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저감만이 살길”…양돈농가 배수진

김보경 기자 2026. 4. 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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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만 잘 키워서 되는 시대가 아닙니다. 환경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양돈산업이 설 자리는 점점 사라질 것입니다. 한 농가도 빠짐없이 동참해 우리가 스스로 냄새 관리를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합시다."

이 회장은 "김해시 한림면 양돈농가 밀집지역 전체가 악취관리지역으로 묶인다면 제주 이후 육지부에선 최초 사례가 된다"면서 "농가들이 냄새를 약속대로 저감하지 못하면 생존이 위태로운 만큼 협회 차원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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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의문’ 낸 김해 한림면 가보니
도농복합지역에 냄새 민원 급증
악취관리지역 지정 자구책 고안
시설 설치 등 개선 나서 1년 유예
김해시도 농가 계획 지원 약속
10일 경남 김해시 한림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김해 한림 냄새중점 관리계획 농가 설명회’에서 농가들이 ‘냄새저감 활동 결의문’을 채택하며 의지를 다지고 있다.

“돼지만 잘 키워서 되는 시대가 아닙니다. 환경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양돈산업이 설 자리는 점점 사라질 것입니다. 한 농가도 빠짐없이 동참해 우리가 스스로 냄새 관리를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합시다.”

10일 오전 경남 김해시 한림면 행정복지센터. 대한한돈협회가 개최한 ‘김해 한림 냄새중점 관리계획 농가 설명회’에서 이기홍 한돈협회장의 호소가 울려 퍼지자 참석한 양돈인 70여명 사이로 무거운 긴장감이 감돌았다. 함께한 김해시 관계자들도 진지한 표정은 마찬가지였다.

일부 농가들은 기자와의 별도 면담에서 불안해하거나 억울함도 피력했다. 8년 전 50억원을 들여 농장에 현대화시설을 갖췄다는 이병민씨는 “가축분뇨 처리장에 매일 미생물을 공급하고 센서를 통해 암모니아·황화수소 농도를 수시로 확인한다”면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상태에서 자칫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돼 농장 폐쇄 명령이라도 떨어지면 농가는 그대로 파산하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농가 A씨는 “양돈장은 수십년 전부터 있었는데 주변 지역이 나중에 도시화하면서 민원이 발생해 원주민인 양돈농가를 쫓아내는 게 과연 합리적인가”라고 되물었다. 농가 B씨는 “현대화시설 없이는 냄새 관리가 어려운 만큼 비용을 들여서라도 관련 시설을 조만간 설치할 생각”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장에 참석한 농가 일동은 결연한 표정으로 ‘김해 한림 냄새저감 활동 결의문’을 낭독했고, 한 농가도 예외 없이 ‘김해 한림지역 양돈장 냄새저감 집중 사업 참여 농가 협약서’를 작성해 김해시 관계자에 제출했다. 행사장을 빠져나가면서는 농장 부착용 냄새 저감 홍보 포스터도 잊지 않고 챙겼다.

협약에 따라 이 지역 농가들은 앞으로 한돈협회의 컨설팅과 냄새 측정에 협조하고 냄새 저감 조치사항을 2주마다 한돈협회 소속 컨설턴트에게 제출해야 한다.

김해시도 지원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시 축산과 관계자는 “2018년부터 관련 사업에 전국 어느 시·군·구보다 많은 사업비를 투자해왔고 올해도 한림면 축산냄새 저감 5개 사업에 모두 12억8000만원(국비·지방비·자부담 포함)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가들이 자발적으로 냄새 저감에 나설 수 있도록 조직 역량을 총동원해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협약을 계기로 한림면 양돈농가들은 냄새 관리 측면에서 새 시험대에 올랐다는 게 양돈업계 안팎의 평가다. 앞서 김해시는 지난해 12월 한림면 일대 25만5637㎡(7만7330평)를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하겠다고 고시했다. 해당 부지엔 지역 내 양돈장 42곳과 가축분뇨재활용시설 1곳이 포함됐다.

이런 정책 결정 배경엔 지역적 특성이 자리한다. 김해시는 축산농가와 주민 생활권이 가까운 도농복합지역이다. 특히 한림면은 김해 양돈농가의 70%가 모여 있다. 가축분뇨를 하루 400t 이상 처리하는 경남 최대 가축분뇨 공공처리장까지 있어 냄새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시에 따르면 한림면 냄새 민원은 2021년 36건에서 2025년 209건으로 6배 가까이 급증했다.

하지만 고시 이후 양돈농가들이 크게 동요했고 한돈협회가 축산농가의 자발적 개선 계획을 제출한 끝에 올 1월 악취관리지역 지정 1년 유예를 이끌어냈다. 다만 지정 농장·시설 43곳 전체가 자발적으로 냄새 개선사업에 참여하고 ‘복합악취 10배 이하’라는 배출허용기준 달성을 위해 관련 시설을 개선하는 것을 전제로 해서다.

이 회장은 “김해시 한림면 양돈농가 밀집지역 전체가 악취관리지역으로 묶인다면 제주 이후 육지부에선 최초 사례가 된다”면서 “농가들이 냄새를 약속대로 저감하지 못하면 생존이 위태로운 만큼 협회 차원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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