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저녁 만개한 벚꽃 아래 용원정이 빛나고 있다. 평소에는 조명이 없는 곳인데 휴대용 LED 조명을 놓고 야경사진을 촬영했다./박상훈 기자
사람들은 가장 좋은 풍경을 만나기 위해 명소를 찾아간 뒤, 조식을 먹거나 저녁 식사를 하러 자리를 떠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간이야말로 하루 중 가장 좋은 사진이 만들어지는 순간이다. 흔히 말하는 ‘매직 아워’
일출과 일몰 전후 약 30분, 빛이 가장 부드럽고 하늘과 도시, 자연의 색이 서로를 가장 잘 받아들이는 시간이다.
하늘에 남아있는 햇빛이 화사한 벚꽃과 계곡의 물길, 용원정에 설치한 조명색까지 모두 살아있게 한다./박상훈 기자
이 시간이 지나면 햇빛은 완전히 사라지고 인공 조명의 색만 남는다. 풍경은 점점 검어지고 노란 빛으로 물든 단조로운 장면이 된다. 반대로 너무 이른 시간에는 빛이 아직 강하다. 비스듬히 스며드는 부드러운 빛 대신 강한 직사광이 만들어내는 대비가 장면의 여운을 지워버린다.
야경으로 가장 좋은 순간의 사진이다. 이보다 점점 어두워질수록 노란 조명빛이 강해지고 조명빛이 닿지 않는 자연의 색은 검게 색을 잃어간다./박상훈 기자
결국 가장 좋은 순간은 짧게 스쳐 지나가는 그 경계의 시간이다. 빛이 사라지기 직전, 혹은 직후의 옅은 빛이 물드는 순간. 그 짧은 시간은 풍경을 완전히 다른 세계로 바꿔 놓는다.
거창의 용원정에서 그 장면을 만들어 보았다. 평소 아무 빛이 없는 장소인데, 촬영을 위해 더한 작은 조명들이 조용히 타오르기 시작하자 그저 어둡기만 했던 공간은 비로소 하나의 풍경이 되었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곳을 찾았던 한 커플은 그 자리에서 한참을 머물다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