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로레알 잡기 위한 에스티로더 '60조원 빅딜' 성공할까

최수진 2026. 4. 14.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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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에스티로더와 스페인 푸이그 인수합병 임박
시가총액 400억 달러(약 60조원) 기업 탄생 예고
에스티로더, 푸이그 통해 니치향수 경쟁력 강화
니치향수, 명품 산업서 유일하게 성장세

유럽은 화장품의 본고장으로 꼽힌다. 17세기 프랑스 귀족 중심으로 화장 문화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배경을 통해 프랑스 화장품 기업 로레알은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유럽이라는 강력한 무대가 뒷받침된 결과다. 로레알은 여전히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뷰티 판을 흔들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에스티로더의 스페인 푸이그 인수합병(M&A)이 임박했다는 내용이다. 에스티로더가 푸이그를 품게 된다면 단숨에 시가총액 400억 달러(약 60조원) 기업으로 올라선다. 이들의 M&A는 업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에스티로더 규모가 커지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R&D와 새로운 투자도 가능해진다. 글로벌 화장품 시장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시가총액 ‘400억 달러’…공식 발표만 남은 M&A

미국 화장품 대기업 에스티로더가 스페인 패션·뷰티 기업 푸이그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에스티로더는 바비브라운, 달팡, 조 말론, 라메르, 맥, 르 라보 등을 보유한 회사다. 푸이그는 바이레도, 샬롯 틸버리, 유리아주, 드리스 반 노튼, 장 폴 고티에 등을 운영하고 있다. 

양사 모두 합병을 인정했다. 에스티로더는 최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기업 결합과 관련해 논의 중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고 어떠한 합의도 이루어지지 않은 단계”라고 설명했다. 푸이그 역시 “합의에 도달하지 않는 한 거래나 조건에 대한 보장은 있을 수 없다”고 발표했다.

합병은 주식 교환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각사의 주식을 교환해 경영권을 이전하는 방식이다. 대규모 인수 자금이 필요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존 주주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구체적인 방안은 결정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에스티로더가 푸이그 주식을 사들여 100% 소유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공개 매수가 진행될 경우 푸이그 주식은 최대 30% 프리미엄이 붙을 수 있다. 푸이그 주가는 합병 발표 이후 18% 이상 뛰었다. 다만 양측이 같은 증시에 있지 않아 일부 현금을 조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에스티로더는 뉴욕증권거래소에, 푸이그는 마드리드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된다. 

합병 논의의 일환으로 마크 푸이그 회장이 에스티로더 이사회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마크 푸이그는 창업자 안토니오 푸이그의 3대손이다. 에스티로더와 푸이그는 주주 계약, 주식 교환 비율 등 세부 조건 합의만 남겨둔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수주 내로 M&A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에스티로더는 2년 전부터 푸이그 인수를 추진해왔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푸이그는 2024년 5월 IPO(기업공개) 이후 매출 50억 유로(약 9조원)를 돌파하는 등 영향력이 확대되며 M&A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 

그사이 에스티로더 내부에서는 의견을 통일하지 못한 채 시간을 끌어왔다. 에스티로더 의결권 비율이 가장 높은 윌리엄 로더 회장이 적극적으로 인수를 추진하는 반면 15% 의결권을 보유한 2대 주주 제인 로더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두 회사의 기업 문화가 달라 인수로 인한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이유였다. 

 ◆ M&A 치열한 뷰티판…로레알 쫓는 에스티로더

최근 뷰티업계는 M&A 경쟁이 치열하다. 업계 1위인 로레알은 40억 유로(약 7조원)를 투자해 케링그룹의 뷰티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크리드 향수를 인수하고 구찌·발렌시아가 등 케링 브랜드 향수 개발 독점권을 50년간 확보하게 됐다. 

시릴 샤퓌 로레알 럭스 최고경영자(CEO)는 “로레알 럭스의 리더십을 강화하고 세계 최고 브랜드가 되겠다는 우리의 목표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니콜라스 히에로니무스 로레알 CEO 역시 “세계 1위 뷰티 기업으로서 우리 입지를 더욱 강화시키는 결정”이라며 “앞으로 50년 동안 함께 협력해 이 상징적인 브랜드들의 새로운 장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에스티로더는 2023년 22억5000만 달러(약 3조4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명품 브랜드 톰포드를 인수했다. 2011년 론칭한 톰포드 뷰티의 사업성이 높다고 판단한 결정이었다. 이외에도 △캐나다 뷰티 브랜드 데시엠(10억 달러, 2021년) △한국 스킨케어 브랜드 닥터자르트(11억 달러, 2019년) 등을 인수했다. 

에스티로더가 푸이그 인수에 성공할 경우 연매출 200억 달러(약 30조원) 규모의 거대 기업이 탄생한다. 또 로레알과의 시가총액 격차를 좁힐 수 있게 된다. 현재 로레알 시총은 1900억 유로(약 330조원)를 넘는다. 로레알은 현금 55억 유로(약 10조원)와 순부채 21억 유로(약 4조원)를 갖고 있다. 

에스티로더와 푸이그가 합병하면 시총은 약 40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에스티로더 시가총액은 약 270억 달러, 푸이그 시총은 115억 달러(100억 유로) 수준이다. 다만 합병 소식이 알려지자 에스티로더 주가는 90달러대에서 70달러대로 하락했다. 푸이그는 같은 기간 14유로에서 17유로로 소폭 올랐다. 

 ◆ 에스티로더는 왜 ‘향수’에 꽂혔나

이번 합병을 통해 에스티로더는 니치향수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에스티로더는 킬리안, 르 라보, 조 말론, 프레데릭 말 등을 연이어 인수하며 니치향수 포트폴리오를 강화해왔다. 틈새를 뜻하는 이탈리아어 니치아(nicchia)에서 유래한 니치향수는 대중적인 향이 아닌, 전문 조향사가 소수의 취향을 위해 만든 프리미엄 제품을 뜻한다. 업계는 “에스티로더가 푸이그를 품으면 향수 시장 위치를 매스티지(합리적 가격대의 대중적 명품)에서 프레스티지(희소성 있는 초고가 명품)로 옮길 수 있게 된다”고 판단했다. 

향수는 둔화하는 명품 시장에서 유일하게 성장하는 분야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향수는 2024년부터 2029년까지 전체 미용 시장(2024년 기준 5930억 달러 규모) 성장률의 23%를 차지하며 연평균 5.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색조, 기초 등 다양한 카테고리 가운데 가장 성장폭이 크다.

유로모니터는 이런 현상을 “경기침체 속의 화려함(recession glam)”이라고 설명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합리적인 가격의 사치를 추구하는 경향이 심화한 결과라는 해석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국내 향수 시장 규모는 약 1조18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6.7% 증가했다. 패션 전문지 보그는 “젊은 소비자들이 그 어느 때보다 어린 나이에 향수를 구매하고 있다”며 “개성과 맞춤화를 중시하는 세련된 향을 추구한다. 향수 시장의 미래는 Z세대가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 중 에스티로더가 주목하는 니치향수 시장은 전체의 5~10%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연평균 성장률은 10% 이상으로 전체 향수 시장 대비 두 배가량 높다. 2023년 29억5000만 달러(약 4조4000억원) 규모였던 니치향수 시장은 2030년 63억 달러(약 9조5000억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니치향수는 초고가 전략을 통해 일반 향수 대비 20~30% 높은 마진율을 유지한다.

유로모니터는 “소비자들은 다양한 향수를 조합하려고 한다”며 “상황, 기분, 계절에 맞는 향수를 만들어내는 트렌드가 생겼다. 이런 현상은 다양성, 자기표현에 맞춰 향수를 바꿔 사용하려는 Z세대 사이에서 특히 공감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 악화하는 기업 분위기…눈물 겨운 구조조정까지

제품 가격대가 높은 향수 부문을 키우는 것은 에스티로더의 실적 부진을 메꿀 핵심 전략이다. 에스티로더의 경영 실적(매년 6월 결산)은 꾸준히 하락세다. 매출 규모는 2022년 177억4100만 달러에서 2023년 159억3700만 달러, 2024년 156억900만 달러, 2025년 143억26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2025년엔 영업이익이 7억85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에스티로더의 주력 사업인 스킨케어 부문 매출은 2022년 98억8600만 달러에서 지난해 69억6200만 달러로 약 30%나 감소하며 경쟁력을 잃었다. 과거 스킨케어 매출은 색조 부문의 2배 이상이었으나 현재는 비슷한 규모로 축소된 상태다.

영업이익 역시 2022년 33억1400만 달러에서 2024년 10억9400만 달러까지 매년 줄었다. 2026 회계연도 2분기 실적은 일시 반등하며 흑자전환했으나 2022~2023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규모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에 에스티로더는 7000명 규모의 인력 감축을 포함한 경영 정상화 방안을 시행 중이다. 스테판 드 라 파베리 CEO는 성장 기회 활용 미흡과 신규 소비자 확보 실패를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구조조정에는 최대 16억 달러가 소요될 전망이며 올해 3월까지 13억6700만 달러가 집행됐다. 회사는 연내 경영 정상화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시장 반응은 부정적이다. 2022년 사상 최고가인 371.86달러를 기록했던 주가는 2025년 4월 52달러 선까지 하락했다. 올해 초 100달러를 회복했으나 푸이그 인수 추진에 따른 재무 부담 우려로 다시 60달러대로 떨어졌다. 4월 7일 기준 종가는 69.17달러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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