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아이의 감정을 ‘해결’하려고만 할까?

칼럼니스트 윤정원 2026. 4. 14.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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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를 알고 하는 교육] 아이 감정 앞에서 자꾸 ‘정답’을 말하게 되는 이유

Q. 5세 여아를 키우고 있고, 일상에 대한 고민입니다. 아이가 평소에 작은 일에 속상해 합니다. 그럴 때 공감보다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저를 보면서 아차싶지만 다시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공감을 우선으로 할 수 있을까요?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완벽한 반응이 아니라, 흔들리더라도 다시 연결하려는 마음입니다. ⓒ베이비뉴스

A.

◇ 같은 행동이 반복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기억 때문입니다

프로이트는 경험에 대한 기억은 무의식에 흔적을 남긴다고 했습니다. 심리학적으로 기억을 한다는 것은 기억되어지는 이유가 있고, 기억할 수 없는 것은 기억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자신의 마음, 무의식만 아는데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정도에 따라 기억하거나 잊혀지게 됩니다. 즉, 심리적으로 소화가 되면 자연스럽게 잊어지고 반대의 경우는 흔적을 남겨서 새겨지게 됩니다. 이는 부정적인 경우 뿐만 아니라 좋은, 긍정적인 경험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것은 좋아서 잊어버리면 안 되고 안 좋은 것은 기억을 해서 반복하지 않으려는 일종의 경고와도 같은 역할을 합니다. 질문자는 어떤 경험으로 무엇을 기억해야만 하는 걸까요? 질문으로 추론을 해보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려움 겪었던 것은 아닐까요? 또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도움을 받을 수 없어 힘들었을까요? 반대로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인정이 있었을까요? 만약 이와 유사한 이유라면 해결한다는 것은 질문자에게 특별한 상징이 되어 내면화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흔적은 말 그대로 흔적이기 때문에 실체가 없습니다. 없어야 합니다. 실체와 흔적은 게슈탈트 심리학으로도 적용할 수 있는데 경험에 대한 기억이 괜찮다면 흔적은 배경이 될 것이고, 흔적이 불편하다면 여전히 전경으로서 활동한다는 의미입니다. 전경은 현재에 영향을 미치는 초점이 되고 있는 무엇인데 예를 들어 학생에게 조만간 다가오는 중간고사가 전경이라면, 시험이 끝나면 배경이 되어야 하지만 어떤 이유로 배경이 될 수 없다면 계속 전경으로 남아 심리적인 불편감에 요인이 됩니다. 살면서 당면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어떤 문제를 잘 해결했다면 불편하지 않은 흔적이 되어 배경이 될 것입니다. 반대의 경우라면 해결되지 않았기때문에 반복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바람직한 것은 전경과 배경의 원만한 순환이고, 중요한 것은 자신의 심리적 기능 정도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심리적인 변화는 다음과 같은 순서를 거치게 됩니다. 자신이,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 의지를 갖게 되면 무의식의 기억 흔적으로부터 벗어나는 시작점이고, 경험을 통해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은 변화의 과정으로 핵심적인 부분입니다. 과정을 잘 겪어낸다면 과거의 흔적은 의미를 상실해서 새로운 심리적 패턴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 같은 공감이 반복되기 어려운 이유는 기억 때문입니다

심리학적으로 공감은 일종의 반응입니다. 반응은 사람, 사물, 상황에 대한 느낌과 감각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연결을 위한 것입니다. 누군가의 표현에 반응해 주는 누군가가 없다면 관계는 형성될 수가 없는데 심리적인 연결감 없는 반응은 인위적이라 공감의 단계로 갈 수 없습니다. 공감에 대한 경험도 역시 무의식에 기억의 흔적을 남깁니다. 공감은 특질상 세심하고 감수성이 높기 때문에 정서에 각인이 되기도 합니다. 좋은 경험이고 공감받아서, 공감해주어서 좋았다면 언제나 공감을 우선으로 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이유가 뭘까요? 심리기제 중에는 반동, 저항심리가 있습니다. 좋은 것을 있는 그대로 유지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반동심리는 방어이면서 자신을 지키려는 보호 기능이 있습니다. 한번은 공감을 하는데 매번 같은 공감을 할 수 없는 이유도 한번의 공감에서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는 것과 같은 무의식적 기억 때문입니다. 부모 자녀 뿐만 아니라 모든 관계는 자신을 지키려는 원초적인 본능을 전제로 합니다. 심리의 기본원리를 뛰어넘는 것을 희생과 헌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는 일이 매일 반복이고 비슷해보이지만 한순간도 같은 것은 없습니다. 우리는 그때 그때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이 달라서 항상 같은 공감을 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공감만이 유일한 최선은 아닐 수 있으므로 공감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설정보다는 상황에 따라 반영, 침묵, 대화, 경청, 되돌려주는 질문 등 반응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 중에 선택적으로 적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음이 아이를 향하고 있으면 될 것 같습니다.

*칼럼니스트 윤정원은 한양대학교 교육대학원 예술치료교육학과 교육학 석사, 동대학 일반대학원 아동심리치료학과에서 심리치료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인간이 평생 배워야 할 단 하나의 학문이 있다면 인간에 대한 이해라는 철학과 소신으로 공감이 있는 공간 미술심리치료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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