득이 있는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나뉩니다. 

DB형은 퇴직 시점의 임금에 비례해 액수가 확정되지만, DC형은 매월 적립되는 임금의 일정 비율을 본인이 직접 굴려 수익률에 따라 최종 수령액이 달라지는 구조입니다. 한 번 DC형으로 갈아타면 다시 DB형으로 돌아오기 어려운 만큼 본인의 연봉 상승률과 이직 주기, 투자 실력을 냉정하게 분석해 최적의 전략을 짜야 합니다.

 "기필코 승진할 겁니다"는 DB형이 유리

급여가 가파르게 오르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정년까지 버틸 수 있다면 회사가 퇴직금 액수를 보장해주는 DB형이 단연 유리합니다.


DB형의 최대 강점은 '소급 적용'의 마법에 있습니다. 퇴직 직전 3개월의 평균 월급에 전체 근속연수를 곱하는 구조여서 입사 초기의 낮은 월급은 무시되고 가장 몸값이 비싼 퇴직 시점의 월급으로 수십 년 치 보상을 한꺼번에 받게 됩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업 연봉 인상률은 3.9%를 기록했흡니다. 성과급을 포함한 특별급여는 1843만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평균치를 보고 형편을 가늠해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대기업 신입사원의 시나리오를 보면 DB형의 위력이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초봉 5000만 원(월 약 416만 원)으로 시작해 매년 7%씩 연봉이 가파르게 오르는 직장인이 한 회사에서 20년을 버틴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직장인이 20년 차에 받게 될 연봉은 약 1억8000만원입니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한 퇴직 시점의 월급은 약 1500만원, 여기에 근속연수 20년을 곱하면 이 직장인이 받는 퇴직금 ‘일시금 총액’은 약 3억원입니다.

입사 초기 월급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보다 퇴직금이 두 배 넘게 불어나는 구조입니다. 투자의 리스크는 회사가 전적으로 지고 근로자는 높은 연봉 상승의 과실만 확정적으로 가져가는 전략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프로 이직러'에겐 DC가 정답 

반면 이직이 잦은 '프로 이직러'들에게 DB형은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습니다. DB형은 한 회사에 오래 머물며 마지막 월급을 극대화해야 유리한데, 이직을 자주 하면 근속연수가 끊기면서 그때까지의 낮은 월급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정산받고 새로 시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에는 매년 연봉의 12분의 1을 내 계좌에 현금으로 넣어주는 DC형이 훨씬 유리합니다. DC형은 이직을 하더라도 내 계좌의 원금과 투자 수익이 그대로 이어지며 복리 효과를 창출합니다.

임금 상승률이 낮거나 이직이 잦은 직장인에게도 DB형은 오히려 손해일 수 있습니다. 연봉 3000만원(월 250만원)으로 시작해 매년 3%씩 연봉이 오르는 중소기업 직장인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20년 뒤 퇴직할 때 DB형으로 받는 금액은 약 8760만원입니다.

하지만 이 직장인이 직접 운용하는 DC형을 택한다면 결과가 달라집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3년 DC형 평균 수익률인 연 5.79%를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20년 뒤 손에 쥐는 퇴직금 총액은 약 1억1700만원까지 불어납니다. DB형보다 3000만원가량을 더 챙길 수 있습니다.

다만 DC형은 높은 수익률만큼이나 '원금 손실 위험'을 동반합니다. DC형은 회사가 매년 내 계좌에 연봉의 12분의 1을 현금으로 넣어주는 방식인데 만약 직접 투자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거나 손실이 발생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근로자의 노후 자금 감소로 이어집니다.

연봉 상승률이 3%인 근로자가 투자 수익을 전혀 내지 못한다면 20년 뒤 퇴직금은 6717만 원에 그쳐 DB형보다 오히려 2000만원 넘게 손해를 보게 됩니다. 자산의 연속성을 지키기 위해 DC형이 필수적이지만 시장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정교한 포트폴리오 관리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합니다.

참고로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발행한 '퇴직연금 백서'가 분석한 수익률 상위 10%의 '연금 고수'들은 단순히 원금만 쌓아두지 않고 K-방산, 원자력, AI 전력 설비 등 성장성이 높은 상장지수펀드(ETF)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직접 굴릴 자신만 있다면 '이직러'들에게 DC형은 노후 자산을 지키는 핵심 무기가 됩니다,


퇴직금 사각지대에 놓인 프리랜서나 개인사업자에게는 개인형 퇴직연금인 IRP가 유일한 자립 수단입니다. IRP는 소득이 있다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으며, 연간 최대 900만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합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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