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부산의 에너지 다시 느끼고 싶다"…콜먼 웡, 항구도시에서 키우는 윔블던 꿈

김종석 기자 2026. 4. 1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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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두 번째 방문…“좋은 기억이 있는 도시, 다시 와서 기쁘다”
- 2026시즌을 통해 더 깊어진 자기 이해…기술보다 ‘프로의 태도’가 먼저 자라고 있다
- 임규태 코치와 함께 윔블던 본선 정조준…부산과 광주가 중요한 디딤돌
부산오픈 챌린저에 출전한 홍콩의 콜먼 웡이 임규태 코치가 지켜보는 가운데 몸을 풀고 있다. 임규태 코치 제공

부산오픈 챌린저에 출전한 홍콩의 기대주 콜먼 웡(22)은 이번 주를 단순한 대회 일정 이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항구도시 부산은 콜먼 웡에게 고향 홍콩을 떠올리게 하는 곳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부산은 그에게 낯선 도시가 아니라, 다시 찾고 싶었던 무대에 가깝습니다. 올해부터 함께하고 있는 임규태 코치의 모국 한국을 찾았다는 점도 이번 부산 방문을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그는 2년 전 처음 출전한 부산오픈에서 8강 진출이라는 좋은 기억을 남겼습니다. 1, 2회전을 통과한 뒤 홍성찬에게 풀세트 끝에 졌지만, 도시의 에너지와 대회 분위기는 강한 인상으로 남았습니다. 다시 돌아온 이번 방문 역시 그래서 반가운 재회에 가깝습니다. 그는 부산에 대해 음식이 좋고 도시의 에너지가 인상적인 곳이라고 했습니다. 벚꽃이 피는 시기에 다시 찾은 이번 부산은 그래서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반가운 도시로의 복귀만으로 이번 대회의 의미를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웡에게 이번 대회는 시즌 흐름을 다시 끌어올리고, 더 큰 목표를 향해 발판을 놓아야 하는 무대입니다. 목표를 묻는 말에 그는 단순히 승패만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준비해 온 전술적 변화를 경기 안에서 제대로 실행하고 싶고, 부산 특유의 좋은 분위기를 다시 느끼며 힘을 얻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젊은 선수답지 않게 대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제법 또렷했습니다. 단순히 "이기고 싶다"를 넘어서, 지금 자신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확인하는 무대로 부산을 보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US오픈에 출전한 콜먼 웡. 테니스365닷컴

2026시즌을 돌아보는 그의 평가도 비슷한 결을 가집니다. 그는 2월 ATP 250 델레이비치 오픈에서 8강에 올랐고, 이어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열린 챌린저 대회에서도 8강에 진출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 3월에는 자신의 최고 랭킹인 세계 120위까지 올랐습니다.

  웡은 올해를 두고 성적 자체보다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 시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압박이 큰 포인트에서 어떻게 평정심을 유지할지, 이동이 많은 투어 일정 속에서 회복과 집중을 어떻게 관리할지, 그런 부분에서 한 단계씩 배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린 선수의 성장이라고 하면 대개 서브 스피드나 스트로크 완성도를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웡의 말에서는 오히려 프로 선수로서 자신을 다루는 법을 익혀가는 과정이 더 크게 읽혔습니다. 재능이 먼저 보이는 선수는 많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이해하고 관리하는 법까지 익히는 선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임규태 코치가 있습니다. 웡은 임 코치가 기술적인 도움뿐 아니라, 경기 자체를 대하는 방식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했습니다. 매 경기를 보다 분명한 프로의 마인드셋으로 준비하게 됐고,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정신적으로 대비하는 자세를 배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배울 것이 많다"라는 그의 표현은 의례적인 인사라기보다, 현재 둘의 작업이 꽤 밀도 있게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말에 가깝습니다.

  임규태 코치가 보는 웡의 장점도 분명합니다. 임 코치는 웡을 발전 가능성이 매우 큰 선수라고 평가했습니다. 가장 큰 무기는 강한 서브라고 짚었습니다. 아직 어린 선수인 만큼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지만, 스스로 어떤 부분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고, 코치의 조언을 정확히 이해해 코트 안에서 구현하는 점이 매우 영리하다고 했습니다. 조언을 듣는 것과 조언을 자신의 경기 언어로 바꾸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능력입니다. 임 코치의 설명은 웡이 후자에 가까운 선수라는 의미로 읽힙니다.

2021년 US오픈 주니어 복식에서 우승한 콜먼 웡. 홍콩테니스협회

사실 웡은 이미 국제 무대에서 차근차근 자기 자리를 넓혀가고 있는 선수입니다. 키 191cm의 큰 신장과 강한 서브를 앞세운 공격적인 스타일을 지녔습니다. 5세 때 라켓을 잡은 뒤 주니어 무대에서 빠르게 성장했고, 2021년 US오픈과 2022년 호주오픈 주니어 복식 우승으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이후 프로 무대에서도 꾸준히 계단을 밟아 올라와 올해에는 투어와 챌린저를 오가며 기량을 키우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홍콩 남자 테니스가 기다려 온 가장 선명한 희망 가운데 한 명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이미 남긴 발자국도 적지 않습니다. 그는 성인 투어에서 꾸준히 랭킹을 끌어올렸고, 더 큰 무대에서도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었습니다. 다만 지금 중요한 건 과거의 이력 그 자체보다, 그 이력이 이제 어떤 방향으로 이어지느냐입니다. 부산오픈은 바로 그 갈림길에 선 대회로 보입니다. 한 차례 좋은 성적에 만족하는 선수가 아니라, 투어 안에서 지속해서 경쟁할 수 있는 선수로 가기 위해서는 이런 챌린저 무대에서 안정적으로 성과를 쌓는 과정이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2년 만에 다시 부산오픈에 출전한 콜먼 웡과 임규태 코치. 임규태 코치 제공

그래서 임규태 코치와 웡이 함께 세운 목표도 분명합니다. 임 코치는 올해 9월 열리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도 중요하지만, 첫 번째 목표는 부산오픈에 이어 4월 20일 개막하는 광주오픈 챌린저에서 좋은 성적을 내 윔블던 본선 진입의 발판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코치로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선수가 가장 편안한 상태에서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선수의 재능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좋은 팀과 좋은 환경이 뒷받침될 때, 잠재력은 비로소 결과로 이어집니다.

  콜먼 웡은 아직 완성된 선수가 아닙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흥미롭습니다. 자신이 부족한 점을 알고 있고, 배우는 과정 자체를 성장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그 위에 뚜렷한 목표까지 세워 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산은 그에게 단지 한 주의 대회가 아니라, 다음 단계로 올라가기 위한 중요한 시험대입니다. 그리고 지금 웡은 그 시험대를 가볍게 지나치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부산의 에너지를 다시 느끼고 싶다는 그의 말은, 결국 더 큰 무대를 향해 다시 몸을 밀어 올리겠다는 다짐입니다.

김종석 채널A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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