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차이나’ 공습…중국 전기차 점유율 34%

김보형 2026. 4. 14.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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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D 한국 진출 1년만에 누적 1만대 돌파
中 생산 들여온 테슬라도 월 1만대 판매
자국 우대 보조금 개편 서둘러야 지적도
중국 장쑤성 타이창항에 수출 대기 중인 BYD 차량들. AFP연합

“중국 차면 어때요? 경유차를 탈 때보다 차량 유지비가 절반 넘게 줄었는데요.”

서울 아현동에서 경기 화성동탄신도시 회사까지 왕복 출퇴근 거리가 100km에 달하는 직장인 윤모(35) 씨는 올해 초 중국 전기차 비야디(BYD)의 아토3를 구매했다. 차값이 3150만원인 아토3 기본형은 국고보조금(126만원)과 서울시 보조금(37만원)을 받으면 2987만원에 살 수 있다. 윤 씨는 “처음엔 3000만원 이하 차값에 끌려 구매했는데 탈수록 주행 성능도 안정적”이라며 “이란 전쟁 여파로 최근 기름값이 L당 2000원까지 치솟자 만족도가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BYD가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 최단 기간 1만 대 판매 기록을 세웠다. 미국 테슬라도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만든 모델Y와 모델3를 앞세워 수입차 브랜드 최초로 월 판매량 1만 대를 돌파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중국 차들은 최근엔 이란 전쟁에 따른 고유가 호재까지 겹치면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올해는 지커 등 중국산 프리미엄 전기차들까지 한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전기차 3대 중 1대는 중국산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에서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1위에 등극한 BYD는 작년 4월 국내 판매를 시작한 이후 올해 3월까지 1만78대를 판매했다. 12개월 만에 1만 대 판매를 돌파한 것. 1995년 수입차 브랜드 중 최초로 국내에 진출한 BMW는 7년(80개월) 만인 2002년에서야 1만 대를 넘어섰다. 2003년 국내 법인을 설립한 메르세데스 벤츠도 1만 대 판매까지 3년(36개월)이 걸렸다. 2017년 한국 판매에 들어간 테슬라도 4년이 지난 2020년 1만 대(48개월)를 기록했다.

테슬라는 지난 3월 한 달간 1만1130대를 판매했다.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월 1만 대 판매를 넘어선 것은 테슬라가 처음이다. 이전까지 가장 많은 월 판매량을 기록한 수입차는 벤츠로 2020년 12월 9546대였다. 베스트셀링카도 테슬라가 휩쓸었다. 3월 가장 많이 팔린 3개 모델은 테슬라 모델Y 프리미엄(5517대), 테슬라 모델3 프리미엄 롱레인지(1905대), 테슬라 모델3(1255대) 등 모두 테슬라였다. BYD도 1664대를 판매하면서 테슬라와 BMW, 벤츠에 이어 첫 월간 판매량 4위에 올랐다. 테슬라와 BYD 효과로 3월 수입차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량은 1만6249대를 기록하며 하이브리드카(1만4585대)를 처음으로 앞지르고 연료별 판매 1위를 차지했다.
 
‘메이드 인 차이나’ 전기차 공습은 작년부터 본격화했다. 지난해 국내 신규 등록된 전기차는 22만177대 가운데 중국산 전기차는 7만4728대로 33.9%를 차지했다. 신규 등록 전기차 3대 중 1대꼴이다. 2023년 7.5%에 그쳤던 중국산 전기차 점유율은 2024년 23.9%로 3배 넘게 급증한데 이어 매년 상승하고 있다. 반면 한국 생산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57.2%로 2020년 75% 이후 매년 떨어지고 있다. BMW, 벤츠 등의 본사가 있는 독일산 전기차의 작년 시장점유율은 7.4%에 그쳤다. 중국에서 만드는 테슬라 모델Y는 지난해 판매량 5만405대를 기록해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전기차를 제치고 국내 전기차 판매 1위에 올랐다. 테슬라는 차값이 1억원을 넘는 고가 모델X, S 등 일부 차종을 제외한 99%가량을 중국에서 들여온다. BYD와 중국 공장이 있는 폴스타도 전년보다 각각 601.8%, 269.6% 급증한 7278대, 2957대를 국내에 판매했다.

가격까지 내리며 점유율 높인 중국 차

국내 소비자들은 그동안 중국 차에 대해 ‘싸구려 차’라는 인식이 많았다. 하지만 중국 지리자동차가 스웨덴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볼보와 영국의 스포츠카 업체인 로터스를 인수하고 BYD와 샤오펑 등 중국 업체들이 현대차·기아도 개발하지 못한 레벨4(비상시에도 시스템이 대응해 운전자 개입이 필요없는) 자율주행 기술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중국 차들은 가격 경쟁력도 높은 편이다. 테슬라 모델Y의 경우 2022년엔 차값이 9000만원대에 달했다. 하지만 2023년 7월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한 모델Y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5000만원대로 낮아졌다. 테슬라는 올 들어 모델Y 프리미엄 후륜구동(RWD) 가격을 5299만원에서 4999만원으로 300만원 낮춰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모델3 사륜구동(AWD) 모델은 6939만원에서 940만원이나 내린 5999만원에 판매한다. 볼보도 중국에서 만드는 전기차 EX30(코어 트림) 가격을 4752만원에서 3991만원으로 761만원 인하했다. BYD는 지난해 국내 출범 당시 11개 서비스 네트워크를 올 4월까지 17개로 늘린데 이어 연말까지 26개로 확대하기로 하는 등 애프터서비스(AS)망도 확충하고 있다. 

중국 차 수요가 늘어나자 지리차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도 국내 딜러사와 판매 및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며 한국 진출을 준비 중이다. 첫 출시 차량은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7X로 알려졌다. 볼보 EX30과 폴스타4와 같은 지커의 SEA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볼보와 폴스타 모두 지리차가 최대주주다. 

자국차 우대 없는 보조금도 문제

중국 차가 전기차 시장을 장악할 경우 현대차·기아 등 완성차뿐 아니라 배터리와 부품으로 이어지는 국내 전기차 생태계의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배터리 개발, 양산 능력을 갖춘 BYD는 전 차량에 자체 배터리를 쓴다. 테슬라도 중국산 모델에 CATL 배터리를 중심으로 일부 LG에너지솔루션, 일본 파나소닉 배터리를 같이 쓴다. 볼보도 EX30에 중국 신왕다 배터리를 적용했다. 중국산 전기차 비중이 커질수록 국내 배터리 업체의 납품도 줄어드는 구조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자국 생산 전기차에 혜택을 주지 않는 정부 정책이 중국 전기차 판매만 늘려주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중국은 자국 업체나 자국 내 생산 차량에만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주고 있다. 미국은 자국 자동차산업 보호를 위해 전기차 세액공제 제도를 폐지한데 이어 내연차 연비 규제를 완화했다. 유럽연합(EU)도 2035년부터 전기차 판매만 허용하겠다던 방침을 철회했다. 일본도 올해부터 일본산 배터리 사용 여부와 충전 인프라 정비 실적 등을 기준으로 보조금을 차등 지원하고 있다. 도요타 bZ4X의 경우 보조금이 130만 엔(약 1200만원)까지 치솟았다. 중국산 배터리를 쓰는 BYD는 보조금이 45만 엔(약 420만원)에서 15만 엔(140만원)으로 삭감됐다. 보조금 효과로 도요타의 올해 1분기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보다 34배나 급증했다. 반면 한국은 중국 전기차에 대해 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 보조금까지 지원하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등은 국산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제조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국내 생산 촉진 세제’ 등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부도 현재 성능 중심의 전기차 보조금 기준을 국내 공급망 기여도와 서비스 인프라 등까지 종합 반영하는 방식으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오는 7월 1일부터 새로운 보조금 지급 기준을 적용할 방침이다. 개편안이 실행되면 테슬라와 BYD 등 수입 전기차는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24년부터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기준으로 보조금 차등 지급을 도입한 전기버스의 경우 작년 중국산 보조금은 20억원에 그쳤다. 2023년(695억원)에 비해 97.1% 급감한 수치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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