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떠오르는 태양, 삼전·닉스 여전히 최저가” [3고시대 투자법]
[커버스토리 : 3고시대 투자법]
고금리·고환율·고유가 ‘3고(高) 시대’가 도래하며 성장주 일변도의 시장에 균열이 가고 있다. 시장의 문법이 바뀔 때 사람들은 다시 가치투자를 생각한다. ‘한국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며 가치투자의 기틀을 닦은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을 만났다.
그는 거시경제의 혼란 속에서 대외 우려보다는 본인이 관심 있는 종목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 빅테크가 주도하던 소프트웨어의 시대가 저물고 한국이 주도권을 쥔 ‘하드웨어의 시대’가 오고 있다며 반도체와 금융주를 필두로 한 한국 증시가 ‘떠오르는 태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시장 변동성이 지나치게 큽니다.
“외부 변수에 너무 신경 쓸 필요는 없습니다. 새로운 위기가 가장 큰 위기로 받아들여지지만 언젠가는 해결이 될 거고 해결이 안 되더라도 시장이 흡수할 겁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도 WTI 기준으로 139달러를 찍은 적이 있었어요. 지금 유가 올랐다고 난리지만 그때 더 심했죠. 농산물까지 움직였고요. 그런데 지금 4년째인데 러우전쟁 관심도 없잖아요. 아직도 전쟁 중인데 아무런 영향이 없어요.”
미국·이란 전쟁이 남긴 것은 무엇인가요.
“결국은 인플레이션 시대가 온 거죠. 이제 유가가 60달러, 70달러 갈 일은 없을 것 같아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생각이 없는 건 아니에요. 관세 같은 경우에도 누가 대통령이 됐든 간에 비슷한 정책을 쓰지 않았을까요. 미국은 지금 차입금이 너무 많은데 해결할 방법이 없고 재정 지출의 대부분이 이자 비용으로 나가는 사상 유례가 없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어요. 기를 쓰고라도 금리를 낮추고 수입을 늘려야 하니까 이민세 도입하고 비용 줄이고 관세 매기는 게 어쩔 수 없는 정책인 거죠. 좀 일관성 없게 과하게 진행돼 당황스럽긴 하지만. 다시 옛날로 돌아갈 것이란 생각을 하면 안 됩니다. 지금 시대에 맞춰 전략을 짜는 수밖에요. 이제는 대외 우려보다는 본인이 관심 있는 종목에 집중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삼성전자만 봐도 전 세계에서 가장 이익이 많이 나는 구간입니다. 결국 실적을 믿는 수밖에 없고요. 1분기 실적을 확인했기 때문에 오히려 편안하게 기다려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코스피가 많이 올랐습니다.
“작년 2200~2300선은 말도 안 되는 것이었고요. 정상화되는 과정이 3000선이었습니다. 여기에 정부의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 상법 개정, 배당소득 분리과세 같은 정책들이 힘을 보태면서 4000까지 올릴 수 있었다고 봅니다. 이후부터는 반도체 장세였고요. 우리나라 주가수익비율(PER)이 지금 8배거든요. 경쟁국인 대만이나 일본이 18배인 것에 비하면 우리는 아직 반값도 안 됩니다. 전쟁 이슈가 잦아들면 실적 호전이 본격적으로 기여하기 시작할 겁니다.”
이제 한국에서도 장기투자가 가능합니까.
“상법 개정이 안 됐으면 저는 삼성전자를 못 샀습니다. 불안해서 뭘 믿고 삽니까. 언제 합병하고 분할해서 뒤통수 맞을지 알 수가 없는데… 배당도 안 할 수 있고요. 하지만 상법 개정이 됐기 때문에 이제는 안심하고 삼성전자를 많이 담을 수 있게 된 겁니다. 리스크를 법으로 없애준 거니까요.
상법 개정은 너무나 큰 변화입니다. 그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은 후진적인 거버넌스였어요. 20~30% 가진 지배주주가 터널링 등으로 일반 주주의 이익을 편취해 갔죠. 작년 7월 전까지 한국 주식은 장기투자해서는 안 되는 주식이었습니다. 상법 개정 전에는 나쁘게 말하면 팔 권리밖에 없는 유가증권 종이 쪼가리였어요. 이제 법제화가 됐기 때문에 기업이 가진 모든 가치가 온전히 N분의 1로 우리 것이 된 겁니다. 비로소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 보호된 거죠.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던 날 눈물이 날 정도였습니다. 7년을 싸워왔는데 설마설마했거든요. 감개무량합니다.”
하반기에도 국내 증시의 매력이 유효할까요.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미국 빅테크들이 국가 신용도보다 높은 평가를 받으며 압도적인 밸류에이션을 누렸던 비결은 ‘재투자 없는 고수익 구조’에 있었습니다. 번 돈을 공장 짓는 데 쓸 필요가 없으니 그대로 주주에게 배당을 주거나 자사주를 샀습니다. 투자 없이 돈을 쏟아내는 이 매력적인 구조에 전 세계 돈이 몰린 겁니다. 하드웨어는 1메가 반도체 팔아 번 돈을 몽땅 박아 4메가를 만들고, 또 4메가 판 돈을 다 때려 넣어 16메가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한 번이라도 실패하면 망하니까 위험하다고 했죠.
이제 미국의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1000조원을 투자해야 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그중 300조원을 한국 반도체에 투자합니다. 이제 하드웨어의 시대가 오고 있는 겁니다. 우리는 PER이 8배고 미국은 25배입니다. 이익만 유지된다면 한국은 ‘떠오르는 태양’ 아닐까요.”
미국 증시는 어떻게 보십니까.
“첫째, 너무 많이 올랐고 둘째, 너무 오랫동안 올랐으며 셋째, 멀티플(밸류에이션)이 비쌉니다. 돈은 항상 낮은 쪽에서 높은 쪽(기대 수익률이 높은 곳)으로 흐릅니다. 주식의 이익수익률(Earning Yield)과 은행 이자의 차이를 ‘일드 갭(Yield Gap)’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지금 플러스 9(주식 12%-금리 3%)인 반면 미국은 거의 0에 가깝습니다. 미국 금리는 4~5%인데 PER이 25배니까 주식 수익률도 4% 정도예요. 금리와 주식수익률이 딱 붙어버린 건데 이건 10년 만에 한 번 오는 현상입니다. 여태까지는 (빅테크들이) 공짜로 돈 벌어서 배당 주니까 정당화됐지만 이제 엄청난 (AI) 투자를 해야 하는 시대에는 그런 밸류에이션을 유지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상법 개정은 됐지만 아직 미완성된 것도 있나요.
“상법 개정은 했지만 판례가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자본시장법도 개선할 게 많습니다. 투자자 인식 변화도 필요하고요. 시간이 걸리겠죠. 우리나라 주식의 밀도를 보면 싼 건 엄청 싸고 테마주 같은 건 100배, 200배 가 있어요. 일본은 평균 PER이 18배면 대부분 종목이 그 근처에 모여 있거든요. 테마주도 비슷합니다. 비싸야 30배 수준이에요. 이 양극단의 종목들을 가운데(적정 가치)로 밀어 올리는 게 우리 역할입니다.
먼저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전 해소를 위해 주주 간의 이해관계 불일치를 해결해야 합니다. 대주주가 배당받으면 최고 세율 49.5%인데 회사를 팔면 양도세가 27.5%입니다. 누가 배당을 하겠습니까. 이번에 배당소득 분리과세로 90%는 해결됐지만 여전히 세율 차이가 있어요. 세율을 일치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건 상속세입니다. 전 세계 투자자들은 주가 오르면 좋아하는데 우리나라 회장님들은 상속세 60% 때문에 주가 오르는 걸 싫어합니다. 가업 승계 프로그램을 활성화해야 해요. 독일은 부를 승계하는 게 아니라 ‘책임’을 승계한다고 봅니다. 누구에게 넘겨도 7년만 사업을 유지하면 상속세가 전액 면제예요. 아주 심플하죠. 우리도 국가 전략 산업 등에 대해서는 상속세를 이연해주거나 탕감해줘 주가가 올라도 대주주가 웃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대만이 2008년 상속세를 낮추고 주가가 4배 올랐던 사례를 참고해야 해요. 이것만 해결되면 코스피는 7000~8000까지도 갈 수 있다고 봅니다.”
현시점에서 저평가 섹터는 어디인가요.
“여전히 PER로 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제일 낮습니다. 1분기 실적으로 보면 PER 4배도 안 될 것 같아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죠. 이 실적이 유지가 안 될 거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만약 유지되거나 더 잘 나오면 난리 나는 겁니다. 금융 업종도 좋게 봅니다. 은행, 증권주는 배당 여력도 충분하고 분리과세 수혜도 직접적이라 아직 저평가 구간이라고 봅니다.”
매도는 언제 하나요.
“손절은 절대 없습니다. 실수했을 때는 무조건 팔아야죠. 계산 착오로 가치를 잘못 판단했다면 즉시 매도입니다. 그 외에는 내재 가치에 도달했거나 더 좋은 대안이 있을 때 교체 매매를 합니다. 원칙은 하나예요. ‘내가 갖고 있는 종목은 지금이라도 미치도록 사고 싶은 종목이어야 한다.’ 이 상태를 유지하면 시장이 흔들려도 겁날 게 없습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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