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아닌 '전략 금융'…韓, 미·중·일 개발금융 경쟁 속 참전
주요국 개발금융 전략 차별화...자원·공급망 경쟁 심화

| 서울=한스경제 이나라 기자 | 정부가 공적개발원조(ODA)를 넘어 민간 자본을 결합한 '한국형 개발금융' 도입에 나서면서 해외 지원 방식이 '원조'에서 '전략 금융'으로 전환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자원 확보와 공급망 안정, 산업 진출을 동시에 겨냥한 구조로, 주요국이 주도해온 개발금융 경쟁에 우리나라도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모습이다.
14일 정부에 따르면,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3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향후 3년동안 연평균 3조 원 규모의 개발금융 사업을 추진하고 대출·보증·보험·지분투자 등 다양한 금융수단을 결합한 투자형 지원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기존 대외경제협력기금(EDCF·Economic Development Cooperation Fund) 중심의 유상원조에서 벗어나 민간 자본을 활용하는 '한국형 개발금융'으로 구조를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시장 차입, 투자 펀드 등 민간재원을 동원해 다양한 금융수단으로 개도국 개발을 지원하는 새로운 개발금융을 도입하겠다"며, "대외 리스크 대응과 함께 중장기 대응 기반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국형 개발금융은 단순 재정 지원이 아니라, 민간 투자와 정책금융을 결합한 구조라는 점에서 기존 방식과 차이가 있다. 정부 재정만으로는 지원 규모 확대에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 자본을 유입해 투자 규모를 키우고 이를 통해 해외 인프라·자원 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특히 희토류·리튬을 비롯한 전략자원 보유국에 대한 금융 지원과 함께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디지털·그린·공급망 분야를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해 자원 확보와 산업 진출을 동시에 추진하는 구조다.
이 같은 개발금융의 전략적 활용은 주요국에서 이미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개발금융을 중국 견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 개발금융공사(U.S. International Development Finance Corporation)는 2019년 출범 이후 인프라·에너지·통신을 비롯한 전략 분야 투자를 확대하며 중국의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에 대응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단순 개발 지원이 아니라 동맹국 중심의 공급망과 투자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본은 공급망 확보에 방점을 둔 개발금융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 국제협력은행(Japan Bank for International Cooperation)을 중심으로 반도체·배터리·핵심 광물 등 전략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있으며 대출뿐 아니라 보증과 지분투자를 결합해 민간기업의 해외 진출을 유도하고 있다. 특히 자원 확보와 산업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구조가 특징이다.
중국은 이미 대규모 개발금융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한 상태다.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를 기반으로 도로·항만·에너지 등 인프라 건설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서 자원 확보와 영향력 확대를 동시에 추진해왔다. 중국개발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과 국유기업이 결합된 구조를 통해 장기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주요국이 개발금융을 경제안보와 직결된 전략 수단으로 활용하는 가운데 한국은 상대적으로 후발 주자로 평가된다. 그동안 유상원조 중심의 지원 구조에 머물렀던 만큼 투자형 금융을 통한 해외 사업 참여 경험과 네트워크 측면에서 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민간 자본을 결합한 한국형 개발금융이 본격화될 경우 자원 확보와 해외 진출 확대 측면에서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수익성과 정책 목적 간 균형, 리스크 분담 구조, 사업 발굴 역량 확보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개발금융을 단독 수단이 아닌 통상 전략과 결합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금융 지원과 시장 개방을 동시에 확대해 공급망 안정과 수출 기반 확장을 함께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신남방과 중남미,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과의 자유무역협정(FTA·Free Trade Agreement) 네트워크를 확대해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수출 기반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FTA 지도를 신남방·중남미·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으로 촘촘히 확대해 글로벌 공급망을 다변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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