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이의리 챌린지’를 보는 게 낫나… 무엇이 이 재능을 가로막나, 숨죽이는 시간 지나간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입단 당시부터 KIA와 한국 야구를 이끌어나갈 선발 재목으로 뽑혔던 이의리(24·KIA)는 상당히 많은 재능을 가지고 있는 선수다. 기본적으로 좌완으로 시속 150㎞ 이상의 불같은 패스트볼을 던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차별성을 준다.
실제 2021년 1군 데뷔 후 나름대로 성장하는 코스를 밟기도 했다. 2021년 신인상 수상에 이어 2022년과 2023년에는 연이어 두 자릿수 승수를 따냈다. 제구 문제야 항상 있었던 선수지만, 앞으로 점차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는 것은 분명했다. 볼넷 3개로 무사 만루를 주고도 탈삼진 3개로 이닝을 마무리할 수 있는 능력은 아무나 가진 게 아니었다. 거친 맛은 또 그 자체로도 쾌감이 특별했다.
그러나 2024년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2025년과 올해까지 자신에게 걸리는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0경기에서 39⅔이닝을 던지는 데 그치며 평균자책점 7.94에 머물렀다. 2025년은 수술 복귀 시즌이라 ‘면죄부’가 있었지만, 이 흐름이 올 시즌 초반까지 이어지면서 점차 불안감으로 번지고 있다.
올해 KIA 마운드의 가장 큰 기대 선수이자 변수로 뽑혔던 이의리는 시즌 첫 3경기에서 8⅔이닝을 던지는 데 그치며 평균자책점 11.42의 저조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3월 29일 SSG전에서 2이닝, 4월 4일 NC전에서 2⅔이닝, 4월 11일 한화전에서는 4이닝 투구에 그쳤다. 아직 5이닝 투구가 한 번도 없고, 모든 등판에서 3실점 이상을 했다.

문제는 여전히 표면적으로는 제구라고 볼 수 있다. 이의리는 2023년 9이닝당 볼넷 개수가 6.36개였다. 이것도 좋지 않은데 그 이후로는 이 수치가 더 늘어난다. 2024년 9.45개, 2025년 7.03개, 그리고 올해는 10.39개에 이른다. “제구가 좋지 않다”, “볼넷이 많다”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불리한 카운트에서 존에 들어가다 보니 피안타율도 0.351로 좋지 못하다.
다만 단순히 볼넷 외에도 이의리의 장점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의리의 볼넷이 많은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압도적인 구위로 상대 타자를 찍어 누르며 실점을 최소화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른바 ‘이의리 챌린지’다. 그러나 올해는 패스트볼 자체가 상대의 헛스윙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구속이 특별히 떨어진 것은 아닌데 이전의 시원한 맛이 사라진 것이다.
11일 대전 한화전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드러났다. 이날 한화 타자들은 이의리의 초구를 거의 다 지켜봤다. 특히 첫 번째 타석 때 이의리의 초구에 방망이가 나온 선수는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가 유일했다. 제구가 불안한 선수니 일단 공 하나는 지켜보고 시작하자는 팀 전략이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도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절반에도 이르지 못하면서 고전했고, 초구를 볼로 시작한 경우는 거의 대부분 최종 결과가 좋지 않았다.
여기에 이날 전체 67구 중 헛스윙은 전체 6구에 불과했는데 6구 모두 변화구였다. 이날 이의리가 던진 35개의 패스트볼에 헛스윙이 나온 경우가 단 한 번도 없었다. 안타를 치지 못하더라도 파울로 걷어냈다. 단순히 평균자책점이 문제가 아닌, 이의리의 구위가 아직 예전의 위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이의리의 통산 헛스윙 비율은 25%에 이르지만, 올해는 경력 처음으로 10%대(18.4%)에 머물고 있다. 리그 최고 수준의 포심 구종 가치도 2024년을 기점으로 리그 평균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범호 KIA 감독은 “예전에 현역 생활을 할 때 직구가 빠르고 변화구도 날카롭지만 그 변화구에 대한 생각을 안 하고 치는 투수들이 가끔 있었다”면서 “의리도 변화구는 안 치고 놀라서 약간 그런 것이 있다가 집중을 하고 있는데 직구가 가운데 들어와서 맞아 나가는 것들이 있다. 구위와 다르게 뭔가 심리에서 타자들이 조금 편하게 생각하는 유형의 선수들이 있는데 지금 의리가 그런 유형에 들어가는 게 아닌가 싶은 게 있다. 타자들이 봤을 때는 하나의 노림수를 가지고 공격을 하기가 쉽지 않나 생각한다”고 고민을 드러냈다.
워낙 제구·볼넷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선수이니 제구를 잡고 스트라이크 비율을 높이기 위해 밸런스도 다듬고 최선의 노력을 했다. 그런데 한 해설위원은 “이의리가 가장 무서운 것은 공이 어디로 날아올지 모른다는 점이다. 말도 안 되는 공에 헛스윙이 나왔던 것도 그 때문”이라면서 “제구에 신경을 쓰다 보니 투구가 조금 얌전해진 느낌을 준다”고 다른 의견을 드러냈다.
이 감독도 일단 공격성 회복을 관건으로 봤다. 이 감독은 “타자와 싸움도 있지만 본인이 가지고 있는 심리적인 싸움도 있다. 마운드에서 심리적인 싸움을 안 하고 타자들하고만 붙으라고 이야기를 하는데도 조금 조심스러운 경향이 있다. 바로바로 가자고 이야기를 자꾸 해준다”면서 날이 더 따뜻해지면 구위가 조금 더 올라올 것이라 기대를 걸었다. 곧 팔꿈치 수술을 한 지도 2년에 이른다. 몸은 정상을 찾을 때가 됐다. 향후 두 달의 과정이 흥미로워진 가운데, 이 재능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을 다 걷어 찰지에 KIA의 시즌 운명도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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